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25)-시리아 내전의 종결과 그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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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25)-시리아 내전의 종결과 그 의미
  • 신희섭
  • 승인 2024.12.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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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최근 ‘독일 작전 계획’이 나왔다. 유럽 역사를 아는 이들에게 중부 유럽의 독일이 군사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1차, 2차 대전이라는 나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유럽에서 잠재력이 가장 강한 독일의 군사력 증강은 히틀러와 같은 잘못된 지도자를 만나면 유럽 전역이 고통이다.

현재 독일은 과거의 독일이 아니다. 미국이라는 패권국의 동맹 내부에 있고, 핵 보유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일은 현상 유지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독일의 군사력 증강은 방어적인 차원이지 공격적인 차원은 아니다.

마치 3차 세계대전이라도 치를 듯이 독일이 군사력 증강을 대놓고 하는 것은 다양한 전략적 계산에 기초한다. 지정학적으로 볼 때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는 오직 폴란드만이 완충지대로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의 2008년 그루지야 공격, 2014년 크림반도 병합,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의 침략적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철권통치자 푸틴의 의지가 강화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가장 화들짝 놀란 독일은 군사력 증강으로 발 빠르게 대응했다. 천억 유로(한화 1,500억 원)를 국방비로 편성하겠다고 했다. 2023년 3월부터 준비해서 이번에 나온 ‘독일 작전계획’은 러시아의 나토 국가들에 대한 침공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아직은 작전 계획이다. 그래도 핵심은 러시아가 나토 동맹국(예를 들어 폴란드)을 공격했을 때 나토 군을 규합하여 동맹국에 보내는 방안과 독일 자신이 공격받았을 때 대처하는 방안을 다룬다. 핵심은 민간 기업과 민간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특히 군인과 무기의 운송이 중요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보라!

독일의 작전 계획을 전쟁의 전주곡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면 예상되는 고립주의 강화라는 조건과 러시아의 강력해진 군사력이란 조건에 대응하는 유럽 내 최강국인 독일의 의지를 구체화한다는 점과 독일이 실질적으로 방어 대비를 하는 점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냉전이 종결된 지 30년이 넘은 시점에서 유럽이 다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파월(Robert Powell)의 이론이 현재 러시아와 독일의 과거 회귀적 상황을 설명하기 쉽다. 그는 국제정치에서 무정부상태의 기능을 ‘정보의 비대칭성’과 약속의 ‘이행 문제(commitment problem)’에서 찾았다. 먼저 자신과 상대방의 현상 유지와 현상타파 목적과 보유한 권력 자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것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배치한 군대를 이끌고 실제 전쟁을 개시할지 예측한 전략가가 많지 않았다, 또한 NATO와 러시아 간 나름의 세력균형 혹은 이익선이 전쟁으로 깨질 것을 예상하기도 어려웠다.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평화유지 약속을 깨게 만든 것이다. 즉 약속했는데 국력 변동이 되자 약속을 안 지킨 것이다.

그리고 군사력을 활용하는 ‘강압 기술’도 바뀌었다. 방어 위주의 군사력에서 최근에는 극초음속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와 같은 공격적 군사력이 중시되고 있다. 이런 속도가 빠르고 탐지가 안 되는 군사력의 확보는 상대 국가를 공격하기 쉽다. 냉전 때처럼 독일이 안보딜레마를 심각하게 느끼게 된 것이다.

파월에 따르면 국가는 상대 국가의 위협에 대해 타협하거나 전쟁을 선택하고, 이를 위해 최적치의 군사력을 계산한다. 위협을 가하는 국가에 맞서 대항(balancing)하는 동맹을 만들지 위협 국가에 생존을 조건으로 편승(bandwagoning)하는 동맹을 만들지를 결정한다. 현재 독일은 타협을 거부하고 전쟁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낮아지고 있는 미국의 개입과 지원 가능성을 고려할 때 자체적인 군사력을 증강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NATO 국가를 규합해 러시아에 대항하려 한다.

유럽을 분석한 파월의 이론은 미·중 대립 그리고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황에도 매우 유용한 함의를 준다. ‘비대칭적 정보’와 약속의 ‘이행 문제’ 뿐 아니라 ‘공세적 군사력 배치’도 이 지역 국가들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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