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사학과 출신이 이룬 성공, ‘중꺽마’의 마음으로 성취한 꿈
‘1, 2차 기본기를 다지는 것과 균형’을 중시한 수석 합격의 비결
“공무원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마음으로 공직자 길 꿈꾸다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수험기간 5년, 그동안 쌓아온 수많은 시간과 열정, 그리고 면접 탈락의 아픔까지 겪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한 사람, 노승우(29). 마침내 그는 ‘행정고시의 꽃’이라 불리는 재경직에서 수석으로 합격하며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인천 신송고를 거쳐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그는 수많은 경제학 전공자들이 각축을 벌이는 재경직에서 수석으로 합격하며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행정고시의 꽃’이라 불리는 재경직에서 수석 합격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그는 경제학과도 아닌 사학 전공자로서 그야말로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혼자만의 결심으로 시작한 이 여정에서 그는 수없이 흔들리고 좌절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반복해야 했다. 세상은 때때로 “정말 이 길을 가고 싶으냐”고 묻곤 했다. 노승우 씨는 그 질문에 흔들림 없는 대답을 내놓았고, 그 대답은 마침내 그의 꿈을 현실로 이루어냈다. 그의 이야기는 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소중한 메시지를 전했다.
“수석 합격,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재경직 수석이라는 영예를 거머쥐었지만, 노승우 씨는 여전히 얼떨떨한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작년 3차 면접에서 탈락한 후 ‘이번에는 반드시 수석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정말 수석이 될 줄은 몰랐다”며 “발표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감이 나지 않다”고 수석 소감을 전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목표를 이루고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로, 꿈과 현실 사이에서 떠 있는 듯한 감회가 배어 있었다. 수년간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는 지금, 그에게는 새로운 미래가 펼쳐지고 있었다.
2015년 대학에 입학한 노승우 씨는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이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어렸을 때 막연하게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는데, 대학교에 와서 그 꿈을 구체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진로를 고민하면서 5급 공채 재경직을 선택했고, 그 이후로 오랜 시간 수험생활을 이어나가며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PSAT, 초반에 확실히 잡아라”
노승우 씨는 PSAT에서 높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선 초반부터 확실하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시험에 집중했던 19년 7월부터 20년 5월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PSAT 준비에 투자했다”며 “특히 시험 전 달에는 여러 강사의 실전 모의고사를 하루에 5개씩 풀며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매일 실전처럼 공부하며 점수와 백분위를 기록했고, 과목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해나갔다.
PSAT에서 취약점을 묻는 말에 노 씨는 “PSAT의 언어논리와 상황판단 중 일부 유형은 저에게도 큰 도전이었다”고 했다. 특히 언어논리의 ‘강화/약화 문제’는 전략적으로 뒤로 미루고, 법조문 문제는 출제자의 의도에 맞추어 해결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한다. “법조문 유형은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다가 출제자의 입장이 되어 ‘내가 이 법조문으로 문제를 낸다면 어떤 부분을 물어보고 싶을지’에 초점을 맞추어 해당 부분에 표시만 해 두고 선지를 보면서 해결했습니다.”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 속 출제자의 생각’을 파악하려는 그의 노력이 돋보였다.
시험 직전, 철저한 컨디션 관리로 최상의 순간 준비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노승우 씨는 매일같이 전국 모의고사를 풀며 실전 감각을 유지했다. “법률저널 등의 모의고사를 매일 응시하면서 최대한 실제 시험 환경에 익숙해지려 했어요. 하루 종일 시험을 치르는 PSAT 특성상 무엇보다도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험을 단 하루 앞둔 금요일에는 오히려 모든 공부를 내려놓고, 몸과 마음에 충분한 휴식을 주었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단련된 자기 관리다.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시험 당일에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려 애썼죠.” 그의 면밀한 준비는 결과적으로 그를 수석의 자리로 이끌었다.
헌법 과목 역시 그의 철저한 준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헌법은 객관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문제를 보자마자 신속히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강의에서 배운 개념이나 판례는 당일 복습하며 머리에 새겼고, 기본강의를 모두 수강한 후에는 다시 처음부터 복습을 반복하며 다회독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2년 차부터는 매년 새롭게 기출 문제집을 구매해 풀면서 중요한 개념이나 새로운 판례를 정리해 두었고, 시험 직전에는 이러한 핵심 내용을 다시금 빠르게 훑어보며 마무리했다.
2차 시험 준비, 맞춤형 스터디와 나만의 정리 노트
노승우 씨의 2차 시험 준비는 전략적인 과정이었다. PSAT에 집중하는 동안에도 그는 경제학, 재정학, 통계학의 예비순환 강의를 차례로 수강하며 기초를 닦았고, 2020년 1차 시험을 앞두고는 행정법과 행정학 예비순환을 이어 들었다. 단순히 강의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그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춘 정리 노트를 작성했다. 그는 “제 방식으로 정리하다 보니 학원 시간표에 맞추기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며 2021년부터는 학교 고시반에서의 스터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함께 실력을 키워갔다. 2022년 이후에는 동영상 강의를 선별적으로 수강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나갔다.
그의 2차 시험 성적은 평균 77.48점. 재경직 합격선 68.88점을 훌쩍 넘는 이 성적은 그의 헌신과 노력의 결실을 증명한다. 경제학에서 90.00점, 재정학에서 81.00점, 행정법 67.00점, 행정학 69.33점, 그리고 통계학에서 41.33점을 기록하며 전체 과목에서 두루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수석 합격이라는 영예를 안았지만, 그는 이 성적이 “끊임없이 기본기에 충실하려 했던 과정에서 얻은 결과”일 뿐이라며 담담하게 설명했다.
‘가장 부담스러운 과목’, 전략적인 공부의 힘
매년 시험을 준비하며 가장 부담이 되었던 과목도 달랐다. 2022년에는 통계학, 2023년에는 행정학, 그리고 올해는 경제학이 그의 주요 고민 과목이었고, 이들 과목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하지만 그는 “한 과목에 지나치게 매달리다 보면 다른 과목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경제학 3순환 기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3시간 이상은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겠다는 기준을 세웠다”고 했다. 이렇게 자신만의 균형을 찾으며 그는 모든 과목에서 고른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답안작성, “물어보는 것을 정확히 답하는 것”
답안작성은 노 씨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영역 중 하나였다. 그는 학교 스터디를 통해 매일 100점 분량의 답안을 실전처럼 작성하며 훈련했다. 특히 행정법과 행정학의 경우 암기도 중요한 부분이라 줄노트, 컴퓨터 문서, 휴대폰 메모지까지 활용해 매일 암기 내용을 기록했다. 그는 “답안작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묻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라고 강조했다. 출제자가 원하는 답을 정확히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그의 접근법은 결과적으로 그에게 뛰어난 성적을 안겨주었다.
수석의 비결, “기본기를 다지는 것”
노승우 씨는 자신의 수석 합격 비결을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노 씨는 “처음부터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 놓지 않았다면 PSAT에도 매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을 것”이라며 결국 1차 시험과 2차 시험 모두에서 기본기야말로 최종 합격의 기틀을 마련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면접에서의 탈락은 노승우 씨에게 큰 충격이자 고통으로 다가왔다. 긴 수험생활 끝에 두 번째 고비를 넘었다고 생각했던 순간에 그가 마주한 불합격 소식은 그간의 모든 노력과 희망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을 안겨주었다. “작년 면접 탈락 이후, 잠시나마 정말 이 길이 나의 길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 꿈을 놓을 수 없었죠.”
이러한 아픔은 그에게 오히려 새로운 동력이 되었고, 더 나은 준비로 이어졌다. 그는 고시반에서의 면접 스터디를 통해 면접 형식과 내용을 철저히 다듬었고, 직전 해 합격자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실전 감각을 길렀다.
노 씨는 “면접에서는 여유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탈락의 경험 때문에 더욱 당황하지 않도록 마음을 가다듬으려 했다”며 “준비를 아무리 잘해도 순간의 긴장감이 모든 걸 무너뜨릴 수 있다”며 마음의 여유를 강조했다.
특히 그는 경험에 기반한 질문에 대해 “진솔함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나친 과장이 아니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꾸준히 정리하며 면접을 준비해 나갔다고 했다.
합격을 위한 습관과 생활의 균형
공부에 몰두하는 동안에도 노 씨는 자신의 생활 습관을 바탕으로 공부 패턴을 확립했다. 그는 “공부할 때는 집중했지만, 쉴 때는 확실히 쉬었다”며 “잠은 7시간 이상 자고, 식사 시간도 확보하면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 동안에는 낭비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며,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추구했다.
노 씨에게 수험기간에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2022년 경제학 시험 전날이었다. 시험장에서 제대로 풀지 못해 겨우 과락을 면했고, 이후 경제학에 대한 자신감을 잃을 뻔한 그때, 한 선배의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되었다. “관운이라는 게 있다며, 다음 시험에서는 제가 잘할 수 있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하셨어요.” 선배의 말에 용기를 얻어 다시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이듬해 2차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고 올해 최종 합격에 도달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그에게 합격 이상의 큰 교훈을 남긴 말이 있다.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혁규 선수의 인터뷰에서 언급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은 그가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이번 최종 합격을 통해 그는 다시 한번 ‘중꺾마’의 의미를 되새기며, 앞으로도 그 마음을 품고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노승우 씨는 자신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 너무 막연한 미래를 떠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탓에 특정 부처보다는 공직자로서의 역할과 자세에 더 집중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막연한 미래를 미리 정해두기보다, 일단 5급 공채 합격을 통해 사무관이 되겠다는 목표에 집중해 왔다”라고 말하며, 지금은 어느 부처에서 일할지 결정할 때가 아니기에 앞으로의 발령을 기다리며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헌법 제7조 제1항인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는 구절을 마음에 새기며, 이를 바탕으로 공직자로서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위치에서 헌신하고자 한다는 다짐을 전했다.
노승우 씨는 수험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길게 얘기하기보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핵심적인 조언을 담아 차분히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때로는 세상이 모두 의심할지라도, 자신만은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결국 합격할 사람이다’라고 마음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믿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힘든 수험 생활을 이어가는 원동력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면접에서 탈락했던 경험이 있는 그는 같은 경험을 겪은 수험생들에게 특별한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저도 면탈을 겪은 사람이기에, 그 아픔과 고비를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면탈자분이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내 좋은 결과를 이루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감사의 마음, 그들과 함께한 길
끝으로 노승우 씨는 합격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이 많다며,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제 인생의 롤모델이신 부모님과 든든한 하나뿐인 동생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드린다”며 “그리고 오히려 저에게 고맙다고 해주시는, 제가 가장 감사한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모든 친척분께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감사의 마음을 나타냈다.
또 그는 수험기간 내내 묵묵히 곁을 지켜준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5년간 든든한 응원을 보내준 친구들, 그리고 서강대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며 큰 도움을 준 합격생 선배님들과 고시반 동문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쉬운 마음을 담아, 끝내 합격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지난해 성탄절 먼 여행을 떠나신 할아버지께 이 영광을 바친다며, “보고 싶어요 할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노승우(29)‧2024년 5급 공채 재경 수석‧신송고‧서강대 사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