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의 감정평가 인사이트 12] 상식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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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의 감정평가 인사이트 12] 상식파괴
  • 이용훈
  • 승인 2024.10.1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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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이용훈
㈜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남녀가 결혼을 하고 난 다음에, 남편이 아내에게서 수치스러운 일을 발견하여 아내와 같이 살 마음이 없을 때에는, 아내에게 이혼증서를 써주고, 그 여자를 자기 집에서 내 보낼 수 있습니다.”

구약성경 신명기 ‘이혼증서’가 등장한 순간이다. 수치스러운 일이 무얼 의미하는지, 이혼증서의 필수 기재사항이 무엇인지까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그런데 한참이 지난 뒤 이혼증서는 한 번 더 언급된다.

“내가 너희 어머니를 쫓아내기라도 하였으냐? 내가 너희 어머니에게 써 준 이혼증서가 어디 있느냐? 내가 너희를 채권자에게 팔아 넘기기라도 하였느냐? 이것 보아라, 너희가 팔려간 것은 너희의 죄 때문이다.”

구약성경 이사야서는 이스라엘의 바벨론 포로기간 70년의 배경을 해명하고 있다. 무고한 피해자로 생각하는 백성에게 ‘이 상황은 네가 자초한 거야’ 말한다. 여기서 등장한 이혼증서는 당시 배우자의 유책사유가 있을 때 쫓아 보내기 위한 정당한 카드로 활용됐음을 짐작케 한다. 예수 당시는 초심을 잃은 듯하다. 지도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예수에게 이렇게 질의한 걸 보니. “무엇이든지 이유만 있으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 ‘수치스러운 일’을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수많은 남편들이 그려진다. 상식을 폐기한.

드라마, 영화, 소설 다 허구다. 그러나 개연성이 허구를 떠받치고 있다. 독자, 시청자는 허구인 걸 알고 있지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그럴듯해 그들의 상식센서를 자극하지 않는 것. 적당히 작위적이란 말. 그러나 지나치게 작위적이면 반감이 커진다. 한 음악 프로그램을 보다가 중도에 그만 본적이 있는데, 관객의 과장 반응을 본 뒤다. 좋은 노래를 들었을 때 환호하고 열광하는 건 당연지사. 그런 반응을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담으면 오죽 좋을까. 가만히 있다가 카메라 받으면 마치 사전에 지시받은 듯 눈을 지그시 감고 황홀한 척한다. 어처구니없다. 스토리가 작위적인 것과 반응이 작위적인 건 다르다. 상식적이어야 공감이 된다.

tv프로그램 상당수 예능도 작위적이기 그지없다. 또 홀로 사는 혹은 결혼 정리하고 혼자 된 이를 다룬 프로그램이 득세한다는데, 스포트라이트는 화목하고 아름다운 가정을 여전히 꾸려가고 있는 성숙한 이들에게 돌려야 하지 아닐까. 언론기사는 어떤가. 이혼소송 중인 한 부부의 다툼을 특보인 양 연일 중계한다. 오랜 기간 묵묵히 가정을 지키고 다음 세대인 자녀를 잘 키워낸 평범한 가정에게 돌아가야 할 관심이 가정생활에 실패한 이들에게 쏠리는 게 못내 아쉽다. 필자에게 현 풍토가 상식적이지 않아 보인다. 아내에게 우스갯소리로 10년 안에 틀림없이 방송에 나올 사건 하나 예견했다. 반려견과 아이 한 명이 동시에 계곡물에 휩쓸렸을 때 남의 가정 아이 대신 내 가족 반려견을 구하려고 뛰어드는 우리 이웃의 얘기. 그게 상식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이 올까 두렵다.

그래도 감정평가 인사이트인데 상식 얘기만 하다가 끝맺는 건 도리가 아니다. 최근, 필자의 상식센서를 건드린 건 특정 지역의 ‘그 밖의 요인 보정치’다. 공시가격이 시가가 아니라는 것 또 시가가 될 필요가 없다는 것 인정한다. 그런데, 과표로 활용되고 있는 이상 지역별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춰야 하는 건 상식이다. 토지의 감정평가에 표준지 공시지가를 활용한다. 시가가 아닌 표준지의 가격을 시가로 보정하기 위해 감정평가 산식에 포함시킨 항목 ‘그 밖의 요인 보정치’는 과표의 현실화율을 우회적으로 나타낸다. 지가가 급등한 지역은 한동안 현실화율이 조금 낮을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방치하면 격차는 한없이 벌어지고 그대로 수년이 흐르면 손 못 댈 정도로 벌어진다. 그런 지역이 서울에 떡하니 있어서 놀랐다. 서울 한 복판 공시가격이 시가의 1/5 내외라면 비상식적이지 않은가. 세상에!

글을 맺을 무렵, 요즘 시대 상식적이지 않을 그러나 심히 반가운 소식 하나 접수. 50대 들어선 옛 동료의 출산 소식이다. 신의 기적이라고 축하하며, 마음껏 축복해 줬다. 50세에 돌잔치를 맞을 그 부부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이용훈
㈜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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