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 교수 “계엄령 선포 내란죄 성립 여부, 법적 요건 엄밀히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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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 교수 “계엄령 선포 내란죄 성립 여부, 법적 요건 엄밀히 따져야”
  • 이상연 기자
  • 승인 2024.12.13 2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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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비상계엄 선포, 합헌적 대응은 탄핵…국민의힘도 투표 참여해야”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13일 중앙일보 칼럼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는 엄격히 따져 헌법이 정한 발동요건을 온전히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정치적으로 매우 현명하지 못한 실축”이라고 꼬집었다.

허 교수는 “요건 불비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유일한 합헌적인 대응수단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4일로 예고된 국회의 2차 탄핵안 표결 결과에 따라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이고 합헌적인 방법”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도 지난번처럼 소극적으로 불참할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허 교수는 “거대 야당은 검사와 장관에 대해 16회 탄핵을 남발하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감사원장을 탄핵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무력화했다”며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악용해 대통령실·검찰·경찰 등 주요 행정기관의 불가피한 특활비 예산 등 4조1000억원을 삭감해 국정 수행을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극복해 헌정 질서를 바로잡으려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해석했다.

허 교수는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6시간 만에 국회의 계엄 해제 요청을 수용해 해제한 행위를 두고 내란죄가 성립하는지에 관해서는 국민감정과는 별개로 법적 요건을 엄밀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의 구체적 행위 등 엄정한 수사를 통한 증거 수집이 필요하다”며 “형법상 내란죄는 고의로 국가 권력을 배제하고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을 구성요건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이어 “계엄 이후 담화를 통해 대통령은 고의로 모든 국가권력을 배제하고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며 “오히려 국헌을 지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취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세계 헌정사를 살펴보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대통령의 과잉 ‘국가 긴급권’ 행사에 대해 내란죄로 처벌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엔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를 다퉈야 한다”면서도 “성립된다고 해도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으로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통령을 내란죄와 직권남용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려는 검찰·경찰·공수처의 수사권 쟁탈전은 자칫 과잉으로 볼 여지도 있다”며 “수사권 남용 논란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허 교수는 “대통령이 현 시국을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한 것이 국민의 눈높이와 다르다고 해서 내란죄로 단죄하려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서 국정을 위임받은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과 민주적인 정당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판단과 책임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고 임기가 끝나면 주권자에게 책임을 지는 통치원리”라고 설파했다.

또 허 교수는 “국회의 탄핵 절차와 별개로 개헌을 통한 대통령 임기 단축도 함께 추진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탄핵은 일시적인 해결책에 불과하지만, 개헌은 대한민국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예정된 탄핵표결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여야는 하루속히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헌안을 만드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허 교수는 개헌 방향에 대해 “대통령의 임기 단축 이외에 대선 결선투표제와 4년 중임제 및 다음 국회의원 선거 시기와의 조정이 필요하다”며 “여야 정치인이 선거 때마다 공약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도 이참에 폐지하고 면책특권도 제한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선거구 분할의 전권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넘기고, 국회의 탄핵소추권도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허 교수는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며 “모든 법관이 사명감을 갖고 시류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헌법이 정한 대로 양심·헌법·법률에 따라 중요한 현안 계류 사건을 독립적으로 신속하게 재판하는 것은 사태 수습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허영 교수는 대한민국의 저명한 헌법학자이다. 현재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법률문화상, 헌법재판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경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이후 독일 뮌헨대학교에서 공법학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Dr. jur.)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헌법, 행정법, 지방자치법, 토지공법 등입니다. 특히 대통령 탄핵, 위헌법률심판, 국가 긴급권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분석으로 유명하다.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집필했으며, 언론에도 자주 기고하며 시의성 있는 헌법 이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한국헌법론’, ‘헌법이론과 헌법’, ‘헌법소송법론’, ‘헌법학’, ‘사례헌법학’, ‘판례헌법’등이 있다.

현실 정치에 대해서도 균형잡힌 시각을 견지하며, 헌법의 가치와 원칙에 입각해 예리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탄핵 정국이나 선거 국면에서 헌법 해석과 관련해 중요한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헌법 전문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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