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한 뒤 실전 경험 해보자는 자세로 준비해 동차 합격”
“기초 없어 어려웠던 민소법, 반복해서 읽고 외우며 실력 쌓아”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1차와 2차를 나눠 시험을 치르면서 1차 합격자에게 유예를 주는 시험들이 있다. 대개 1차는 선택형, 2차는 서술형으로 치러지면서 문제의 난도가 높고 공부해야 하는 분량이 방대한 시험들로 변리사시험도 이에 속한다.
수험생들로서는 1차와 2차시험의 유형에 따른 공부 방식의 차이 등으로 인해 병행 준비가 어려운 상황에서 2차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고마운 제도이나 자칫하면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1차시험에 합격한 후 첫 번째 2차 도전에서 바로 합격하는 것을 ‘동차 합격’이라고 하는데 통상 1차시험을 치르고 2차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고 서술형 시험의 답안을 제대로 쓰기 위해 요구되는 공부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동차 합격에 성공하는 이들은 드물다.
이 같은 이유로 생각보다 많은 수험생들이 일찌감치 동차 합격은 포기하고 두 번째 시험을 노리곤 하는데 이게 바로 유예제의 함정이다. 하지만 합격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동차 기간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 최종 합격 여부가 달라진다고. 2024년 변리사시험 최연소 합격자 이윤지 씨의 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단기간 합격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 씨는 “다른 수험생분들에 비해 능력이 출중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가짐 하나만큼은 최고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2차 공부를 시작한 초반에는 1차 점수가 좋았던 터라 ‘나도 동차 합격을 노려볼 수 있겠다’며 자신만만했으나 가면 갈수록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생각을 바꾸어 ‘최선을 다한 뒤 시험장에 들어가는 실전 경험을 꼭 해보자’고 다짐했다”며 “1년 더 공부를 하게 되면 지금보다 아는 내용은 훨씬 많아질 테지만 불안감은 몇 배가 될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오히려 지금이 현재의 내 실력을 발휘하기에는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꼭 합격해야 한다는 마음은 조금 덜고 최선을 목표로 공부를 하니 오히려 더 즐기며 공부할 수 있었다”며 “그리고 워낙 움직이며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고 암기하는 식의 공부를 좋아해서 시험의 방식이 잘 맞았던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최선을 다하는 최고의 마음가짐’으로 공부했지만 결과를 자신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 씨는 “공부하는 내내 합격하는 상상을 했다가도 헛된 꿈인 것 같아 늘 기대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이런 큰 행운이 찾아와 정말 감격스럽다”며 합격의 기쁨을 전했다. 또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앞으로 변리사로서의 삶이 기대되고 합격의 기분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신 주변 모든 분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며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았다.
만 21세로 변리사시험에 합격하는 큰 성과를 낸 이 씨는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 진학해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었다. 학교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편도 아니고 계절학기를 수강하지도 않은 채로 여름방학을 보내고 겨울방학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보내려던 차에 어머니께서 변리사시험 도전을 권유하셨다고 한다.
이 씨는 “과학이 아닌 새로운 분야인 법 과목 공부를 시작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잘 맞지 않으면 다른 길을 알아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변리사시험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1학년 겨울방학 때 민법 공부를 시작으로 수험에 발을 디뎠으나 2학년 1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교 공부에만 열중하다가 여름방학부터 다시 변리사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올해 2월까지는 1차시험 공부에 집중했고 1차시험을 치른 후부터 2차시험을 준비했다.
1차시험 공부는 모둔 인강으로 진행했다. 가장 먼저 민법 기본강의를 들은 후 특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순으로 산업재산권법 강의를 수강했고 법 과목을 공부하다가 과학이 그리워질 때쯤 하루에 한 과목씩 자연과학 과목을 공부했다. 처음에는 집에서 공부를 했으나 점점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스터디카페로 공부 장소를 옮겼다.
1차시험에서 가장 애를 먹은 과목은 산업재산권법이었다. 이 씨는 “특히 특허법, 상표법, 디자인보호법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내용이 많아 헷갈렸는데 매번 조문집을 펼쳐 확인하는 것이 번거로워서 따로 정리표를 만들어 암기했다”고 말했다.
자연과학 중 물리와 화학 과목의 계산 문제를 시간 내에 풀 수 없어 초조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물리는 원래 기본강의를 수강하지 않고 책으로 독학했던 터라 문제 풀이 팁을 얻기 위해 따로 문제 풀이 강의를 수강했다. 화학은 혼자 노력해 봤으나 들인 노력에 비해 시간 단축이 많이 이뤄지는 것 같지 않아서 대신 생물과 지구과학 문제를 최대한 빨리 푸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며 약점을 극복한 방법을 설명했다.
2차 공부는 1차 때와 같이 스터디카페에서 인강을 들으면서 현장GS를 병행했다. 1차 기간 동안 민사소송법 공부를 미리 해두지 않아 민사소송법 기본강의부터 시작했는데 특허법과 상표법 모두를 함께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들어 합격수기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 결과 특허법만 시작하기에는 상표법이 많이 약한 것 같다고 판단한 그는 2월부터 세 과목의 기본강의를 모두 수강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민소법과 특허법은 현장GS를 수강하고 상표법은 스터디에 참여해 온라인으로 GS를 적었다.
선택과목은 전공과 관련이 있는 분자생물학을 골랐는데 시험 범위가 알고 있는 지식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교재를 이용해 독학하겠다는 계획을 변경해 5월부터 인강을 들었고 GS는 교재만 구매해 혼자 작성했다.
2차에는 처음으로 배우게 된 민소법이 가장 어려웠다. 기초가 없으니 암기는커녕 이해부터 난관이었다고. 내용에 대한 이해는 좌절하지 않고 반복해서 읽다 보니 해결이 됐는데 방대한 분량의 암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이 씨는 그날 읽은 내용 중 암기해야 할 사항을 사진으로 찍어둔 뒤 집에 돌아가는 시간, 스터디카페나 음식점까지 이동하는 시간, 잠들기 전 시간을 이용해서 외웠다.
그는 “이런 암기 시간은 어느 정도 이해가 이뤄진 5월 중순부터 가질 수 있었다. 다른 과목만큼 완벽하게 암기할 수는 없었지만 틈틈이 보다 보니 GS를 적을 수 있는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있어도 서술형인 2차시험에서는 이를 답안지에 현출해 내지 못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동차생이었던 이 씨로서는 책을 떼고 답안을 작성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동차생이라는 여건상 내용에는 많은 고민을 들이지 못했지만 가독성과 글씨에 대해서는 신경을 썼다. 필속은 빠른 편이나 글씨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들었기에 답안을 작성하는 중에도 의식적으로 ‘글씨를 예쁘게 쓰자’고 되뇌었지만 그리 나아지지 않아서 결론에 밑줄을 치는 방식으로 가독성을 높였다.
통상적인 수험 시간에 비해 상당히 단시간 내에 합격을 이룬 그에게도 수험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허리와 손목에 통증이 생겨 허리 보호대와 손목 보호대를 차고 생활하기도 하는 건강상의 어려움도 있었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력에 자신감을 잃고 힘들어하기도 했다. 이 씨가 기억하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바로 처음 답안 작성을 시작했을 때였다. 현장 강의를 나가서 보면 너무 잘 쓰는 수험생들이 많았는데 책을 보지 않고는 문장을 써 내려갈 수 없다는 자신이 너무 작게 보였다.
그렇게 위축될 때마다 이 씨는 ‘처음 써보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책을 떼고도 답안을 쓸 수 있게 되고 분량도 점점 늘어갔다. 등수는 낮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발전한 자신을 칭찬하니 점점 의욕이 생겼다.
시험을 치르기 직전에는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던 시기도 있었다. 그는 “정말 고역이었지만 평소 하던 대로 ‘다음 1년의 공부를 위해 가장 완벽한 실전 경험을 쌓자’고 되뇌며 스스로 세운 계획을 최대한 이루고자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동차생으로서 겪었던 경험, 느꼈던 감정들은 동차 합격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응원으로 이어졌다. 이 씨는 “동차로 시험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에게 뻔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마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포기하지 않는다고 무조건 합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행운은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만 찾아오는 것은 확실하다. 언제나 건강 챙기시고 파이팅 하시기를 바란다”고 힘차게 응원했다.
‘최선을 다하는 최고의 마음가짐’으로 목표를 달성한 이 씨는 이제 새로운 시작으로 나아간다. 그는 “다른 합격생분들에 비해 공부 기간이 짧아 여러모로 아는 것들이 많이 부족할 것 같다. 그런 만큼 앞으로 관련된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 보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공부를 하던 내내 최선을 다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비해 너무나 큰 행운이 찾아온 것 같다. 내가 받은 행운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베풀면서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역량과 열정을 갖춘 변리사로서 베푸는 삶을 사는 이 씨의 미래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변리사시험에 도전하고 최연소 합격이라는 큰 성과를 내기까지 곁에서 응원하고 힘이 되어 준 이들에게 진심이 가득한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가장 먼저 똑똑하게 변리사 시험을 권유해 주시고 늘 응원해 주신 엄마, 항상 스터디카페까지 데려다주시던 아빠, 시험 전날 묵묵히 응원해 주던 오빠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쉬는 날이면 늘 할 것 없는 절 만나서 놀아줬던 친구와, 공부하기 싫은 날 같이 나와서 공부해 주던 친구들에게도 너무나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