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100)-‘어찌 됐든, 살아 나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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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100)-‘어찌 됐든, 살아 나아가야지’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8.02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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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어찌 됐든, 살아 나아가야지>

LLTK(필명)

사랑샘 재단을 알게 된 지는 몇 년이 되었다. 그만큼 내가 오탈자가 된 지도 몇 년은 되었다는 의미이겠다. 그동안 본 지원을 알고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음에도 섣불리 지원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과연 지금의 내가 쓸 에세이에 무슨 내용을 넣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마 당시의 나는 분노와 좌절의 모습밖에는 에세이에 담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던 와중에 나도 어느샌가 취업을 했고, 벌써 회사에 다닌 지 수년이 되어간다.

당시 무조건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변호사시험 실패자라는 명찰을 달고 사회에 나간다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왜곡된 생각, 무가치함, all or nothing, 자격증이 없으므로 나는 아무것도 아닌 거라는 바닥을 치는 자존감들 밖에 내 안에 남아있지 않았다. 어쩌면 현실을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제도적 폐해 속에서 10여 년 가까이를 보내다 보면 그런 세상을 깨치고 다른 시각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게 당연했다.

먼저 합격한 친구들의 소식을 들으며, 법 관련된 곳에 계약직이든, 월급이 얼마든 일단 취업을 해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냥 집에만 있다가는 영영 사회로 나가지 못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다행히 어떤 곳은 연락을 주셨고, 일할 기회를 주셨고, 로스쿨 졸업자인 것만으로도 나를 좋게 평가해 주셨다. 정말 두려움만 가득했고 세상의 시선이 무서웠던 내가 새로운 곳에 속해서 기회를 얻고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 것은 그 어떤 친한 친구나 가족의 조언보다 피부에 와닿는 위안이 되었다. 아마도 정말 나를 모르던 사람들이 속한 곳에서 보다 객관적인 사회의 시각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로부터 몇 년 후인 지금, 나는 기업에서 자리를 잡고 일을 하고 있다. 시험을 뒤로 하고 사회인으로 안착하기까지 비록 여러 내적 갈등과 불안감, 버거움 등 몇 년간 공부 외에는 일부러 무디게 만들었던 내 마음에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와 힘든 때도 있었지만 결국은 감사하다는 생각이 나를 나아가게 하고 있다.

물론 아쉽고 속상한 마음이야 이 글을 보시는 분들처럼 나도 어찌하지 못함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속상하다고 밥 안 먹고 안 잘 수 없듯이, 어찌 됐든 살아 나아가야 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막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살아 나아가야 하는 이유에는 어찌 됐든 나, 그리고 나와 같은 처지에 처해있는 얼굴 모르는 변시 전우들이 사회에서 낙오자가 아니라 원래 잘하던 친구이지만 잠깐 돌아서 돌아서 왔을 뿐이란 걸 알리고 싶어서이다.

지금 이글을 보는 분들은 아마도 한 번쯤 자신의 가치를 ㅇㅇ만도 못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주변에서 그게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스스로 느끼지 않으면 극복하기 힘든 감정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만큼 우리는 지력, 체력 그리고 정신력이 이미 고갈될 만큼 고갈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고된 특전사 훈련을 마친 전사들이나 마찬가지이다. 그 누구보다도 한 가지 목표에 집념해 전력을 태워본 경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공부하며 배운 것들이 우리 어디엔가 남아 계약서를 검토하거나 보고서를 쓸 때는 물론, 남들보다 트여있는 시각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도 도움이 될 자양분을 갖추고 있다. 언젠가 긴 인생을 살면서 지난 시간들이 내포해 둔 잠재력이 발현될 시간이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

지난 시간 사랑샘 재단에서 에세이를 쓰시는 분들을 보며 나도 힘을 얻는 때가 많았었고, 이제는 나도 내가 받았던 위안의 경험을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힘을 얻어 이 에세이를 쓰게 되었다. 부족하지만 이 에세이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윤덕 변호사님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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