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26)-다사다난했던 한국과 새로운 한국을 위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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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26)-다사다난했던 한국과 새로운 한국을 위한 시작
  • 신희섭
  • 승인 2025.01.0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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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대부분 사람에게 다사다난했을 2024년이 끝났다. 12월 3일 뜬금없는 비상계엄에 12월 29일 무안공항 참사까지 힘든 한 해였다.

대부분 시민은 묵묵히 자신의 일상을 살아내기에 바쁘다. 2022년 이태원 참사, 2023년 채상병 사건, 2024년 비상계엄과 무안공항 참사까지. 마음이 무겁다. 그런데 2025년 시작도 답답하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헌정사상 초유의 체포영장 발부, 대통령 체포를 둘러싼 공수처와 경호처의 대립 때문이다.

그렇다. 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정치 때문이다. 정당 양극화에 따라 거부권과 공직자 탄핵이 뒤덮은 대결 구조 속에서 다원주의를 관리해야 할 정치가 실종된 것이 문제다.

답답하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을 끊어내듯이 단칼에 해결책을 찾고 싶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현실에선 수많은 이해당사자가 있어 사실상 어렵겠지만, 그래도 인식적 차원에서부터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 봐야 한다. 그리고 이런 방안에 대한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면 이 역시 의미 있다.

그럼, 이 암울한 상황을 어디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인가! ‘1987년 체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1987년 협약에 의한 민주화의 권력구조에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1987년 체제란 6월까지 이어진 민주파와 권위주의파 사이의 대결에서 대통령제의 직선제를 민주주의로의 이행으로 정하고 만든 게임의 규칙이기 때문이다.

당시 헌법 개정을 서둘러야 했기 때문에 직선제 대통령제 개정만 합의했을 뿐이다. 급한 개정은 권력을 둘러싼 다른 제도들과의 연관성 등이 고려되지 못했다. 개헌은 3공화국의 대통령제를 모델로 했다. 대통령제 말고 다른 대안은 고려되지 못했고, 다만 너무 긴 7년 단임제만 5년 단임제로 변경하였다.

이후 정치학자들은 1987년 체제의 제도적 시간이 충분히 지났다고 보고, 개헌논의를 이끌어왔다. 대통령의 불법 연임제를 막으려던 단임제 규정은 뜯어고쳐도 될 때가 되었다고 보고 1987년 체제의 정부 형태 측면을 새롭게 바꿔보자는 차원에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원대통령제(proto type)인 미국식 대통령제로 개헌하자는 것이 가장 지지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즉 대통령제를 내각제나 이원정부제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미국식 대통령제인 중임제에 기초한 대통령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뻔하지만 나름의 족보를 가진 개헌에 대한 역사적 논의는 이쯤 하자. 왜냐하면, 현재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소추되었지만 부결되었다. 2017년 대통령 탄핵은 가결되었다. 2024년 현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었다. 20년 동안 5명의 대통령 중에서 3명이 탄핵소추가 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1789년 대통령제를 발명하고 230년 이상 유지하고 있는 미국도 4명의 대통령만이 탄핵소추 되었을 뿐이고, 아직 1명도 탄핵이 가결된 적이 없다. 브라질만이 지금까지 2명의 대통령을 탄핵한 전례를 가지고 있다.

한국 대통령제의 문제는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대통령제도 자체의 문제인지, 5년 단임제란 운용상의 문제, 정당체계와 관련된 복합적 제도조합의 문제인지, 대통령 개인 자질의 문제인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이 복잡한 분석과 함께 어려움을 가중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태도와 인식이다.

2024년 12월 29~30일에 걸쳐 실시된 중앙일보의 여론 조사는 현재 상황에서 유권자들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 60%의 국민이 개헌을 지지했다. 개헌의 방향을 두고는 4년 중임제 지지가 43%이고 현재 5년 단임제유지를 지지한 비율이 33%이다. 의원내각제는 10%와 이원정부제는 2%만이 지지했다. 좀 더 복잡한 것은 현행 5년 단임제가 문제가 있는지를 따로 물은 결과는 46%가 “문제가 있다.”라고 했지만, 47%는 “문제가 없다.”라고 했다. 이 결과를 보면 현 대통령제의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가 약하다. 이는 두 가지 의미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대통령제의 대안을 고려하기 어렵다. 둘째, 대통령제가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제의 운용이나 개인적 문제가 크다고 본다.

여론 조사가 알려주는 것이 하나 더 있다. 현재와 같은 법치주의의 파괴 상황에서 대통령제라는 가장 거대한 권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제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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