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제기 55건 중 ‘로봇’문제 40건 집중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지난 5일 치러진 5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PSAT 정답가안에 대한 이의제기가 종료된 가운데 상황판단영역의 한 문항에 이의제기가 집중돼 정답변경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일 이의제기를 마감한 결과, 총 13문항 55건의 이의제기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는 언어논리영역에서 8문항 10건, 자료해석영역에서 3문항 4건, 상황판단영역에서 2문항 41건이다. 이 중 40건이 상황판단영역의 한 문제에 몰려 수험생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문제는 4책형 36번(5책형 16번)이다. 해당 문제는 ‘36개의 로봇 중 가장 빠른 로봇 1, 2위를 선발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경기 수’를 묻는 ‘최적화 문제’ 유형으로, 이 표현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해당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 40건 중 39건은 정답가안 ②에서 ①로 변경을 요구한 반면 1건은 정답가안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
논란이 된 유형의 문제는 ‘반드시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반드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작업 방식 중 가장 최적화된 작업 방식을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특정한 결과값’을 요구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이전에 출제된 PSAT 문제 중의 최적화 문제들도 단 한 가지의 최적화된 작업 방식을 설계할 수 있고 이렇게 설계된 작업 방식에 의해서만 문제가 요구하는 경우를 찾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즉, 조건에 맞게 설계된 최적화된 작업 방식 외의 방법을 통해서는 문제가 요구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제3의 경우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논란이 된 문제에서는 ‘제3의 경우’(7회의 경기)가 발견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정답가안에 따르면 최소 8회의 경기를 치러야 1, 2위를 확정할 수 있는 것이 된다.
반면 이의제기를 한 수험생들은 ‘7회의 경기’에서 1, 2위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 경기 수를 물었기 때문에, 1, 2위인 로봇을 반드시 확정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그 방법에 의해 1, 2위인 로봇이 확정되는 한 가지 예를 찾을 수 있고 그 경우 경기 수가 최소라면 그것이 정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최적화 문제’는 제시된 상황 내에서 ‘목적 달성’을 위한 최적의 작업 방식을 설계하고, 설계한 작업 방식을 수행하여 목적을 달성했을 때 확인되는 극단값(최소 시간, 최소 비용, 최대 수익 등)이나 특정값(2번째 값, 절차상 2번째의 것, 2위가 되는 것 등)을 찾도록 요구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최적화 문제’를 만들거나 풀 때에는 목적을 반드시 달성할 수 있는 작업 방식을 설계해야만 하고, 설계한 작업 방식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경우 중 문제가 요구하는 경우 한 가지를 정답으로 한다. 이같은 사고 과정을 통해 문제를 풀었을 때 반드시 확정적인 하나의 작업 방식과 정답이 도출된다.
해당 문제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문제의 발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있다. 해당 문제는 “가장 빠른 로봇 1, 2위를 선발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경기 수”를 묻고 있는데, 이것은 ‘1, 2위를 선발한다는 목적을 반드시 달성할 수 있는 최적화된 작업 방식을 설계하여 시행했을 때, 1, 2위가 명확히 가려질 때까지 시행되는 경기 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문제의 기본 취지에 부합한다.
그러나 해당 문제는 ‘최적화된 방식의 설계’라는 기본 취지가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지는 않다. 이 때문에 이 문제를 경우를 따지는 문제로 오해할 여지가 생겼고, 이렇게 이해한 응시자들이 “7회의 경기만으로 1, 2위인 로봇이 확정되는 경우가 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가 없기 때문에 필요한 최소 경기 수는 7회이고, 8회는 충분한 경기 수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번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와 관련 상황판단영역의 전문가인 프라임법학원 하주응 강사는 “이의제기한 수험생들의 주장을 간단히 배척해 버리기 어려울 정도로 나름의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발문의 표현을 조금 더 명확히 하거나 조건을 추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는 일반적 전제를 명시하거나, 어떠한 방법에 의해서도 제3의 값이 나타날 수 없도록 조건과 상황을 더욱 주의해서 설정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반드시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일반적 전제는 이와 같은 유형의 문제에서 당연히 고려되어야 하는(문제의 전체 맥락에 의해 당연히 파악될 수 있는) 사항이므로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면 발표된 정답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PSAT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는 출제자와 출제자가 아닌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답확정회의를 거쳐 오는 18일 최종 정답이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