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기 내리 휴학하며 고시에 집중한 결과 2관왕 차지
언제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가 되겠다
2차 문제 많이 푸는 것보다 이론 깊이 이해하려 노력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2022년도 국가직 5급 공채 시험이 최종 합격자를 가리면서 막을 내렸다. 지난 2월 시작된 ‘2022년도 5급 공채’가 363명(행정직 236명, 기술직 87명)의 최종 합격자를 내면서 시험 일정을 마무리했다.
5급 공채에서 ‘행시의 꽃’으로 불리는 재경직은 애초 선발예정인원보다 1명이 는 69명이 최종 관문을 통과했으며 여성은 23명으로 33.3%였다. 재경직은 행정직 전체 여성 비율(42.8%)보다 낮아 남성의 강세가 이어졌다.
수석의 영예도 올해는 남성에게 돌아갔다. 발표 전 수험생들 사이에서 ‘남수’ ‘여수’라는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남성이 수석을 꿰찼다.
수석 합격의 주인공은 이준혁(25) 씨다. 이 씨는 2차시험 평균 75.48점을 얻어 수석의 타이틀을 가지게 됐다. 이 씨의 성적은 합격선(57.18점)보다 무려 18.30점이나 높았다. 특히 올해 경제학의 문제가 어려워 과락이 속출했지만, 이 씨의 경제학 점수는 무려 92.0점에 달했으며 재정학 85.0점, 선택과목인 통계학은 50점 만점을 얻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이 정도의 점수는 ‘넘사벽’이라는 말이 회자했다. 행정법과 행정학에서도 각각 55.0점. 57.66점을 획득했다.
이 씨는 공주 한일고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전도유망한 인재다.
올해 수석 합격의 소식을 전하자 그는 “재경직 수석으로 합격했다는 것이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공부하면 할수록 제 부족한 점들이 더 크게 보였고, 또 고시가 개인의 실력뿐 아니라 운도 따라줘야 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이렇게나 좋은 성적을 받을 거로 생각하지도 않았다”며 “공직에서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대 경제학부는 으레 공직에 많이 진출하는 곳이다. 특히 전공의 특성과 연계성이 큰 행시의 재경직은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씨의 행시 도전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씨는 “어려서부터 공익 실현을 위해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자연스럽게 공직을 생각하게 되었다”며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는 진로를 생각하였고 5급 공채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올해 수석과 지난해 수석은 공통점이 많았다. 지난해 재경직 수석을 차지한 정후영 씨도 서울대 경제학부 출신이다. 또한 재학 중 동시에 입법고시도 합격한 ‘양과 합격’의 주인공이다. 이 씨도 올해 입법고시까지 동시에 합격해 ‘양과 합격’의 타이틀을 갖게 됐다.
이 씨는 21년 1학기부터 22년 1학기까지 3학기 동안 복학하지 않고 내리 휴학하면서 고시 공부에 집중했다. 이렇게 1년 반 동안 집중한 결과 올해 재시로 행정고시와 입법고시 동시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의 PSAT 공부는 기출문제 중심의 공부였다. 또 오전에는 학원 PSAT 모의고사 강의를 들으며 공부했다. 주말에는 법률저널 등의 전국모의고사에 응시하여 실전 경험을 했다.
PSAT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을 묻는 말에 이 씨는 상황판단을 꼽았다. 다른 과목은 일정한 공부방법이 있는데, 상황판단의 경우 정해진 공부방법이나 그런 것이 없어서 공부하는 데 가장 애를 먹었다는 것. 다만 그는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고, 한 문제를 풀더라도 조금 더 쉽고 빠르게 푸는 방법이 없나 고민하면서 풀었다. 또 실수하는 부분은 따로 포스트잇에 적어놓고 문 앞이나 책상 옆에 붙여놓은 식으로 약점을 극복하려고 했다.
PSAT 1주일 전 마무리 공부방법에 관해 그는 새로운 문제를 구해서 풀기보다는 기존에 풀었던 최근 기출문제 정리에 초점을 뒀다. 특히 최근 기출문제가 이전보다 많이 어려워져서 최근 기출문제를 다시 풀어보며 문제 의도와 해결 방법 등을 익혔다. 기존에 많이 하던 실수 방지법이나 실전에서 쓸 요령 등을 포스트잇에 적어놓았던 것을 시간 날 때마다 다시 보면서 체화하려고 노력했다.
헌법 공부의 경우 초시(21년) 때는 처음 배우는 내용이라 학원의 기본 강의를 듣고 공부했다. 재시(22년)에는 초시 때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본서와 핵지총 요약서를 보면서 독학했다. 그 외에 모바일 앱으로 헌법 퀴즈 앱을 이용해서 휴식 시간에 타 시험 헌법 기출문제들을 반복 학습했다.
이 씨는 2차시험 성적이 ‘넘사벽’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고득점을 했다. 특히 올해 과락이 많았던 경제학의 점수가 92점에 달했다. 재정학과 통계학의 점수도 월등히 높았다.
그에게 2차시험 공부를 어떻게 했냐고 묻자 이 씨는 “경제학, 재정학, 통계학은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 이론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며 “21년 경제학부터 문제 난도가 많이 올라갔기 때문에 과거 기출문제나, 쉬운 문제들을 많이 푸는 것보다는 어려운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이론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 여러 교과서를 두루 참고했다”고 밝혔다.
통계학의 경우 그는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서 수리통계학 교과서를 풀었고, 추·검정, 회귀분석 내용을 따로 보충했다. 행정법은 교과서를 n회독한 후에는 강사 저 워크북을 통해서 공부했고, 새로운 내용은 포스트잇으로 워크북에 추가해서 단권화했다. 학설과 판례를 균형 있게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고득점으로 수석을 차지한 그에게도 어려웠던 과목이 있을까 싶어 물어보자 그는 행정학을 가장 어려웠던 과목으로 꼽았다. 지난해 초시 때 행정학에서 과락을 받아서 2차 탈락한 경험이 있어서 올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여러 교과서와 강사 저 교재를 구해서 내용을 습득했다. 또 각론과 총론의 내용 간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공부하면서 이를 항상 염두에 두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수석 합격자의 답안은 남다를 것 같았지만, 그는 답안작성 준비는 특별히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3순환 기간에 매일 학원 강의, 모의고사, 스터디 등을 이용해서 150~200점 정도로 답안을 작성하면서 실력을 키웠던 것 같다고 했다.
또 경제학, 재정학, 통계학 답안작성의 경우 조건과 도출과정(수식), 답이 분명하게 드러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21년, 22년 경제학의 경우 문제들이 그래프를 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수식 위주로 작성하고 그래프는 따로 그리지 않았다.
행정학과 행정법은 여백과 공간을 충분히 두어 읽기 쉽게 썼다. 목차 잡는 데 시간을 일부 할애했고, 알아보기 쉽게 소제목을 달려고 노력했다.
그의 면접시험 대비는 교내에서 스터디를 조직하여 스터디원들끼리 모의 면접을 하는 식으로 준비했다.
면접에 관해 그는 “자기 생각이나 해결방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다만 면접 진행 중 면접위원들이 일종의 ‘힌트’도 주시기 때문에 이런 단서들을 포착해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험기간에 토요일까지 공부하고 일요일 오전에는 휴식을 취하면서 TV 프로그램 재방송을 시청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양과 합격자는 진로를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 씨에게도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그는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둘 다 합격해서 진로에 대해 고민 중”이라며 “다만 어떤 자리에 있더라도 국민께 봉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국가의 동량지재로 성장할 그에게 공직자로서 포부를 묻자 그는 “언제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공직자가 되고자 한다”며 “또 고시를 준비하며 품었던 초심을 잃지 않고 저 자신과 국민께 부끄럽지 않게 일하는 공직자가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험생들에게 조언이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 달라는 말에 그는 “수험생활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던 동료 수험생들과 또 이번에 아쉽게 면접에서 탈락하신 분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제가 감히 누구에게 조언을 드릴 자격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라면서도 “다만 수험생활이 길고 막막하더라도 주어진 목표를 생각하며 달리다 보면 모든 수험생에게 언젠가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수험생활 동안 격려와 응원, 때론 아픔을 함께 나눠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힘들었던 수험기간을 버티게 해준 우리 한일고등학교 27기 C202호 친구들, 그리고 응원해준 1-2반 친구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또 고시 공부를 응원해준 경제학부 불꽃반 동기들과 같이 군 생활한 공군 779기 동기, 선·후임분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수험기간 동안 찾아와 격려해준 이우혁 사무관, 같이 고시 식당에서 밥 먹으며 서로 의지했던 김도훈 사무관, 항상 전화로 힘이 되어준 규연이 형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3순환 기간 동안 매일같이 만나 스터디했던 조원들, 면접 때 같이 고생한 면접스터디 조원들, 덕분에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누구보다도 제가 고시 생활하는 동안 항상 격려하고 지원해준 엄마, 아빠,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 외 응원해주신 가족들 모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이준혁‧2022년 5급 공채 재경 수석‧입법고시 재경 합격‧공주한일고 졸업‧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