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05)-시민이자 스승 김민기 : 비범과 평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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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일상이 정치(705)-시민이자 스승 김민기 : 비범과 평범 사이
  • 신희섭
  • 승인 2024.08.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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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김민기 선생이 다시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별세 소식으로 선생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된 것이 안타깝다. 나처럼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그를 알게 될 것이고 배우게 될 것이다.

인생에선 평범한 날 중 하나가 매우 중요하고 비범해지는 때가 있다. 내게도 며칠 전이 그랬다. 우연히 김민기 선생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가수, 시인, 지식인, 행동가였던 그가 살아온 이야기는 나를 금방 매료시켰다. 그래서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도 찾아봤다.

미술학도에서 가수가 된 이야기. 다니던 공장 근로자들을 위한 야학 선생님으로 살아온 이야기. 가난한 노동자의 결혼식 축가를 위해 만들었다는 상록수 이야기. 못자리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문화 텃밭으로 일군 소극장 ‘학전’ 이야기. 평생 ‘뒷것’으로 자신을 불렀다는 이야기. 그리고 세상과 이별하는 순간까지 그저 고맙다는 말만을 남긴 이야기.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이런 많은 이야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이글은 김민기 선생을 평하거나 칭송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배운 것을 기록하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나는 ‘선생의 삶’에서 두 가지를 배웠다. 바로 ‘시민’과 ‘스승’이다.

시민.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어려운 공화주의를 잘 몰라도 우리는 어떤 사람이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시민인지 안다. 선생이 살아온 모습은 무엇이 시민이며 시민은 어떻게 사는 것이 시민다운 삶인지를 알게 해준다. 특히 평범과 비범이란 주제를 가지고 말이다.

시민 김민기는 비범하게 태어나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평범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비범한 것인지를 일깨워주었다. 미술학도이자 가수로 그리고 작곡가이면서 제작자로 그는 하늘이 준 다방면의 재능을 가진 천재였다. 그리고 천부적인 재능을 공동체 구성원들과 충분히 나눴다. 특히 다른 평범한 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뒷것’으로의 역할을 기꺼이 자처했다. 비범하지만 겸손하게.

우리 대부분은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간다. 그런데 공동체에는 비범한 능력을 갖추고 태어난 이들이 있다. 그런 인물들은 자신의 비범함을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역사는 이들을 기록한다. 하지만 공동체에는 비범하게 태어나 평범한 공동체를 위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는 사람도 매우 드물지만 있다. 이런 비범한 인물들을 역사는 잘 기록하지 않는다.

시민 김민기가 살아온 삶이 그렇지 않을까! 비범함과 평범함의 공존.

어쩌면 인생 전체는 평범과 비범 사이에 있는 것인지 모른다. 태어날 때는 아기가 평범해도 좋으니 건강히만 태어났으면 한다. 조금씩 커가면 비범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성인이 되어서는 자신이 비범한지 평범한지를 깨우치게 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제발 평범하게 건강히 늙어가기를 바란다.

뻔한 이야기지만 공동체가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비범한 이들과 평범한 이들이 잘 어울려야 한다. 비범한 이들이 판을 만들어 주고, 평범한 이들은 이 판을 즐긴다. 비범한 이들이 역사의 물줄기를 돌릴 때 평범한 이들이 도도히 물줄기가 되어 주어야 한다. 난 척하지 않으면서도 평범한 이들과 같이 살아가려고 한 그의 삶 그 자체가 시민적이지 않은가!

시민 김민기의 삶은 그 자체가 가르침이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그의 삶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삶 자체가 하나의 교육이란 점이다. 많이 배웠지만 배움과 달리 살아가는 이들이 많은 세상! 지식과 지혜가 머리로만 남아있는 세상! 이런 세상에 자기 삶 자체가 하나의 실천이었다는 점에서 시민 김민기는 스승 그 자체다.

여전히 살기 팍팍한 시대다. 힘없고 평범한 시민들이 더 많은 세상이다. 이런 시대에 시민답게 산다는 것. 그리고 실천적 삶을 산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떠난 자리에서도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그는 영원한 스승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단국대 초빙교수/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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