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의 감정평가 인사이트 11] 격차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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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의 감정평가 인사이트 11] 격차 해소
  • 이용훈
  • 승인 2024.09.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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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이용훈
㈜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선견자는, 여기를 떠나시오! 유다 땅으로 피해서, 거기에서나 예언을 하면서, 밥벌이를 하시오. 다시는 베델에 나타나서 예언을 하지 마시오. 이곳은 임금님의 성소요, 왕실이오.”(아모스서 7장 11-13절)

어떤 분위기일까. 저 아래 지방 촌구석에서 올라 온 사람이 도심 한 복판에서 다 듣도록 ‘죄악으로 점철된 이곳은 신의 심판을 받아 멸망할거야’라고 말했을 때, 기득권자가 이를 듣고 비웃는 장면이 떠오른다. 행색 허름한 블루컬러와 말끔히 양복 빼 입은 화이트컬러의 대비, 시골 여관 복도와 도심 5성급 호텔 로비의 격차가 느껴진다.

격차를 해소하려는 우리의 바람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기업도시 및 혁신도시 조성,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공항 신설 및 철도연결 등은 지방에 인구 밀집을 유도할 거점을 마련하려는 노력이다. 도심과 지방의 생활 수준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다. 교육 격차는 어떤가. 강남, 대치동에 주말마다 밀려드는 지방 거주 수험생과 학부모를 보면, 그 쏠림의 정도가 대단하다. 수능의 EBS 연계 강화, 공교육 정상화 등을 외치지만, 압력 차가 있으면 공기 유입은 불가피하듯, 사교육 위력은 교육 격차의 크기에 비례한다.

감정평가업계와 영역에서는 어떤 격차가 있을까. 신입 평가사는 대형법인을 선호하고 특히 본사 근무를 희망한다. 접수된 입사지원서 숫자가 이를 대변한다. 면접 때마다 항상 묻는다. 연고지에 가지 않고 왜 본사로 왔느냐. 다양한 물건을 평가해 볼,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볼 기회가 많다고 답변한다. 더 솔직한 대답은, 지방에 살기 싫어서다. 도심에서 누릴 문화적, 교육적, 환경적 이점 때문이다. 좋은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도 높단다. 더 들여다보면, 부동산가액 영향 때문일지도. 감정평가 수수료는 대부분 종가제로, 같은 업무를 해도 다루는 부동산가액이 커지면 수수료가 늘어난다. 증여세 산정을 위해 아파트를 평가하는데, 강남 아파트가 지방 아파트 가격의 몇 배 내지 몇십 배라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지켜지지 않는다. 가격 격차보다는 작겠지만 수수료 격차가 꽤 난다.

감정평가사 간 정보, 경험, 수행능력의 격차를 없애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협회에서는 수시교육과 자료 발간에 힘을 쏟는다. 감정평가기준위원장인 필자에게 25년 법원감정인으로 새롭게 일할 분들 교육을 요청했는데, 교육 내용은 최근 법률 제·개정 내용과 질의회신 등이다. 협회에서 발간한 매뉴얼, 자료집과 더불어 업무 연락을 통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이유는, 감정평가서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지난 10년간 감정평가보고서의 품질이 상당히 향상됐는데 연도별 보고서를 쭉 배열해 놓으면 피부에 와 닿는다.

감정평가가액에서의 격차는 어떨까. 감정평가액의 품질은 유지되고 있는 걸까. 최근 한 공단 내 공장을 평가할 일이 있어 가격자료를 쭉 나열해 봤다. 도면에 가격자료를 입혀서 출력해 들여다보니, 참 씁쓸했다. 거래가격과 감정평가가액의 격차가 눈에 띌 정도다. 한두 개 평가사례가 아니라 평가사례 군집이 그렇다. 이 지역은 시가와 평가액의 격차가 상당했다. 시장가치의 추계결과와 시장가격이 괴리될 이유는 없는데. 가격심의위원회에 올라 온 또 다른 평가 예정 건은, 지난 2년 전 평가액에 비해 15% 가격이 올랐다. 그런데 바로 옆 규모 비슷한 유통시설 부지는 NPL공매로 평가됐는데 2년 전 담보가액 대비 10% 가격이 낮아졌다. 수백억 원 대의 유통시설 부지가 주인을 못 찾고 공매의 대상이 됐고 공개매각가격이 전전년도 담보가액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인접한 대상 토지 역시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을 텐데 담보가치가 올랐다고 평가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필자는 지역, 교육 격차보다 불합리하게 형성된 평가액 간 격차가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용훈
㈜대화감정평가법인 파트너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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