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작은 책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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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작은 책방에서
  • 최용성
  • 승인 2024.10.0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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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성 변호사·법무법인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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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즐겨 읽는 책 중에는 작은 서점에서 산 것이 꽤 많다. 집 근처 동네 책방뿐만 아니라 일 또는 약속 때문에 지나가던 길에 들른 작은 책방들, 그리고 여행지 작은 책방들에서 산 책들이다. 인터넷서점 책 소개나 추천, 검색을 통하여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었던, 좋은 책들을 주로 작은 책방에서 만났다.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은데도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책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좋은 책을 만날 확률이 높아진 것일까. 아니면 좋은 책을 가져다 둔 주인장의 내공 덕분일까. 혹은 인터넷서점과는 달리 직접 손에 종이책을 들고 페이지를 넘어가면서 내용을 종횡무진―아무래도 전자책으로는 종이책과 같이 여기저기 순서 없이 동시에 살피기가 그리 쉽지 않다―살필 수 있기 때문일까. 또는 실물을 봐야 그 책이 잘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일까. 뭐, 이 모든 것이 함께 작용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저 우연이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렇게 내게 다가온 소중한 책들은 작은 책방의 아기자기한 사랑방 같은 분위기와 함께 추억의 일부를 이룬다. 예를 들면, 리영희 선생(대담 임헌영)의 <대화: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은, 의정부지방법원 재판으로 지나가는 길에, 의정부 북부전철역 근처에 있는 작은 책방에서 주인장과 ‘대화’를 하며 구하였다는 식으로,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알라딘 같은 인터넷서점을 통하여 산 책들이 훨씬 더 많고 이들도 좋은 책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 책들은 작은 책방들에서 구매한 책들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주로 언론이나 MD 등 다른 누군가가 추천한 책들을 주로 인터넷서점에서 사는 반면, 작은 책방에서는 내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책들만 산다는 것이다. 타인의 취향이나 추천에 구애받지 않고 순전히 내 판단으로만 책을 고를 수 있는 것은 작은 책방의 최대 장점이다(물론 논리적으로는 인터넷서점도 이런 식으로 책을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으므로 일반화할 수 없고, 내 경우에만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때에 따라서는 책을 정말로 사랑하는 주인장을 만나, 숨은 고수의 서평을 들을 기회도 생긴다. 이것이 매체의 추천과 결정적으로 구별되는 지점은, 책방 손님인 나와 주인장 사이에 서로 생각을 나누는 대화의 시간, 즉 소통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그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것으로 작은 책방에서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그러나 갈수록 주변에서 작은 책방을 보기 어렵다. 지금 내가 사는 곳 어디엔가도 강호의 고수가 은둔하여 운영하는 동네 책방이 있을지 모르지만 오가면서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책방은 나름대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저런 다양한 작은 책방에 관한 따뜻한 기사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작은 책방들은 동네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작가들을 초대하여 독자와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며, 크고 작은 문화행사를 열기도 하며, 특정한 영역의 책을 선호하는 공간으로 특화되기도 하니 말이다. 이것은 멸종위기에 몰린 작은 책방을 지키려는 마지막 몸부림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지원할 가치가 클 터인데, 정부는 ‘지역 서점 문화활동 지원’ 예산(6억 5천만 원. 국가 지원금 예산 전체에 견주어 볼 때 삭감을 생각하기에도 정말로 너무너무 적은 금액이다)을 모두 삭감하였다. 경쟁력 없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는 이상한―경쟁력이 없더라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면 지켜야 한다―논리를 가지고 작은 책방의 멸종을 지켜보기만 해야 할까.

책이 독자와 만나는 곳은 도서관이나 책방이 될 수밖에 없다. 작은 책방은 책으로 집약된 문화생태계의 가장 작은 단위여서 큰 것보다 오히려 더 소중하다. 수익을 볼 수도 없는 환경 속에서 작은 책방을 꾸려가는 주인장들의 열정은, 적어도 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라면, 존경받아야 마땅하고, 그 존경은 공적 지원의 형태로 결실을 거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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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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