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사 문제와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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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사 문제와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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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1.1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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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우리 헌정사에 12월은 바쁜 달이다. 1980년 12월 12일에는 정승화 참모총장을 신구부 세력이 체포하는 과정에서 유혈 사태가 있었다. 얼마 전 개봉했던 ‘서울의 봄’이 이를 다룬 영화다. 2016년 12월 9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고, 2024년 12월 14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들은 겨울에는 조심해야 하겠다. 찾아보니, 1972년 12월 15일에는 유신헌법에 따른 제4공화국이 출범하였고, 1987년 12월 16일에는 제6공화국 출범을 위한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리고, 1997년 12월 18일에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여야 간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었다. 헌법학자들의 논문거리가 쏟아지는 시기였던 것이다.

2024년은 특히나 더욱 특별한 한 해였다. 윤석열 대통령에 의한 계엄 선포, 그에 따른 내란죄 성립 공방, 대통령 권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정족수, 대통령 권한 대행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가부, 대통령의 심리적 건강 상태 등에 관한 판단 가부 등 1987년 헌법이 충분히 고민 못 한 일들이 쏟아졌다. 권력 투쟁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 우리 헌법 규정만으로는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것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도 헌법이 개정된 지 30년이 훨씬 더 지나서야 깨달은 것이다.

시사 문제는 시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과거의 경험을 보면 필기시험 주제로는 종종 다루어지는 듯하다. 올해 헌법 문제에서도 계엄, 탄핵소추, 헌법재판의 심리 관련 정족수 등에 관한 문제는 출제될 소지가 높다. 다만, 시험 출제자는 정답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옳고 그름이 명확해진 사안에 대해서만 출제가 가능할 것이다. 적어도 시험문제지 인쇄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문제로 출제될 소지가 큰 것이다.

그러나, 면접 평정 과정에서는 이번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이슈들은 질문이 행해지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시사적인 문제를 면접에서 묻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정치 분야에 대한 질문은 논란의 소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면접자는 면접관의 질문 의도에 대해서 궁금증을 폭발시키게 되는데, 면접자의 답변 방향이 어느 쪽인지와 무관하게 최종 합격과 불합격 결과가 발표되면 면접 과정에서 개인의 정치적 사상에 대해 검열을 한 것은 아닌지, 면접관이 정치 이슈에 관한 질문으로 면접자의 사상을 심사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나치게 정치적 시사 이슈에 대해서는 면접 질문으로 다루어지지 않는 편이며, 면접관도 질문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면접관이 부지불식 중에 정치적 시사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면접자로서는 무척 당황스러운 상황인데, 왜냐면 그런 질문은 면접자에게 목표의 우선순위에 대한 혼선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면접자는 자신의 사상과 지조를 가감 없이 당당하게 밝히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면접관의 질문 의도에 따라 면접 점수를 가장 잘 맞을 수 있는 답변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옳을까?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답변 방향은 다를 것이고 이에 대한 최적의 행동 지침은 제시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시험 합격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기본 원칙에 관한 입장은 분명히 밝히더라도 굳이 정치적 편향성이 드러난 답변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명확하게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추론을 바탕으로 답변하는 것도 피해야 할 것이다.

수험생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면접 질문은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정치적인 답변을 요구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면, 수험생도 정치적인 기조로 응대할 수밖에 없다.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물론 있겠지만, “수험생에게 1번 가치는 시험 합격이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citizen@hanmail.net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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