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미 제23회 입법고시 수석/재경직/서울대 경제학부
Ⅰ. 들어가며
작년 입법고시 2차를 보는 중에는 여의도가 벚꽃축제 중이어서 꽃구경 온 연인들이 많아, 부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일년이 지나 올해는 제가 여유롭게 꽃구경을 갈 수 있게 되었다니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지난 수험기간을 돌아오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수험생활이기에 잘못된 정보만 전해드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되지만, 공부하시다가 봄내음과 함께 차나 한 잔 하시는 시간에 여유롭게 읽으실 수 있는 글이 되길 바라며 시작하겠습니다.
Ⅱ. 수험기간 회고
1. 2004년 10월 ~ 2005년 6월 : 호기심과 열정의 기간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고시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후, 이 당시에는 1차에 한국사와 헌법이 있었기 때문에 1차 준비부터 들어갔습니다. 1월에 본 입법고시 1차를 운 좋게도 합격한 뒤, 그 해 입시 2차 시험장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험장을 올림픽정신으로 매일 갔습니다. 이 때 사람들의 답안 작성모습과 시험장에서의 치열함을 경험한 것이 2차 공부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입시 2차를 보고나니 고시 공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입시가 끝난 이후부터 3순환 학원 강의를 따라가며 그 해 행시를 준비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잔머리를 활용하여 이해보다는 두음문자 중심으로 암기위주의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역시 행시 2차 시험장에서 실력의 부족을 경험하였습니다.
2. 2005년 10월 ~ 2006년 6월 : 자신감의 획득, 그러나 과욕의 실패
행정고시 2차 성적이 발표 날 때까지는 그동안 하지 못한 것들을 마음껏 하면서 재충전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처음 본 행시 2차 결과가 발표가 났고 불합격이었지만 합격선에 근접한 점수였기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다음해에 입시를 합격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시 본격적인 공부에 들어갔습니다. 정경호 행정학 2순환을 들으며 2차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차는 입시대비 스터디를 통하여 매일 학원 모의고사를 풀면서 대비했습니다. 그 해, 다시 입시1차를 합격하였고, 이번에는 꼭 합격하겠다는 욕심으로 친구와 둘이서 스터디를 통해 하루에 두 과목을 정리해가며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하루에 두 과목을 보기 위해 수면 시간을 무리하게 줄인 결과 마지막에 컨디션관리를 못하여 결국 온갖 약을 먹어가며 시험을 겨우 보았고, 시험이 끝난 후에는 누적된 피로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인해 응급실에 실려가 병원 신세를 며칠 동안 지게 되었습니다. 시험결과는 당연히 불합격이었습니다. 아픈 몸을 추스른 후 다시 마음을 잡고 신림동으로 돌아오니 이미 행정학 3순환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행시 2차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행정학은 서브를 만들어가면서 공부하였고, 행정법은 매일 1시간씩 성봉근 강사의 리마인드 특강 테이프를 반복해서 들으며 정리에 치중했습니다. 그러나 선택과목을 바꾼 결과 국제경제학 공부가 미진하였고, 실제 시험장에서도 국제경제학답안에 잘못된 내용을 두 페이지나 쓰고 난 후 엑스표시로 지우면서 올해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행정고시 2차 시험이 끝난 뒤에는 고시를 그만두어야 하는 가에 대한 생각으로 공부를 하지 못하고 한참을 보냈습니다.
3. 2006년 11월 ~ 2007년 3월 : 희비가 엇갈린 기간
행정고시 2차 발표 날에는 마음을 비우고 고시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위해서 정동진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일출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바닷가 경치를 구경하며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던 중 2시에 문자한통이 왔습니다. 담담한 마음으로 열어보니 결과는 뜻밖에도 합격이었습니다. 너무나 기쁜 마음에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면접스터디를 구하여 3차를 준비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토록 연습을 했건만 실제 행정고시 3차 면접장에서는 울어버렸고, 결과는 당연히 불합격이었습니다. 또 한 번의 고배를 마시고 나서 고시는 저의 갈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였지만, 2차 합격 후 너무나 좋아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후회 없이 한 번만 더해보겠다고 다짐하고 바로 신림동에 방을 잡고 올라와 1차 공부와 2차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1차는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신 분들과 함께 스터디를 통해 학원모의고사를 풀었고, 이는 심적으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입시 1차를 보기 전까지 하루에 5회 정도의 분량의 모의고사를 시간에 맞추어 계속 풀었습니다. 2차는 스터디를 통해 답안 작성의 감각을 회복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중 입시 1차를 합격하게 되었고, 입시 2차 스터디를 통해 2차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1차와 2차의 간격이 한 달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 2차과목을 간단하게라도 모두 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행정학은 작년에 만들어놓은 서브를 반복해서 보았고, 행정대학원 기출문제와 학원모의고사문제 중심으로 답안 작성 연습을 하였습니다, 행정법은 다시 교과서로 돌아가 홍정선 교수님의 책을 일회독하며, 지난 사시와 행시 및 입시의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공부하였습니다. 경제학은 매일 밤에 김진욱 강사님의 작년 3순환 강의 동영상을 빠르게 들어 기억을 재생하였습니다. 재정학은 서브 중심으로 일회독 하였고, 국제경제학은 작년도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서브를 만들어가면서 미진한 부분들을 정리했습니다. 세 번째 입시2차 시험을 치루고 난 후, 이제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합격소식을 들었고, 면접은 작년 행정고시 3차 경험을 되살려 최대한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임하였고, 최종합격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Ⅲ. 과목별 공부방법과 기타 문제들
1. 과목별 공부방법
(1) 경제학
경제학은 이준구 교수님의 미시경제학과 정운찬 교수님의 거시경제학을 기본으로 하였습니다. 강의는 김진욱 강사의 강의를 들었고, 경제학 ZIP에 내용을 추가하는 식으로 단권화 하였습니다. 김진욱 강사의 문제묶음집을 반복해서 풀면서 차별화되고 체계적인 풀이 방식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2) 행정법
행정법은 홍정선 교수님의 행정법특강을 보았고, 성봉근 강사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사례집은 이재화변호사의 사례집과 김연태 교수님의 사례집을 보았습니다. 행정법은 고시계와 고시연구 등의 고시잡지에 나온 교수님의 사례풀이를 통해 빠진 부분을 정리해나가는 것을 병행했습니다.
(3) 행정학
행정학은 2006년 정경호 강사님의 3순환 기간 동안 새행정학과 행정학의 새로운 이해와 모의고사 최고답안 및 실전중심행정학 등을 통합하여 서브를 만들었습니다. 사례는 신문을 볼 때마다 쓸 만한 내용을 핸드폰에 메모나 문자로 저장해놓고 매일 반복해서 보고, 답안을 쓸 때마다 적용할 수 있는 사례가 있는가를 검색해보면서 활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평소에 한국 행정의 문제와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4) 재정학
다른 재경직분들은 재정학에 부담을 갖지 않으시지만, 저는 재정학이 가장 자신이 없던 과목이었습니다. 그래서 반복해서 서브를 만들어 가면서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처음에는 문종숙님의 서브와 이준구 교수님의 재정학 책을 합하여 서브를 만들었습니다. 그 후 이만우 교수님의 신공공경제학과 전영섭 · 나성린 교수님의 공공경제학, 임봉욱 교수님의 연습문제 등을 추가하여서 서브를 보완해나가는 방법으로 공부했습니다.
(5) 국제경제학
고시공부 첫해의 선택과목은 통계학이었지만 두 번째 시험부터는 선택과목을 국제경제학으로 바꾸었습니다. 작년 행시에서 국제경제학의 낮은 점수를 보완하기 위하여 올해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김인준 교수님의 책을 중심으로 하고 김신행 교수님의 책을 보완하여 공부했습니다.
2. 기타 수험에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들
(1) 스터디
스터디의 효용에 대하여는 개인차가 있지만, 저는 스터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편입니다. 제 성향이 독서실에서 문 앞자리를 가장 선호할 정도로 한 곳에 오래앉아서 진득하게 공부를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고, 또한 아침잠이 많은 타입이었습니다. 오전 스터디를 통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유인을 갖게 되었고, 혼자 공부를 하다가 잠깐씩 다녀오는 스터디는 공부에 지루함을 없애주었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친구집 놀러가는 기분으로 여러 독서실의 스터디실을 다니며 심심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답안 작성을 꾸준히 할 수 없고, 저처럼 약간 부산스럽게 공부하시는 분이라면 스터디를 적극적으로 하시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2) 서브 만들기
저는 서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기본서의 내용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서브의 내용에 매몰될 경우에는 잘못된 내용을 반복해서 공부하는 우를 범할 수 있고, 서브에 내용이 있으므로 외우지 않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서브의 장점은 내용을 정리해 놓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과정에서 생각이 정리된다는 것에 있는듯합니다. 따라서 서브를 만드시는 경우에도 계속적으로 교과서를 읽어주시면서 서브를 보완해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Ⅳ. 마음가짐
고시 공부를 하면서 제일 두려웠던 점은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넘치는 자신감으로 도전하였지만, 계속되는 실패는 도대체 어디까지 공부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특히 제게는 고시 합격이 신기루 같았습니다. 손에 잡힐 것 같지만 막상 잡으려고 치면 사라져 버리는 느낌을 받았고, 작년 행시 3차에서 불합격한 뒤에는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피해가 될까봐 태연한 척 하였지만, 어느 날 독서실에서 잠깐 졸고 일어나보니 제가 자면서 눈물을 흘려서 책이 모두 젖어있었습니다.
지금 많은 분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가지고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1차에 대한 불안감과 학원모의고사의 최고답안을 볼 때의 좌절감, 그리고 작년의 불합격의 아픔들로 힘들어하는 많은 분들께 지금의 아픔은 곧 기쁨이 되실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원망과 후회는 하면 할수록 자신을 힘들게 할 뿐인 것 같습니다. 현재 시간에 충실하시고 지금의 힘든 시간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절대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사랑만은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드실 때에는 참으려고 애쓰지 마시고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 가벼운 맥주 한 잔, 부담 없는 영화 한 편 등을 통하여 기분을 전환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이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올해 합격의 영광을 누리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Ⅴ. 감사의 말을 전하며
사랑하는 부모님과 외할머니께 제일 먼저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귀여운 동생, 방글이와 지혜에게도 합격의 영광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시험 때마다 빠지지 않고 격려해준 민경이에게 앞으로 좋은 일만 함께하길 바라고, 함께 공부했던 순영이, 세건 오빠, 진우 오빠, 성우 오빠, 준승 오빠, 정원 오빠, 병성씨, 미강씨, 상은씨, 진아씨, 성래씨 모두 알게 된 것이 행운입니다. 가장 힘들 때 큰 도움이 되어준 상훈 오빠, 준동 오빠, 혁모 오빠, 우철 오빠, 선주언니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연락 자주 못해서 미안한 사랑하는 친구들 연희, 진주, 영숙이, 경원이와 외교/나침반 동기들과 소중한 후배인 형준, 세진이 그리고 일일이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합격을 축하해 주시고 힘이 되어 주셨던 모든 분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