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19명 배출로 독보적 1위…서울대-연세대 순
서울대 2위로 도약, 연세대 하락…치열한 고시 경쟁
카이스트‧부산대‧경희대·서강대·중앙대‧홍익대 약진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올해 5급 공채 과학기술직(기술고시)은 1,364명이 응시해 89명이 최종 합격했다.
5급 과학기술직 합격자의 평균연령은 27.5세로 지난해(27.7세)와 큰 차이가 없었으며, 25∼29세가 51.7%(46명), 20∼24세 27.0%(24명), 30∼34세 15.7%(14명), 35세 이상 5.6%(5명) 순이었다.
과학기술직 최연소는 2002년생(3명), 최고령은 1984년생(1명)이다. 과학기술직은 남성 72명(80.9%), 여성 17명(19.1%)이 합격했다.
올해 과학기술직의 주요 직렬의 수석 합격자를 보면, 동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장석영 씨는 응시자 중에서 토목직 수석합격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수석이라는 과분한 결과는 주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더욱더 정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노력하겠다”고 수석 소감을 밝혔다.
합격의 비결로 그는 ‘마음의 안정과 집중력’을 강조했다. “공부하면서 생기는 초조함과 불안을 최대한 버리려 노력했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 집중하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일반기계직의 수석 합격의 영예는 성남고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를 졸업한 박상우 씨가 차지했다. 그는 “이번 2차 시험에서 한 과목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최종 발표날까지 불안했다”며 “합격만으로도 너무 감사한데, 수석이라는 소식을 듣고 정말 얼떨떨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합격의 비결로 ‘깊이 있는 이해와 탐구’를 꼽았다. “미심쩍거나 애매한 느낌이 드는 내용들을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확실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려는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서울 대신고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컴퓨터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남태웅(22) 씨는 2024년 국가 5급 공채 과학기술직(전산개발)에서 최연소 합격의 타이틀을 차지했다.
단 10개월이라는 짧은 준비 기간에도 그는 자신의 확고한 목표와 철저한 계획으로 당당히 합격의 문을 열었다.
그는 “아직 합격이 실감 나지 않아요. 최연소 합격이라니 정말 영광스럽고 감개무량하다”며 “항상 곁에서 응원해 준 가족과 친구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최연소 합격의 소감을 밝혔다.
10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최종 합격한 비결에 관해 그는 “지엽적인 내용에 매달리지 않은 것이 단기간 합격의 핵심 비결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많은 분이 남들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지엽적인 부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지난 2차 시험들의 합격선을 분석해보니 ‘불의타’ 문제를 제외하고 다른 문제들을 정확하게 서술하기만 해도 합격선을 넘는 충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2024년도 기술고시에서는 고려대의 약진과 서울대의 선전, 연세대의 부진이 나타나며 대학별 합격자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법률저널이 2024년도 기술고시 최종합격자의 출신 대학을 분석한 결과, 고려대학교가 가장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외무고시와 함께 명실상부한 고시계의 ‘2관왕’으로 우뚝 섰다.
작년 한양대, 성균관대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고려대는 올해 폭발적인 상승세를 타고 독보적인 1위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무려 19명(21.3%)이라는 역대급 합격자를 배출하며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이는 지난해 14명(14.6%)에서 5명이나 늘어난 수치로, 고려대의 약진이 두드러진 한 해였음을 방증한다.
고려대의 선전은 다방면에 걸쳐 나타났다. 토목직과 기계직, 환경직 등 다양한 직렬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전방위적인 실력을 과시했다. 특히 기계직 수석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는 고려대의 탄탄한 이공계 교육과 전략적 고시 대비 시스템이 빛을 발한 결과로 해석된다.
올해 고려대의 상승세는 외무고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서울대를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오른 것이다. 10명(22.7%)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전년 대비 두 배나 성장했고, 최연소 합격자까지 배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고려대는 외무고시에 이어 기술고시까지 석권하는 ‘더블 크라운’을 달성하게 됐다.
서울대는 기술고시 13명, 외무고시 9명을 배출하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고려대의 상승세에 밀려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연세대 역시 기술고시 12명, 외무고시 5명으로 선전했으나 정상의 자리는 내줄 수밖에 없었다.
수험가에서는 고시를 둘러싼 대학가의 각축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고려대의 약진은 다른 주요 대학들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앞으로 대학별로 우수한 인재 유치와 전략적 고시 대비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고려대의 눈부신 활약상이 고시계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가운데, 내년에는 어떤 대학이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려대가 ‘고시 명문’의 입지를 굳건히 다져갈 수 있을지, 아니면 서울대와 연세대의 반격이 성공을 거둘지 향후 판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와 동일한 13명을 배출했지만, 선발인원 감소로 비율은 13.5%에서 14.6%로 증가하며 순위는 5위에서 2위로 껑충 상승했다. 작년의 부진을 딛고 이뤄낸 선전으로 평가된다. 특히 특정 직렬의 쏠림보다 다양한 직렬 걸쳐 합격자를 배출했다. 토목직 수석은 서울대 출신인 장석영 씨가 차지했다. 다만 1위 고려대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고, 3위 연세대와는 1명 차이로 앞서는 등 아슬아슬한 성적이어서 자만은 금물인 상황이다.
서울대의 기술고시 성적을 되짚어보면 지난 10여 년간 부침이 있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20명(27.8%), 22명(28.6%)으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으나, 2013년 10명(12.3%)으로 급락하며 한양대에 1위 자리를 빼앗기고 4위까지 추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서울대는 2014년 27명(29.3%)이라는 역대 최다 합격자를 배출하며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했다. 이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6~18명대의 합격자를 꾸준히 배출하며 1위 자리를 지켜냈다. 2022년에도 18명(20.7%)으로 선두를 유지했다.
다만 2020년과 2021년에는 잠시 주춤하며 3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2022년 1위 탈환에 성공하며 다시 상승세를 탔으나, 작년에는 5위까지 추락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올해는 그나마 2위로 반등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서울대는 지난 10여 년간 기복이 있기는 했으나 장기적으로는 최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명문대로서의 위상을 과시해 왔다.
특히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해 2위로 재도약한 저력은 서울대의 저력과 전통을 보여준다. 교육 역량과 우수 학생 유치 등에서 아직 건재함을 증명한 셈이다.
연세대는 작년의 눈부신 성과를 이어가지 못하고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지난해 18명(18.8%)이라는 역대 최다 합격자를 배출하며 1위에 오른 연세대는 올해 12명(13.5%)으로 무려 6명이나 감소하며 3위로 추락했다. 상승세의 흐름이 꺾이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모양새다.
연세대는 토목직과 건축직, 기계직 등 전통적인 강세 분야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 뼈아팠다. 이들 직렬에서 다수 합격자를 배출하며 두각을 나타냈던 지난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연세대의 약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9년 13명(19.7%), 2020년 15명 합격자를 배출하며 상승세를 탔고, 급기야 2021년에는 16명을 배출, 고려대에 근소한 차이로 밀렸지만 2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2022년에도 14명(16.1%)으로 서울대 다음으로 2위 자리를 이어갔다.
수년간 차근차근 두 자릿수 합격자를 늘려가며 정상을 향해 달려온 연세대다. 체계적인 고시반 운영과 우수 학생 확보에 공을 들인 결과, 기술고시 명문으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한양대와 성균관대는 모두 작년 14명(14.6%)에서 올해 10명(11.2%)으로 합격자 수가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4위권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성적을 냈고, 특히 한양대는 건축과 통신, 성균관대는 화공과 기계에서 선전했다.
한양대는 기술고시의 전통적 강자로 꼽힌다. 2013년 서울대를 따돌리고 1위에 오르며 ‘한양대 공대’의 위상을 널리 알렸고, 2016년에도 19명의 합격자를 배출해 서울대와 함께 정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7년 역시 15명으로 서울대에 단 1명 뒤진 채 2위를 기록했다.
다만 2018년 9명으로 주춤한 이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하락세를 겪으며 고전했다. 10명 안팎의 합격자에 그치며 존재감이 약해지는 듯했다. 그나마 지난해 14명을 배출하며 반등에 성공, 공동 2위로 도약하는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또다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작년보다 4명 줄어든 10명(11.2%)의 합격자를 내며 성균관대와 함께 4위에 자리했다.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한양대로서는 자존심이 상했을 법하다.
물론 한양대의 바닥을 다진 경쟁력은 여전하다. 매년 두 자릿수 합격자를 배출하는 저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공대의 전통과 탄탄한 교육 시스템은 한양대만의 자산이다.
기술고시 분야에서 최근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대학이 있다. 바로 성균관대다. 행정고시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기술고시에서는 그다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성균관대가 최근 몇 년 사이 상위권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성균관대의 약진은 2020년부터 본격화됐다. 2019년 단 1명에 그쳤던 합격자가 2020년에는 6명(8.5%)으로 급증하며 5위에 올랐다. 2021년 3명으로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2022년 10명(11.5%)이라는 역대 최다 합격자를 배출하며 한양대와 함께 공동 4위에 랭크됐다.
2023년에는 14명(14.6%)을 합격시키며 기술고시 사상 최초로 고려대, 한양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산직 수석 합격자까지 배출하며 명실상부 기술고시 명문대로 발돋움했다.
올해는 10명(11.2%)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한양대와 공동 4위에 올라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술고시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성균관대가 이제는 매년 두 자릿수 합격자를 배출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
KAIST는 전년도 3명에서 2명 늘어난 5명(5.6%)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순위도 7위에서 6위로 상승했다. 전기, 전산, 통신, 화공 등 다양한 직렬에서 고른 합격자를 내며 종합 이공계 특성화 대학으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KAIST의 이런 성과는 첨단 분야의 전문 인재 양성이라는 대학의 설립 목표와도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부산대는 작년과 동일한 3명(3.4%)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거점 국립대 중에서는 독보적인 선전을 이어갔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하게 매년 꾸준히 합격자를 내는 셈이다. 특히 고시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에서 이 같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대는 명실상부 지방 국립대의 자존심으로 우뚝 서고 있다.
올해 기술고시에서는 그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대학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경희대, 서강대, 홍익대는 지난해 전무했던 합격자를 각각 2명씩 배출하며 새로운 도전자로 등장했다. 특히 홍익대는 최연소 합격자 배출로 대학의 위상을 높임은 물론, 우수 인재 모집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대는 2년 연속 2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꾸준한 성과를 냈다. 안정적인 이공계열 교육 시스템을 갖춘 중앙대답게 고른 실력을 증명한 결과다.
이밖에 경인교대, DGIST, 세종대, 인천대, 전북대, 한국기술교대, 한국외대 등 7개교는 각 1명씩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새겼다. 반면 인하대와 포스텍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1명씩에 그쳤고, 나머지 대학들은 아쉽게도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2024년 기술고시 결과를 종합해보면 고려대의 약진과 서울대의 선전, 연세대의 부진이 도드라진 한 해였다. 정상권 순위 변동이 컸던 가운데 중위권 대학들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올해 처음으로 복수의 합격자를 배출하며 존재감을 과시한 경희대, 서강대, 홍익대의 선전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하위권 대학이나 지방대의 약세는 여전해 보인다. 부산대를 제외하면 거점 국립대들의 부진이 이어졌고, 소위 SKY 대학 편중 현상이 더 강화된 결과를 보였다.
기술고시를 둘러싼 명문대 간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선두를 달리는 고려대부터 상승세를 탄 서울대, 그리고 아쉬움을 삼킨 연세대까지 각 대학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대학들은 실전 대비 모의고사 확대 등 기술고시 대비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내년에는 어떤 대학이 웃을지, 연세대는 반격에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