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27)-파나마운하를 요구하는 미국 : 21세기 아테네와 멜로스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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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27)-파나마운하를 요구하는 미국 : 21세기 아테네와 멜로스의 관계
  • 신희섭
  • 승인 2025.01.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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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직 시작하기도 전에 공세적 외교를 예고하고 있다. 파나마에서는 운하 소유권을 되찾아 오겠다고 한다. 덴마크엔 그린란드를 양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고 넌지시 권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 2.0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했다. 하지만 영토 요구를 받는 이들에 비하면 동맹의 방위비 인상 이슈는 양반이다. 두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단순한 질문은 압박의 이유가 무엇인가이다. 이보다 구조적 질문은 트럼프 이후 정책 지속 여부다.

패권국 미국의 강력한 권력과 오만함 때문이라고 보는 첫 번째 층위의 분석은 피상적이다. 두 번째 층위로 좀 더 구조적인 것은 지정학이 중요하게 된 국제환경이다.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경쟁으로 세계 구석구석 어느 한 군데 덜 중요한 지역이 없을 정도이다.

수온 상승과 북극해 활용 가능성이 그린란드를, 중남미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 증대가 파나마운하를, 러시아의 지역 내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군사 무기 판매가 라틴아메리카를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1823년 먼로 선언 이후 자국의 뒷마당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지금 도전받고 있다. 냉전 중이던 1958년에서 1963년 사이 소련은 서베를린 위기 조성 이후 힘에 부쳐 전략을 바꾸었다. 제3세계에서 찔러보기 전략으로 도발과 위기를 일으킨 것이다. 현재 상황도 유사하다. 소련이란 제국이 중국과 러시아라는 국가로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이다.

세 번째 층위의 분석은 패권변동에 관한 것이다. 패권국 미국은 상대적 국력 하락을 지연시키거나 역전시키기 위해 가열차게 노력하고 있다. 절대적 수치로서 미국의 국력은 해마다 인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 국력은 다른 국가들에 의해 추격당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상대적 국력 약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완전히 끝난 것 같지 않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 이후에도 국력 유지를 위해 타국에 대한 간섭과 개입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네 번째 층위의 분석은 국력과 정의 사이 관계이다. 상대적으로 약해진 미국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적나라한 국력(naked power)’을 사용하고자 한다. 트럼프와 같은 현실주의적 성향의 지도자를 만나면서 미국외교는 체면치레를 생략하고 한없이 솔직해지고 있다. 적나라한 국력을 이용해 지정학적인 수를 두려고 한다. 하지만 패권국이 아닌 국제사회는 이 부분에 반발한다. 선진화된 국가의 시민이 미국의 행동에 반발하는 이유는 정의관 때문이며 약자에 대한 공감과 배려차원이다.

국력과 정의. 2400년 전 스파르타와 아테네 사이의 펠레폰네소스 전쟁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고민이었다. 해양강국 아테네는 패권국 스파르타의 동맹국이었던 약소국 멜로스를 침공하면서 멜로스 인에게 항복하라고 했다. 멜로스는 3가지를 들어서 항복을 거부했다. 첫째, 신, 둘째, 동맹, 셋째, 정의가 그것이다.

하지만 아테네는 첫째. 자신들의 국력이 강한 것은 자신들이 믿고 있는 신이 더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반격했다. 둘째, 멀리 있는 스파르타는 당장에 멜로스를 구하러 올 수 없다고 반박했다. 셋째, 국가 간 관계에서 정의는 동등한 힘을 가진 그러한 국가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였다. “강한 국가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해야 하는 일로 고통을 받는다. (The Stronger do what they can, the weaker suffer what they must)”

밀로스 인들은 “정의는 항상 존재한다…. 정의를 무시하는 아테네는 결국 본보기가 될 것이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아테네는 멜로스를 멸망시켰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그렇다. 권력과 정의는 다툰다. 약자 처지에서 결국 영원한 제국이 없다고 항변하지만, 약자도 영원히 버티지는 못한다. 그러니 현재의 권력이 중요한 것 아닌가!

오랫동안 약소국으로 한이 많은 한국인은 약자들의 입장에 익숙하고 빨리 공감한다. 하지만 정의감이 강력한 한국인들도 패권국 미국 입장도 체계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는 권력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힘의 질서 속에서 현실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체계적으로 생각해보자.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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