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동요를 일으키는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노력”
“어려웠던 과목은 1·2차 모두 세법, ‘선택과 집중’으로 극복”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수험생활 중 최대한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모두 마음에 동요를 일으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계해야 하는 것은 자기연민이다. 특정 상황에 처한 자신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자신의 선택에 의해 발생한 결과이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이었다면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다.”
2024년 공인회계사시험에서 최연소 합격을 차지한 정인서 씨가 말하는 ‘수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노하우’다. 최연소 합격은 대개 단기간 합격이기도 해서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수석보다도 부러운 타이틀이다. 하지만 정인서 씨의 수험기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그의 수험기간은 약 3년으로 그중 4학기는 휴학을 했고 2학기는 학교에 다니면서 수험을 병행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수험에 뛰어들기도 했고 모든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를 단절하고 수험에만 몰두하지도 않았기에 수험기간은 길어졌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선택이었기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정 씨는 인천국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해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처음 공인회계사시험 준비를 시작한 것은 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21년 8월이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회계사라는 직업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는데 동기들과 선배들로부터 다양한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회계사시험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입학하고 한 학기를 보내고 나니 뚜렷한 목표도 없이 눈앞에 놓인 일만 처리하며 사는 것에 회의감을 느낀 정 씨는 본격적으로 시험을 준비해 보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공인회계사 ‘자격증’이라는 단어와 가장 빨리 합격하면 1년 6개월이 소요된다는 말만 듣고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에 막 입학한 새내기에게는 뭔가 쉬워 보였다 보다”라는 그의 말에 미소가 지어졌다.
예상보다 길어진 수험이었지만 마침내 합격에 이르렀다. 그것도 최연소 합격이었다. 정 씨는 “모든 과목의 시험에서 종료 알림이 울리기 3초 전까지 답안을 작성했다. 정답을 적어 올 여유가 전혀 없어서 합불을 정확히 예상할 수 없었는데 최연소 합격이라는 전화를 받고 정말 놀랐다. 장난 전화는 아닌지 물어봤을 정도였다”고 합격 소감을 전했다.
아직 1학년 1학기를 마쳤을 뿐인 새내기 대학생이었던 정 씨는 회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공부를 시작, 6개월간 준비해 1차시험에 첫 도전을 했다. 그는 “사실 이 기간이 수험기간이 길어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초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6개월 동안 결과를 내려고 하니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답을 골라내는 수단을 구축하는 데에만 집중했다는 것. 이 같은 경험에 근거해 정 씨는 “여름 진입 혹은 가을 진입이라는 키워드에 자신을 대입하고 있는 수험생이 계시다면 생각보다 매우 힘든 일임을 알아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씨의 1차시험 준비는 항상 시간과의 싸움이었다고 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가진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양을 소화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모든 시험 범위를 공부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모든 1차시험 때 ‘정부회계, 원가관리회계, 국세기본법, 기타세법, 상법의 기타회사’는 공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일단 기본강의로 접해보고 본인이 해당 내용을 완벽하게 풀어내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배점 대비 너무 길다고 판단되면 버려도 된다. 오히려 애매하게 시간만 투입하고 문제는 제대로 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2차에서는 스터디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정 씨가 가장 먼저 참여한 스터디는 매주 일요일에 재무회계, 세법, 재무관리를 공부하는 대면 스터디였다. 정해진 시간 내에 기출문제에 대한 답안을 작성하고 서로 바꿔서 채점한 후 리뷰하는 과정을 통해 답안을 작성하는 요령을 획득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
그는 “2차시험은 한 과목의 호흡이 긴 만큼 혼자서 매주 시간을 재고 문제를 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며 “각자 잘하는 과목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고 말했다.
회계감사 공부를 위한 ‘말터디’도 적극 활용했다. 정 씨는 “회계감사는 기준서 암기가 중요한 과목이어서 본인이 암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수단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터디원과 함께 3월부터 6월까지 선정한 교재를 4회독 했고 그 결과 교재에 실려있는 내용을 모두 암기할 수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도대체 이 내용들을 어떻게 다 외우나 싶었지만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니 점차 실력이 완성됐다”고 전했다.
매일 정해진 양의 문제를 풀어 인증하는 스터디에도 참여했다. 정 씨는 “확실히 혼자서 공부할 때보다 다른 수험생들과 함께 보폭을 맞추어 나가니 진도가 밀리지 않아 많은 도움이 됐다”고 스터디의 효과를 강조했다.
정 씨에게는 1차와 2차에서 모두 세법이 가장 어려운 과목이었다. 세목이 다양한 만큼 양도 방대하고 주제별로 계산구조뿐 아니라 세부사항까지 암기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다. 정 씨는 ‘선택과 집중’을 해결책으로 택했다.
1차 때는 기타세법에 해당하는 퇴직소득세, 양도소득세, 상속세, 증여세를 모두 공부하지 않았다. 그는 “사실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만 제대로 공부해도 1차시험을 통과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하지만 2차에서는 나머지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기에 방어적으로 접근했다. 오히려 어떤 부분이 시험에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최대한 많은 주제를 공부했다. 정 씨는 “세법뿐 아니라 다른 과목에서도 유사한 고민을 하는 분이 많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극복방법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반복하는 것만이 실현가능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행동들은 사실 돌아가는 길이자 요령에 불과했다. 그냥 계속 반복하면 언젠가는 머릿속에 남게 된다”고 조언했다.
답안 작성에서는 두 가지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글씨를 최대한 빠르게 쓰려고 노력했다. 이번 시험에서도 마지막 3초 전까지도 답안을 썼다고 했던 그는 기출이나 모의고사를 풀 때 시간이 넉넉했던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글씨를 빨리 쓰는 것”이라며 “알아볼 수만 있다면 글씨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글씨를 예쁘게 쓸 시간에 한 자라도 더 답안지에 남기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음으로 헷갈리는 부분이 하나라도 있는 문제에는 오랜 시간을 쓰지 않았다. 정 씨는 “모든 문제를 막힘없이 풀어나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 공부했던 부분인데 막상 시험에서는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고 공부하지 않은 부분이 출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에서 고민하는 데 시간을 쓴다면 아는 문제들을 풀 시간이 부족해진다고 판단하고 문제를 읽다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 경우 빠르게 마음을 정하고 그 방향대로 답안을 작성한 후 다른 문제에 집중했다. 그는 “표시해 두고 다시 돌아오는 것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 씨는 수험생활을 하면서도 수험 외의 생활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수험 기간 중에 가장 힘들었거나 즐거웠던 일 등을 묻는 질문에 “수험 시작부터 올해 1차시험 직전까지 계속 과외를 했는데 스스로 선택한 일이 부담으로 다가와 힘들다는 생각에 혼자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대답했다.
이어 “그래도 계속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집 밖에도 나가고 아직 사회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서 마냥 힘들지 많은 않았다. 울고 웃는 연애도 해보고 친구들, 가족들과 여행도 다녀오면서 즐거웠던 기억도 많이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없었다면 더 빨리 붙을 수도 있었겠지만 후회는 없다”고 자신의 선택과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잠시 쉬거나 살짝 옆길로 걸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걸어간다면 결국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는 믿음은 그와 같은 꿈을 꾸고 도전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응원에도 담겼다. 정 씨는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하루 12시간 공부, 7시간 수면’처럼 이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밤늦게까지 놀다가 4시간만 잔 날도, 공부하기 싫어서 중간에 멈췄던 날도 많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공부 속도가 너무 느린 게 아닌가, 정확히 이해가 안 되는데 그냥 넘어가도 되는 건가, 주어진 기간 내에 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을까 등의 고민도 수없이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끝나는 것이 수험생활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너무 힘들다면 잠시 쉬다가도 다시 마음을 잡고 나아가면서 본인의 목표를 꼭 이루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공인회계사시험이라는 도전을 멋지게 마무리한 지금도 정 씨는 아직 공부할 게 많이 남은 학생이다.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학기가 많이 남은 만큼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수험생활이 끝났지만 또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으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성장해 나가겠다”는 그의 포부에 응원을 보낸다.
최연소 합격에 이르기까지의 수험생활을 돌아보고 새로운 기대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 인터뷰는 정 씨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준 고마운 이들에게 전하는 진심이 가득한 감사의 인사로 마무리됐다.
“먼저 긴 시간 동안 아낌없는 지원과 사랑을 보내주신 부모님, 시험마다 퀴즈를 내달라는 부탁을 군말 없이 들어준 하나뿐인 동생에게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매번 잊지 않고 응원의 말을 남겨준 친구들, 함께 고생하며 공부했던 스터디원들, 모두 너무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합격 소식에 함께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