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13)-국군의 날 ‘공휴일’과 ‘시가행진’ 논쟁 : 군사력의 다양한 기능과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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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13)-국군의 날 ‘공휴일’과 ‘시가행진’ 논쟁 : 군사력의 다양한 기능과 민주주의
  • 신희섭
  • 승인 2024.10.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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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2024년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가 있었다. 두 가지 점이 눈에 띈다. 첫째, 공휴일이다. 1950년 10월 1일은 국군이 처음 38선을 돌파한 날이다. 이날을 기념해 1956년 제정된 국군의 날은 1990년까지는 공휴일이었다. 이후 34년 동안 국군의 날은 공휴일이 아니었다가 올해 9월 3일 갑자기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둘째, 2년 연속 시가행진을 했다. 정부는 북한의 군사 위협과 한국의 안보 인식 강화를 이유로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시가행진을 열었다. 우리 군의 최신 무기인 현무5 미사일과 KF-21 전투기 등 최신 무기들이 모두 모였다. 2년 연속 진행은 40년 전의 전두환 정부 이후 처음이다. “냉전으로 돌아가냐!” 혹은 “우리가 북한이냐!” 같은 비판들이 나온다.

현 정부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임시 공휴일 지정과 최신 무기 박람회 같은 시가행진이 겹치면서 국군의 날 행사는 국내 정치적 논쟁을 만들었다. 정부의 의도가 좋다고 해도 논쟁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 국내 정치적 불만을 국방력 강화를 통한 국뽕(군사적 민족주의)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닌지,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안보 불안을 오히려 더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냉전을 강화하면서 지지 세력인 극단적 보수파만을 집결하는 것이 아닌지 등등.

묵묵히 안보를 담당하는 이들은 이 상황이 답답할 것이다. 그래서 의도와 관계없이 왜 논쟁이 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논쟁은 군사력의 기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다각적이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군사력기능의 체계적 고려가 우선 되어야 한다.

우선,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아트(Robert Art)의 군사력 연구를 참고할 수 있다. 그는 군사력의 기능을 4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방어(defence) 기능으로 적의 공격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다. 둘째, 억지(deterrence) 기능으로 상대의 1격에 대해 생존시킨 자국의 군사력의 2격을 통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부과해 도발 의지를 꺾는 것이다. 셋째, 강제(compellence) 기능으로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넷째, 과시(saggerring) 기능으로 자국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하지만 군사력의 영향은 좀 더 ‘다각도’이고 ‘광범위’하다. 첫 번째로 대상의 ‘다각도’ 측면을 살펴보자. 군사력은 미치는 영향의 대상이 생각보다 다양하다. 일반적인 생각처럼 군사력은 상대 국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자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상대 국가의 대상도 국가의 정치지도자나 군부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전략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즉 지도자를 대상으로 상대 국가의 머리를 제거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지만, 국민을 대상으로 심장 즉, 사기를 꺾을 수도 있다.

반면 군사력이 자국의 지도자나 자국민용일 수도 있다. 우선 자국 지도자의 군사적 야심을 만족시킬 수도 있다. 군사 무기를 좋아했던 1890년대 이후 독일 빌헬름 2세나 북한 김정은이 대표적이다. 자국민들의 사기를 높이거나 심리적 만족감을 고양할 수도 있다. 인도와 태국처럼 경제발전이 더딘 국가들에서 과도한 비용이 드는 항공모함을 보유하면서 국민이 죽을힘을 다해 세금을 내는 것이다.

다각도 측면에서 합리성과 심리에 호소하는 측면도 다르다. 군사력이 상대방의 이성에 작동할지 심리에 작동할지도 전략으로 구분된다. 당연히 상대 국가가 이성적인지에 따라 결과도 달라진다.

두 번째로 군사력이 작동하는 분석 영역도 다양하다. 군사력은 안보 분야만이 아니라 정치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치적으론 군사력 혹은 외교 협상력을 사용할 것인지를 분별해야 한다. 또 군사력 강화는 경제적으로 전방 효과와 후방효과도 가져온다. 게다가 군사력 강화는 군사문화를 형성하고 정치공동체의 정체성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메이지 시대 군사문화나 한국의 군사정부 시기 군사문화를 보라.

군사력의 기능이 다각적이고 다양하기에 국군의 날 같은 행사는 정치적 논쟁을 필연적으로 가져온다. 이때 정부는 국민이 납득할 만큼의 다양한 근거 제시가 중요하다. 또 비판과 반론의 여지가 매우 높은 만큼 원칙과 근거에 대해 국민과 장기적인 논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도 튼튼한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다. 똑같이 군사 행사를 치러도, 우리가 북한과 다르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왜? 우린 민주주의 국가니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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