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내용도 다른 접근법으로 공부하며 많은 시간 투자”
“많은 국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봉사하는 공직자 되겠다”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누구든 살면서 몇 번의 특별한 기회를 만나지만 그 기회는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다. 기회라는 것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막연한 행운이 아니라 스스로의 노력과 그 노력으로 쌓은 실력이 있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로 여겨지는 이 말을 현실로 만든 이가 있다. 바로 2022년 5급 공채 최연소 합격의 주인공 김태훈(22) 씨다.
김 씨는 지난해도 행정직 2차 합격자 중 최연소의 나이였지만,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아쉽게도 최연소의 타이틀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의 실패가 전화위복이 돼 올해 최연소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인사혁신처가 공식으로 공개한 최연소 합격자는 행정직에서 00년생으로 10명이다. 하지만 김 씨는 2000년 9월생으로 생년월일 기준으로 보면 윤희수 씨와 1주일 차이로 실질적으로 최연소인 셈이다.
일단 이뤄낸 성과가 놀랍다. 수많은 실력자가 모여 치열하게 경쟁하는 행정고시 재경직에서 불과 1년 반 만에 최종 합격했다. 만약 김 씨가 지난해 면접까지 통과했더라면 6개월 만에 최종 합격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기록했을 정도로 그의 실력을 이미 갖춰진 셈이다.
지난해 ‘면탈’로 재시로 합격과 동시에 최연소의 타이틀도 갖게 된 그에게 합격 소감을 묻자 “지난해 3차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어서 올해도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며 “발표 당일에는 합격 소식만으로도 매우 기쁘고, 감사했었는데 최연소 10명 중 생일이 가장 느리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인터뷰할 수 있게 되어 매우 영광”이라며 소감을 전했다.
전주의 일반고인 완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제학부에 진학해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인 김 씨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재경직 공무원을 꿈꿨다. 경제학부를 선택한 것도 공직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그는 언젠가는 수험준비를 하게 될 거로 생각했었다. 직접적으로 2학년을 마치고 코로나19로 인해 동아리 등 대학 생활이 중단되면서 마음을 다잡고 준비를 서두르게 됐다.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월 초부터지만 원래부터 5급 공채에 도전할 생각이었기에 재학 중에도 전공과목을 수강하면서 미시경제학이나 거시경제학, 통계학 등 시험과 연계되는 과목은 특별히 비중을 두고 공부했다.
다행히 지난해 초시로 단번에 2차까지 합격했지만, 수험기간이 부족했던 탓인지 최종 관문을 넘지 못했다. 올해 재시는 지난해 2학기가 마무리되는 12월부터 준비했고, 1차를 면제받아 8개월가량을 2차에 집중하여 올해는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고시촌에서의 생활은 1년 반이었지만 경제학 전공의 특성상 학교 공부가 2차 과목과 연관돼 있어 저학년 때 학점관리를 열심히 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김 씨는 올해 면탈자로 1차 면제를 받아 PSAT은 공부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초시 때는 최근 10년 기출문제를 모두 풀고 부족한 부분이라고 판단한 자료해석과 논리퀴즈는 시중의 도서와 학원 특강을 수강하며 보충했다. 강의와 기출 분석을 우선시하면서 준비했고 실전 분위기를 미리 경험하기 위해 ‘법률저널 PSAT 전국모의고사’에도 응시했다.
그는 “법률저널 전국모의고사에 응시한 경험이 유일하긴 하지만, 법률저널에서 마련한 시험장과 모의고사 시스템이 실전과 유사하여 도움이 되었다”며 수험생들에게 추천했다.
초시 당시에 시험 일주일 전의 마무리 공부는 하루 전날을 제외하고는 3과목을 2세트씩, 85분 안에 OMR 마킹까지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면서 실전 감각을 극대화했다. 오답은 자세히 오답노트를 작성하기보다는 이전에 작성한 실전 매뉴얼 중 어떤 부분을 놓쳤는지 분석해보고 실전에서 나올 때 어떻게 대응할지를 생각하는 식으로 정리했다.
초시 때 헌법 공부는 ‘핵심지문총정리’ 도서와 강의를 활용하여 반복적으로 공부했다. 개념은 강의를 수강한 후 복습하면서 익히고 문제는 OX문제집을 반복적으로 푼 후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식으로 실전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초시 때는 시간 부족으로 정규 순환 강의를 수강하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경제학, 통계학, 재정학만 3순환을 수강할 수 있었고 행정학(예비순환), 행정법(2순환)은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시험장에 들어갔다.
재시 때는 모든 과목의 공부법(강사, 문제집, 답안작성틀 등)을 변경했다. 또한 경제학, 재정학, 통계학은 반복되는 실수를 사후적으로 분석하여 정확하고 빠른 답 도출을 위해 노력했다. 또한, 3순환 기간에 스터디를 활용하여 매일 100점 분량의 모의고사를 풀어 테스트했다. 행정법은 ‘HOW TO 답안작성법’을 통해 정확한 조문과 판례를 활용하여 케이스에 특화된 답안작성을 연습했다. 행정학은 ‘Passion 행정학’을 목차 중심으로 다회독하며 주장에 대한 체계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방법을 주로 연습했다. 특히 논문과목은 강사의 직접 채점을 최대한 활용하였고, 부족하다고 지적받은 부분 위주로 공부했다.
김 씨에게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행정법과 행정학이었다. 두 과목 모두 높은 점수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고시촌에 돌아다니는 답안작성법이 너무 다양해서 혼란스럽기도 했다는 것. 그는 또한 작년에 행정법에서 높은 점수가 나왔지만, 그에 대한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혼란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다수 강사의 강의를 경험하였고, 스스로 판단하기에 고득점에 유리하면서도 효율적인 답안작성법을 가지고 있는 강사의 강의를 수강했다. 소수 강의를 듣는 일은 외로웠지만, 불안함을 떨쳐내고 스스로 결정한 답안작성법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행정법의 경우 올해에 몇몇 논점 누락이 있었던 탓인지 고득점을 받지는 못했다.
행정법은 여전히 어려움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는 “사례풀이에 중점을 둔 답안작성법은 효율적이었으나, 채점 기준이 세세하게 구분되어있다면 위험한 방식일 수 있겠다고 판단되었다”며 “다만, 새로운 공부법 덕분에 공부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며 주력과목인 경제학, 재정학, 통계학의 공부 시간을 확보하여 결과적으로는 합격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한정된 시간 내에서는 만족스러운 공부 방법이었다는 것.
2차시험은 논술형 시험이기에 알고 있는 것을 논리적인 글로 풀어내는 답안작성이 매우 중요하다. 답안작성을 어떻게 준비했을지 궁금했다.
그는 ‘고시생은 답안지로만 말한다’는 생각으로 답안지에 아는 내용을 최대한 깔끔하게 녹여내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특히 초안 작성은 수리적인 답 도출이 필요한 경우에만 활용했다. 그 이외에는 문제지와 답안지를 중심으로 답안을 작성하여 시간을 단축하고자 했다. 우선, 문제지에는 문제에서 요구하는 키워드를 브레인스토밍하듯이 적어놓아 누락하는 논점이 없도록 노력했다. 이후 답안지에는 나름의 매뉴얼대로 목차를 구성하고 답안을 간결하게 작성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핵심은 문제에서 요구하는 답이므로, 수치나 핵심 키워드는 시각적인 기호를 통해 강조했다. 또한 그는 사족을 붙여서 부정확한 설명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아 최대한 문제에서 요구하는 내용 위주로만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도 했다.
초시에서 면접 탈락의 아픔을 딛고 이번 재시에서는 2차시험 평균 70.66점으로 합격선(57.18점)보다 13.48점이 높은 상위권의 성적을 얻었다.
특별한 비법을 묻자 그는 “작년에는 준비가 늦어진 만큼 남들보다 공부 기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던 것 같다”며 “그리고 본격적으로 수험생활 전 학교생활을 하면서 고시에 도움이 되는 과목(미시, 거시, 통계학 등)에 관한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올해에는 공부법을 변경하여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같은 내용이더라도 다른 접근법으로 공부하여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했고, 또한 1차를 면제받아 온전히 2차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합격하는데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관문인 면접시험은 다른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스터디를 구성해 준비했다. 지난해는 “‘법률저널 면접설명회’와 ‘이음 멘토링’을 통해 면접의 방향성을 잡고 그것을 반복적으로 적용해보며 연습했다. 올해에는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합격생을 다수 초청하여 모의면접을 진행했다. 김 씨는 “이 자리를 빌려 제 초청으로 면접을 봐준 주엽이, 진현이형, 상엽이형, 대순이형, 한솔이형, 시우님, 진영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평균적인 수험기간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정된 시간의 효율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더욱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했을 것 같았다.
김 씨는 작년의 경우 짧은 기간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시험 직전에 컨디션이 급격히 저하하는 경험을 겪었다. 이에 따라 올해는 헬스를 하며 건강을 챙겼다. 대학동의 헬스장에서 동기인 희준이와 2:1 PT를 받고 주 6회 하루 1시간씩 운동했다. 초반에는 오히려 피곤했지만, 확실히 시험 직전에는 운동으로 만들어 둔 체력으로 5일간의 시험을 잘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고시촌에서 종혁이형, 여진, 희준, 세현이형과 종종 맛있는 식사를 함께한 것도 지친 수험기간에 활력이 되었다고 했다.
앞으로 가고 싶은 부처를 묻자 그는 “부처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더 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라의 내일을 걸머질 훌륭한 동량을 성장할 그는 “많은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봉사하는 공직자가 되겠다”고 앞으로 공직자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수험생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김씨에게 같은 꿈을 꾸고, 언젠가 같은 길을 걷는 동료가 될 수험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과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했다.
그는 “수험기간도 짧고 부족한 부분도 많아 조언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에게 수험생활은 의미 있는 경험인 동시에 불안하고 힘든 생활이었다”라며 “수험생분들께서도 합격이라는 목표를 생각하며 하루하루 묵묵히 달리다 보면 꼭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항상 응원하겠다고 답했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합격까지 그의 여정을 함께 해준 이들에게, 그리고 앞으로도 그가 새로운 꿈을 이뤄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줄 이들에게 그는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고시 생활하며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를 믿고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부모님, 매일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외할머니, 함께 취업을 준비하며 의지할 수 있었던 누나, 처음 진입할 때 방향성을 잡아준 사촌 형을 비롯한 입석리 식구들과 가족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의 소중한 인연에게도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먼저 연락하지 못해도 잊지 않고 신경 써준 경제 C반 친구들과 선후배, 연극동아리 동료들, 완산고 은사님들과 친구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지원이 형을 비롯하여 같이 고시촌에서 힘겹게 공부한 2차 스터디원과 동기들, 마지막으로 3차 면접 스터디원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공직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룬 그는 이제 많은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공직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가 꼭 실현되길 바라며 더욱 커다란 목표를 향해 발걸음을 떼려고 하는 그의 앞길을 응원하고 박수를 보낸다.
김태훈(22)‧2022년 5급 공채(행정) 최연소‧전주완산고 졸‧서울대 경제학부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