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천상원 병장, 행시 재경직 합격
평일과 주말 꾸준한 학습…점심시간까지 쪼개 만든 기적
체계적이고 선택적 집중‧집념으로 1년 만에 일궈낸 합격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새벽 공기를 가르며 울리는 기상나팔 소리. 아침점호를 마친 6시 30분, 대한민국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의 한 병사가 조용히 책상 앞에 앉는다. 비행단의 각종 군수물자와 장비 관리, 고철이나 불용장비, 지정폐기물 등을 반납하는 보급병으로서 그의 하루는 분주하다. 전투기 부품부터 장병들의 피복까지, 군수품의 수령과 불출, 재고관리를 완벽히 해내면서도 그는 자신만의 시간을 놓치지 않았다. 점심시간 한 시간, 저녁 후 세 시간, 그리고 저녁점호 이후 연등시간까지 - 이것이 공군 일과제 보급병으로 근무하는 그의 하루 공부 일정이다.
2024년 행정고시(5급 공채) 재경직 합격자 명단에서 남다른 이름, 천상원 병장(22세). 전투기의 이착륙 소음과 긴급 작전 상황 속에서 천 병장의 일과는 평일 8시 30분부터 17시 30분까지는 군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남는 시간을 쪼개어 하루도 빠짐없이 5시간 이상의 공부 시간을 확보했다. 24시간 가동되는 비행단의 특성상 야간 비상대기와 긴급 불출 업무가 있는 날에도, 그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학습을 이어갔다. 주말이면 10∼11시간으로 늘어나는 그의 학습 시간은 전우들의 귀감이 되었다.
현재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보급대대에서 복무 중인 그는 군 복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대신, 이를 자신의 꿈을 향한 디딤돌로 삼았다. 군대만의 규칙적인 생활과 철저한 시간 관리는 오히려 그의 학습에 도움이 되었다. 비행단의 작전 태세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보급 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그는 미래의 공직자로서의 소명도 함께 키워나갔다.
대원외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제학(주전공)과 수리과학(복수전공)을 전공하던 중 입대한 그는, 주변의 우려 속에서도 군 복무와 고시 준비를 병행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대학원 진학을 꿈꿨어요. 하지만 이론에만 머무르지 않고 배운 것을 실제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야구 동아리 선배의 합격 소식을 듣고 공직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평일 8시간 30분의 군 업무를 마치고 나면 피곤함에 지친 몸이지만,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책상 앞에 앉았다. 주말에는 10∼11시간, 평일에는 5시간 이상을 꾸준히 공부에 매진했다. 체력적 한계에 부딪힐 때면 부대원들과 함께 농구와 풋살로 스트레스를 해소했고, 잔나비와 뉴진스의 음악으로 마음을 달랬다.
도전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작년 6월, 첫 시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좌절 대신 더 단단한 의지로 재도전을 선택했다. “지치는 와중에도 시험 전날까지 끝까지 공부하고, 시험장에서는 집중력을 놓지 않았어요. 그게 제 합격의 비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도전을 가능케 한 것은 주변의 따뜻한 지원이었다. 반장과 주임원사는 그의 시험 준비를 위해 휴가와 외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부대원들은 면접 준비를 위해 면접관 역할을 자처했다. 2차 합격과 3차 합격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생활관에서 케이크 파티로 축하해주었다.
“군 복무와 시험 준비를 병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입니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에서 그는 단호하다. “하지만 굳은 의지가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업무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고, 주변 동료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합니다.”
전역까지 두 달여를 남겨둔 그는 이제 새로운 꿈을 꾼다. 학업을 마치고 임용되기 전까지 여행도 다니고, 새로운 아르바이트도 경험하며 다양한 삶의 경험을 쌓고 싶다는 포부다.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현실로 만든 청년의 이야기는, 군 복무 중인 많은 장병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
주말과 휴일에 거쳐 진행된 법률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천 병장은 “뜻밖의 합격 소식을 받고 이렇게 법률저널을 통해 인터뷰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뜻밖의 합격 소식을 받았을 때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라며 합격 소감을 밝혔다. 현재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복무 중인 그는 자신의 합격 소식이 아직도 꿈만 같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행정고시를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의 말에는 진솔함이 묻어난다.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과 수학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학원 진학을 꿈꿨죠. 하지만 점차 이론에만 머무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라며 “제가 배운 것들을 사회에서 실제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환점은 뜻밖의 소식에서 찾아왔다. 야구 동아리 선배의 행정고시 합격 소식을 접한 것이다. “공무원으로서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것, 그것이 제게는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보람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그의 도전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2023년 1월부터 시작된 수험 여정은 4월 입대와 함께 첫 번째 고비를 맞았다. “훈련소에 책을 잔뜩 가져갔어요.” 그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하지만 현실은 제 생각과 완전히 달랐죠.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공부는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모든 책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훈련병 생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6월 자대 배치 후 치른 첫 시험은 예상대로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2023년 11월부터 다시 시작된 그의 도전은 이번에는 결실을 보게 됐다. 약 12개월에 걸친 여정 끝에 이룬 값진 성과였다.
“솔직히 군대를 미루고 시험 준비에만 전념할까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어요. 오히려 그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군 생활이라는 새로운 도전 속에서 더 단단해질 수 있었으니까요.”
“시험은 결국 전략 싸움입니다”
천 병장의 시험 준비 방식은 명확했다. 한정된 시간, 제한된 여건 속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끌어내는 것. 그의 전략은 과목별로 세밀하게 달랐다.
먼저 헌법. 면과락이 중요한 만큼 실용적 접근을 택했다. 5급 기본강의 헌법으로 개념을 다지고, 알파로 앱으로 문제 감각을 길렀다. “특히 알파로 앱이 큰 도움이 됐다”며 “막바지에는 원하는 점수대를 빠르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PSAT은 더욱 치밀한 전략이 필요했다. 기출문제, 유형별 문제집, 법률저널 PSAT 모의고사로 무장한 그는 각 과목별 맞춤 전략을 수립했다.
언어논리는 ‘선택과 집중’이 핵심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논리 문제와 제 약점인 생명 분야는 후순위로 미뤘습니다. 확실히 풀 수 있는 문제를 먼저 공략하는 거죠.”
상황판단에서는 ‘건너뛰기’ 전략을 활용했다. 법조문 문제를 우선 처리하고, 퀴즈는 과감히 선별했다. 그는 “한 페이지당 네 문제 중 어려워 보이는 한 문제는 과감히 건너뛰었다”며 “상황판단은 시간 관리가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가장 까다로웠던 자료해석은 ‘결단력’이 필요했다. “보기를 하나하나 꼼꼼히 검토하다가는 시간이 부족해요. 정답이라 확신되는 보기를 발견하면 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갔죠.” 심지어 시험 직전에는 19단까지 외우며 계산 속도를 높이려 했다는 그의 노력이 인상적이다.
군 복무 중이라 시간이 제한적이었던 그는 더욱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시험의 본질은 지식의 축적이 아닌, 한정된 시간 속에서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의 치밀한 전략이 결국 합격이라는 결실을 보게 됐다.
“체계적 계획과 선택적 집중으로 2차 공부”
2차 시험 준비에서 천상원 병장의 강점은 명확한 전략과 체계적인 시간 배분이었다. 그의 과목별 접근은 기존 지식과 새로운 도전의 균형을 고려한 것이었다.
경제학, 재정학, 통계학은 대학에서 이미 기초를 다진 과목들이었다. 반면 행정법과 행정학은 처음 마주하는 새로운 영역이었다. 이런 차이를 고려해 그는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다. 익숙한 세 과목은 기초 강의를 과감히 건너뛰되, 생소한 두 과목은 2023년 11월부터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렸다.
월별 학습 계획도 치밀했다. 3월에는 경제학 강의와 행정법 워크북 정리를 병행했고, 4월에는 행정법 강의를 들으며 행정학 기본 자료를 정리했다. 5월에는 행정학 이론을 익히면서 경제학 문제 풀이에 집중했다. 마지막 6월은 경제학, 재정학, 통계학의 연습문제 풀이와 함께 행정법 사례 분석, 행정학 개념 정리로 마무리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과목별 맞춤 학습법이다. 경제학, 재정학, 통계학은 실전 문제 풀이에 중점을 두되, 개념 정리도 병행해 약술형 문제에 대비했다. 행정법은 독특한 접근을 택했다. 그의 공부는 ‘숲을 먼저 보고 나무를 보자’는 전략이었다. 먼저 전체 목차를 꾸준히 훑어보며 큰 그림을 그린 뒤, 세부 쟁점별로 일반론을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사례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군 복무 중 시험 준비의 현실적 어려움도 있었다. 가장 큰 난관은 학습 자료 확보였다. 부대 안에서는 필요한 책을 즉시 구하기 어려웠다. 그는 미리 필요할 것 같은 책들을 모두 구비해 두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비록 모든 책을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필요할 때 바로 참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의 2차 시험 준비 과정은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최적의 효율을 추구한 지혜로운 도전이었다. 과목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 전략, 시간의 효율적 배분, 그리고 현실적 제약을 극복하는 창의적 해결책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처음 행정학을 마주했을 때는 정말 막막했습니다.” 그가 2차 시험 과목 중 가장 큰 벽으로 다가왔던 과목을 떠올리는 순간이다. 행정학은 그에게 여러모로 도전적인 과목이었다.
‘논문형 시험 자체가 처음이었어요. 더구나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공부하다 보니, 제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확신하기 어려웠죠.“
일반적인 수험생들은 스터디를 통해 답안을 검토받고, 강사의 첨삭 지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군 복무 중인 그에게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오로지 스스로의 판단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독특한 학습법으로 이 난관을 헤쳐나갔다. 3순환 강의 교재를 주된 학습서로 삼아, 개념과 사례들을 단순 암기가 아닌 ’체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천 병장은 “그저 외우기만 하면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마치 제가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개념 하나하나를 저만의 언어로 재해석하려 노력했다”며 “힘들었지만, 그렇게 해야 진짜 제 것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험장에서는 이런 준비가 빛을 발했다. 배운 개념들을 충실히 담아내면서도, 각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었다.
그는 “사실 시험 보고 나올 때까지도 행정학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해 높은 점수는 기대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운 좋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답안작성, 작은 디테일이 합격 좌우한다”
“시험은 결국 답안지로 말해야 합니다.” 천상원 병장은 답안작성에 있어 세세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 그의 첫 번째 전략은 실전과 똑같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실제 시험지 양식의 공책을 구해 모든 연습을 진행했다. 이는 단순한 문제 풀이를 넘어 실전 감각을 익히기 위한 세심한 준비였다.
과목별로도 차별화된 접근을 했다. 경제학, 재정학, 통계학은 실제 문제 풀이를 통해 답안작성 훈련을 했다. 반면 행정법과 행정학은 시간적 제약을 고려해 일반론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답안작성 실전 감각을 키웠다.
그의 답안작성에서 가장 큰 고민은 글씨 크기였다. 원래 작은 글씨체를 가진 그는 시험지의 줄 간격에 맞춰 의식적으로 크게 쓰는 연습을 거듭했다. 또한 답안의 뼈대가 되는 목차 작성에도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다.
심지어 펜 선택도 과목별 특성에 맞췄다. 경제학, 재정학, 통계학에는 부드러운 필기감의 사라사 드라이를, 행정법과 행정학에는 빠른 필기가 가능한 제트스트림을 사용했다.
그의 이러한 꼼꼼한 준비는 결국 합격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군 복무라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답안작성의 기본기를 다지는 데 소홀함이 없었던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천 병장의 면접 준비 철학은 남달랐다. 군 복무 중이라는 제약 속에서도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면접 준비를 해나갔다. 일반적인 면접 스터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지만, 그는 다른 길을 찾아냈다.
“주임원사님의 배려로 주말마다 외출을 나가 ‘인바스켓’ 학원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감사함이 묻어났다. 학원에서 받은 자료들은 면접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됐고, 다양한 문제 풀이를 통해 시간 관리 능력도 키울 수 있었다.
부대 안에서도 준비는 계속됐다. 동료 부대원들이 면접관 역할을 자처하며 그의 연습을 도왔다. 그는 “부대원들의 도움이 정말 컸다”며 “덕분에 실전과 비슷한 긴장감 속에서 연습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그가 강조하는 면접 성공의 핵심은 ‘진정성’이다. 천 병장은 “면접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에 몰입하여 마치 업무를 직접 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임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며 “떨리는 면접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가 실무자라고 생각하면서 상황에 맞게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고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각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암기한 답변이 아닌, 실제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의 이러한 접근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는 열쇠가 되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단기 합격 비결”
“사실 저는 운이 참 좋았습니다.” 천상원 병장은 합격 비결을 묻자 이같이 말하며 겸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시험 직전까지도 어느 하나 완벽하게 준비됐다고 자신할 수 있는 과목이 없었다고 한다. 군 복무라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치른 도전이었기에 그의 불안감은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면, ‘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치열했던 준비 과정이 드러난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를 때도,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시험 전날까지도 책상을 지켰고, 시험장에서는 마지막 문제까지 전력을 다했다.
“지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그의 목소리에 잠시 감정이 실렸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험장에서의 집중력은 그가 가장 자신 있게 꼽는 강점이었다. 아무리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껴져도, 시험지 앞에서는 오로지 눈앞의 문제에만 집중했다. 한 문제, 한 문제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해결해 나갔다.
그의 합격은 ‘운’이 아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결실이었다. 부족함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전진했던 그의 의지가, 결국 합격이라는 결실을 맺어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부족하다고 생각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일 것 같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마다 오히려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천 병장의 주경야독 병영생활은 절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도 최적의 학습법을 찾아내려 고심했다.
“인강은 최대한 빠른 배속으로 들었어요.” 그가 말을 이었다. “대신 개념 정리에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했죠. 특히 각 과목의 목차를 직접 써 내려가며 배운 내용을 되새기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그의 학습은 책상 앞에서만 이뤄지지 않았다. 일과 시간 중에도, 심지어 취침 준비를 하면서도 그날 배운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짧은 시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강행군에 가까운 일정은 결국 그의 체력을 시험했다. 그는 “1월까지는 그래도 운동을 조금이라도 했다”며 하지만 “2월부터는 운동할 여력조차 없었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시험을 한 달 앞둔 6월,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일상적인 근무도, 기본적인 학습도 버거워질 만큼 체력이 바닥났다.
“더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부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험 전까지 휴가를 써서 공부에 집중하기로 했죠.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주변의 이해와 지원이 있었다. 많은 휴가를 써야 했지만, 덕분에 학습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5급 공채시험은 정말 외롭고 고독한 싸움입니다.” 천상원 병장의 말에는 깊은 공감이 묻어났다. 특히 군 복무 중 시험 준비는 더욱 고독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고독과 싸우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공부하다가 더는 머리가 돌아가지 않을 때면 농구장이나 풋살장으로 향했다. 땀 흘리며 운동하다 보면 묵혔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낮에는 운동으로, 밤에는 생활관에서 동료들과 보드게임을 하거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달랬다.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이 오히려 그에게는 위안이 되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음악은 그의 가장 큰 위로였다. “장범준, 잔나비, 김수영의 노래들은 제게 특별한 힘이 되었어요.” 그의 말에 추억이 스쳐 지나갔다. “재미있는 건 군대에 와서 처음으로 아이돌 음악의 매력을 알게 된 거예요. 뉴진스, 프로미스나인…. 전혀 관심 없던 장르였는데, 이제는 제 플레이리스트의 단골이 됐죠.”
사이버지식정보방, 일명 ‘사지방’은 그의 주된 전장이었다. 부대에서는 이곳을 독서실처럼 활용했다. 혼자 공부하는 것 같지만, 옆에서 같이 공부하는 전우들의 존재만으로도 힘이 났다.
“고독하다고 해서 완전히 혼자인 건 아니었어요. 함께 운동하고, 웃고, 이야기 나누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죠.” 그의 목소리에 따뜻함이 묻어났다. “때로는 잠깐의 휴식, 작은 즐거움이 더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혹독한 수험생활 속에서도 그는 작은 행복들을 놓치지 않았다. 운동과 음악, 동료들과의 소소한 일상이 그의 병영과 수험 여정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다.
“1차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주변 분들이 저보다 더 놀라하시더군요.” 천 병장의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 2차와 3차 합격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부대원들이 생활관에서 깜짝 케이크 파티까지 열어주었다. 작은 생활관이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찼던 그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반장님과 주임원사님의 배려가 특히 컸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감사함이 묻어났다. 시험 준비를 위해 필요한 휴가와 외출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덕분에 가능했다.
동료들의 지원도 각별했다. 2차 시험 준비 때는 공부 내용을 질문해가며 이해를 돕고, 면접 준비 때는 직접 면접관 역할을 자처하며 실전 감각을 키워주었다.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늦게까지 함께 공부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모든 순간이 장밋빛은 아니었다. 그는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고 괴로워했던 순간들도 있었다”며 “하지만 그때마다 좋은 분들이 곁에서 힘이 되어주었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그의 인생관을 바꾸어놓았다. “전에는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삶의 모습이라는 걸 깨달았죠.”
그에게 합격은 단순한 개인의 성취를 넘어선다. 수많은 사람의 지원과 격려가 만들어낸 ‘함께’의 결실이었다.
이제 그는 받은 도움을 다시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앞으로는 제가 다른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받은 도움에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요?”
“쉽지 않은 길이지만, 불가능하지만은 않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만류하고 싶습니다.” 천상원 병장의 첫 마디는 의외로 단호했다. 군 복무와 시험 준비를 병행하려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그의 첫 조언은 신중한 재고(再考)였다.
“요즘 군대가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시죠.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정성이 묻어났다. “주어진 임무가 있는 이상, 공부와 일을 병행한다는 건 몸과 마음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일입니다. 저 역시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셀 수 없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그는 몇 가지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첫째, 정말 굳은 의지가 필요합니다. 의지만 확고하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만큼의 각오가 필요합니다.”
“둘째, 현실적인 희생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휴가의 대부분을 시험 준비에 써야 할 수도 있어요. 동시에 업무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주변 전우들과 간부들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되니까요.”
특히 그는 공군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짚어주었다. “공군의 경우, 일과제 특기를 받으면 개인 시간이 상대적으로 잘 보장됩니다. 학습용 태블릿 사용도 가능하고,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도 많아 학습 분위기가 좋은 편이죠.”
마지막으로 그는 철저한 사전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군 복무와 시험 준비 병행을 결심하셨다면, 먼저 철저히 알아보고 계획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막연한 도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요.”
“어려운 길입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길은 아닙니다.” 그의 마지막 말에는 성공의 희망과 도전의 어려움이 함께 담겨있었다. “다만 그만큼의 각오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합격의 기쁨을 나누는 특별한 감사 인사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마지막, 천상원 병장의 목소리가 깊어졌다. 그의 성공 뒤에는 수많은 사람의 보이지 않는 지원과 응원이 있었다.
“무엇보다 부모님께 가장 큰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라며 그는 감정이 깃든 목소리로 이어갔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부모님이 안 계셨다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의 감사 인사는 동심원처럼 넓게 퍼져나갔다. 멀리서 응원을 보내준 친척들, 제15특수임무비행단 보급대대에서 함께한 동기들과 선후임들, 늘 그의 곁을 지켜준 간부들. 힘든 시기를 함께 견뎌준 대학 동기들과 사회대 야구부 동료들. 휴가 때마다 변함없이 그를 반겨준 친구들까지.
특히 그의 마지막 인사는 뜻깊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각지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계신 국군 장병 여러분께 특별한 감사와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여러분의 헌신이 있기에 우리 모두 각자의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십시오!”
전화 마치며 그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가 가슴에 와 닿았다. 그것은 함께 울고 웃었던 모든 이들을 향한 가슴 깊은 존경과 감사의 메시지였다.
이제 그의 앞에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전역을 두 달 앞둔 젊은 공무원 후보자가 앞으로 펼쳐갈 이야기가 기대된다. 군 복무의 책임감, 시험 준비의 치열함, 그리고 주변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두루 갖춘 그이기에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위해 귀중한 일꾼이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천상원(22)‧2024년 5급 공채 재경직 합격‧대원외고‧서울대 경제학부 2학년‧현재 군복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