일본의 긴 연말연시 연휴도 대부분 일을 하면서 보내고 난 후 본격적으로 분주한 2025년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몇 년 전까지 새해의 결심을 좀 가볍게 여겨왔다. 그런데 팬데믹 때부터 매년 바꾸는 다이어리에 몇 가지 올해의 결심을 적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그해에 결심을 이루지 못해도 그걸 반복하다 보니 이루어진 결심도 있다. 결심에 어떤 마법이 있다기보다는 그걸 잊지 않고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리마인드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올해는 다이어리에 적는 것에 더해, 직업인으로서의 몇 가지 결심의 커다란 줄기를 정리해 보았다.
변호사의 코어, 글과 말을 단련하기
변호사가 되기 전,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니 아마도 학생 시절부터 유려한 표현을 사용할 뿐 아니라 힘이 담긴 글을 쓰고 말을 쓰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남의 글과 말에서 배우고 또 업무적으로나 업무 밖으로나 좋은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연습을 계속하려고 한다. 업무를 영어, 우리말, 일본어로 하다 보니 언어별로도 따로따로 연습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한다. 역시 팬데믹 때 좋은 표현이나 말하기의 팁을 정리한 노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일이 바빠지면서 흐지부지되었다. 올해에는 다시 정리 노트를 쓰려고 한다.
관계 지평의 확대
연차가 쌓일수록 업무에서 관계의 중요성이 커진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 기탄없는 대화를 하는 것이 여전히 힘들다. 그때마다 대학생 시절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우리 친구 하자며 손을 내밀던 남학생을 생각해 본다. 업무상 만남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쉽지 않지만, 업무와 그 외의 만남을 통해 만난 사람들에게 눈앞의 이해관계를 떠나 먼저 다가가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예전에 교류가 있었으나 최근 연락이 끊어진 인연들에 대해 지금까지는 내가 먼저 연락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여기에 대한 반성도 곁들이고 싶다.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기
미국에서 자격증을 따고 미국 밖에서 프랙티스를 하면서, 업무 분야의 동향을 따라가는 건 추가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힘든 부분이 있다. 작년에도 회사와 회사 밖의 리소스를 이용해서 공부해 왔지만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올해 1월부터는 미국 로스쿨 학생을 가르칠 기회가 생겼는데, 내가 아는 것과 그 내용을 너무 어렵지 않고 또 너무 뻔한 얘기도 아닌 방향으로 설명하는 데에는 큰 간극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리고 몇 년째 생각만 하고 실천은 하지 못했던, 업무 분야의 흥미로운 토픽을 구상하여 논문을 쓰는 것도 해야 할 일 리스트에 계속해서 추가해 본다. 이 과정에서 내 업무 전문분야도 좀 더 가다듬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워라밸에 대한 정답 찾기
2024년 여름에는 번아웃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지친 시기가 있었다. 반성을 담아 되돌아보자면, 업무와 생활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피로가 더 커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클라이언트 서비스 업무에서 워라밸(일과 업무의 균형), 그것도 나한테 맞는 워라밸의 경계선을 찾는 것은 쉽지 않지만, 업무에 활력을 주는 휴식 방법에 대해 고민할 때이다. 거기에 더하여, 지금까지는 내세울 만한 취미도 없었지만, 개인적인 만족감을 주는 취미의 영역도 개발해 보고자 한다.
좋은 선배 되기
돌아보면 내가 주니어 때 지금도 되새기는 조언을 해준 회사 안팎의 선배들이 있었다. 내가 지금 그런 선배인가 하고 자문하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내가 받은 것을 되돌려준다는 의미에서, 멘토링 및 그 외의 도움이 되는 선배 역할을 더욱 많이 하고 싶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Herbert Smith Freehills’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며, Temple 대학 로스쿨 도쿄 캠퍼스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