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의 감정평가 인사이트 2] 시장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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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의 감정평가 인사이트 2] 시장 해석
  • 이용훈
  • 승인 2024.05.1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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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이용훈</strong> <br>㈜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이용훈
㈜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이스라엘의 율법 등은 구전됐다. 소리가 문자를 앞서듯, 성문화된 율법서가 등장하기 전 조상의 입을 통해 상당수의 규정이 후대에 안전하게 전달됐다. 구약성경 신명기(21장 18절-21절)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사람에게 완악하고 패역한 아들이 있어 그의 아버지의 말이나 그 어머니의 말을 순종하지 아니하고 부모가 징계하여도 순종하지 아니하거든 그의 부모가 그를 끌고 성문에 이르러 그 성읍 장로들에게 나아가서 그 성읍 장로들에게 말하기를 우리의 이 자식은 완악하고 패역하여 우리 말을 듣지 아니하고 방탕하며 술에 잠긴 자라 하면 그 성읍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돌로 쳐 죽일지니 이같이 네가 너희 중에서 악을 제하라 그리하면 온 이스라엘이 듣고 두려워하리라”

불효자식보다 더한 망나니 같은 자식을 참수(?)하는 두려운 율법 규정이다. 그런데, 망나니 같은 놈이라도 심판을 면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은 없을까?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규정에 모든 상황을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부득불 해석의 과정이 개입한다. 성경 해석 역사도 장구할 수밖에. “듣지 않는다 했으니 귀머거리 자식은 예외” 라고 해석한 이가 있다. 듣고 보니 말은 된다. 부모 말을 들을 수 없어 순종하지 않는 자녀가 있을 수 있으니.

부동산 시장에서도 해석이 필요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조합원의 추정분담금을 정비구역 지정 위한 정비계획 수립 당시부터 검토해야 한다. 공사비가 엄청 올랐다. 필자가 검토한 사업장의 추정 비례율이 60-80%에 이르는 곳이 수두룩하다. 정비사업 비용을 공사비와 기타사업비로 분류할 수 있는데, 후자는 전자의 5-60% 정도다. 공사비가 3-4년 전에 비해 두 배 가량 뛰었으니, 어마어마한 비용 증가다. 분양가를 그에 비례해 올리지 못하면 조합원이 손해를 감수하고 재건축을 해야 할 판이다. 시중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인건비도 공사비도. 이런 현상을 보면, 사업성 높은 몇몇 구역 외에는 재건축사업이 지지부진하겠거니 짐작할 수 있다. 이게 정상적인 해석이다.

며칠 전부터 회사 게시판에 전체 알림이 뜬다. 공지사항 목록 중 유독 ‘주의’표시가 돼 있다. 감정평가 법인 중 몇 곳이 시중은행으로부터 업무정지 징계를 받았단다. ‘당분간 당신네 평가법인은 이용하지 않겠다’는 청천벽력이다. 평가법인의 담보평가 의존도가 작지 않아 해당 법인은 당황스러웠을 터. 사유를 보니, 지식산업센터 내 지원시설 평가업무 관련 현장조사 해태(할인분양 및 공실 등 미확인) 및 신의칙 위반(할인분양 등을 감정평가에 미반영)이란다. 코로나시기 지식산업센터 공급은 급증했다. 수익성 부동산으로 계약금 외에는 중도금 잔금을 대부분 대출받을 수 있어 초기 투자금이 낮고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다. 잔금을 납부할 준공시점에 분양가보다 낮은 급매물이 쌓이고 있으니, 금융기관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할인분양이 일반이고 마피거래도 상당하다. 그런 물건을 분양가 수준에서 담보평가해서 금융기관의 부실에 기여한 평가법인에 대한 응징이다.

시장에서 부실 PF사업장의 정리 소식도 들린다. 자금 투입 소식도 있다. 일단은, 시장이 냉각된 점을 전제하고 옥석을 가릴 것이다. 사업성 없는 곳은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알아서 정리되도록 해야 한다. 공매를 통해, 눈높이를 낮춘 새로운 투자자가 사업장을 인수하는 과정이 한참 진행될 것이다. 감정평가업계는 시장에 순응해야 한다. 시장이 꺾였으면 꺾인 대로 시장 가격수준을 담아야 한다. 일부 대출기관에서 담보평가를 한 법인에 공매평가를 의뢰하기도 한다는데, 그 의도가 뻔하다. 이미 시장가격은 담보가격 아래로 곤두박질했는데, 공매가격은 담보가격 이상에서 출발하고 싶은 바람이다.

감정평가의 결과물이 시장을 거스를 필요가 없다. 억지로 맞추다보면, 근거가 없는 선언적인 보고서가 될 위험이 다분하다. 다짜고짜는 없다. 덮어놓고도 안 된다. 시장 증거에 역행할 때 후폭풍이 도사린다. 통계는 인용하고 시장상황은 해석해야 하지만, 통계에 동떨어진 해석은 피차 피곤하다. 필자가 보기에, 대출 연장이나 대환 과정에서 시장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담보평가액이 마냥 올라가는 현상이 의아할 따름이다.

이용훈
㈜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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