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36)-기로에 선 미국 변호사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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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36)-기로에 선 미국 변호사 시험
  • 박준연
  • 승인 2024.08.0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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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이번 주에는 뉴욕주 변호사 시험이 실시된다. 나도 로스쿨을 졸업한 그 해 7월 마지막 주에 시험을 치렀다. 로스쿨 모교 3년 과정을 함께 마친 동기들의 시험 합격률은 97% 이상이었고, 합격률로만 보면 대단히 어려운 시험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로펌에서 한 차례 불합격해도 다음 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두 번 불합격하고 나면 로펌에서 변호사로 계속 일하기 곤란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시험 응시자들의 부담은 만만치 않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변호사 시험은 졸업 후 2,3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기에 집중하여 준비하기 때문에 시험 준비 기간 대비 공부량 자체도 꽤 많은 편이다. 미국의 변호사 시험은 UBE(Uniform Bar Examination, 통일 사법 시험)라고 불리는 공통 시험과 각 주에서 관장하는 시험의 두 부분으로 나뉜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는 공통 시험과 주 시험의 내용과 형식을 개선, 변화하고자 하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계기는 팬더믹

미국에서도 변호사 시험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종종 제기되어 왔지만, 현재 진행중인 시험을 바꾸는 것은 (어떤 시험이 되었든 그렇겠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팬더믹으로 비대면 시험이 불가피해졌고, 우려했던 것보다는 큰 문제없이 진행되면서 시험에 변화를 주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 외에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로스쿨 진학자 수 감소로 인한 변호사 시험 응시자 수 감소에 대한 우려, 변호사 자격 부여 과정에서의 형식적 공정성뿐 아니라 실질적 공정성도 고려할 필요성 등이 변호사 시험 개혁 논의의 배경이 되었다.

차세대 (NextGen) 공통 시험의 도입

기존의 공통 시험 UBE는 변호사가 갖추어야 할 능력보다는 단순 암기 능력을 위주로 테스트하는 시험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종종 제기되어 왔다. 이에 대해 2018년경부터 시작된 연구와 준비를 바탕으로 2028년부터 리서치, 고객 관리, 분쟁 해결 등 실용적인 능력에 중점을 둔 차세대 공통 시험이 도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구체적인 포맷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이고 시험으로 응시자의 지식을 테스트한다는 측면에서 차세대 시험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으나, 현실 법무에 조금 더 다가가려는 노력이라는 점에는 다수 업계 관계자가 동의하는 듯 하다.

변호사 시험을 치지 않고 변호사가 되는 루트

이와 더불어, 일부 주에서는 시험 응시 없이 변호사의 감독 하에서 일정 기간 업무를 수행한 후 이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방법을 통해 다양성 및 각 주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시작되었다. 또한 시험 점수 커트라인 근처에서 불합격한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역시 일정 기간 변호사의 감독 하에 업무, 즉 직무 훈련을 실시하도록 한 후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는 주도 있다고 한다.

변호사 업무에 적합한 인재상에 대한 고민

위의 변화를 도입하는 배경에는, 어떠한 인재가 변호사의 직무에 적합한지에 대한 고민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생성 AI로 대표되는 기술 도입의 의미도 크지 않을까 싶다. 내가 변호사 시험을 준비할 때만 해도 (그리고 아마 지금도) 변호사 시험 준비 강좌에서는 중요한 내용은 알파벳 두문자를 써서 외우라고 배웠다. 그러한 공부에 의미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비교적 단순한 법리에 대한 설명은 생성 AI에 의존해도 되므로 변호사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심화된 분석력에 보다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고민은 단지 변호사 시험 관계자뿐이 아니고, 현업에 있는 변호사들 역시 고민을 계속해야 할 문제이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Herbert Smith Freehills’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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