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40회 법원행정고시 최연소 합격 김예슬씨
안산동산고 졸업/공주대 사범대학 역사교육과 졸업
“모르는 문제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서술할 수 있는 기본기 중요”
“모든 국민이 적법절차에 따른 재판 받을 수 있도록 책임 다할 것”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원행시는 각종 고시와 전문자격사시험 중에서도 ‘난공불락’으로 꼽히는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이다. 선발인원 자체도 극소수인데다 공부해야 하는 분량이 어마어마하고 시험 문제 자체도 매우 어렵게 출제되기 때문이다.
합격이 어려운 만큼 수험기간도 매우 긴 편이고 합격자들의 연령대도 대부분 30대에서 40대까지로 다른 시험에 비해 높은 편이다. 또 깊고 폭넓은 법학 지식이 요구되는 시험이고 시험 정보도 부족한 편이기 때문에 로스쿨이나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했거나 사법시험 등 법학 분야의 고시 또는 자격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법학 비전공자로서 2022년 제40회 법원행정고등고시에 최연소로 합격한 김예슬씨도 오늘의 기쁨을 맞이하기까지 7번의 불합격을 겪으며 긴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안산동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에 진학한 김씨는 올해 만 29세가 됐다. 힘든 수험 기간을 이겨내고 최연소 합격까지 차지하게 된 소감을 묻자 김씨는 “아직 꿈만 같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터널을 지나온 기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최연소 합격이라고 하니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다른 분들에 비해 부족한 실력임에도 운이 좋아 최종 합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범대 출신인 그에게 법원행시 합격에 이르는 길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전공인 교육학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마침 법학에 흥미를 느꼈고 더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결국 법원 공무원으로 진로를 변경하기로 결심했지만 주변에는 모두 교사를 준비하는 상황이었고 시험 정보도 많지 않았기에 법원행시 준비 과정은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같았다고.
그 과정은 ‘3번의 1차시험 불합격과 4번의 2차시험 불합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김씨는 “2021년에 불합격을 하고 원인 분석을 해본 결과 이것저것 자료만 많고 기본서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험생은 늘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내가 없는 자료를 다른 사람이 갖고 있으면 나도 따라 모으게 되고 결국 보지 않을 자료만 쌓이게 된다. 주객이 전도되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을 통해 김씨는 “시험장에서 내가 아는 판례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서술하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튼튼히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었고 거듭된 2차시험 낙방으로 불안한 상황에서도 사례집보다는 기본서를 중심으로 회독수를 늘리는 쪽으로 공부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최종 합격이라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난공불락이라는 법원행시를 돌파한 그의 공부 방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1차시험 과목 중 헌법은 기본서와 객관식 문제집을 중심으로 준비했다. 그는 “기본서와 문제집을 같이 보면서 기본서에 있는 이론과 판례들이 객관식 지문으로 어떻게 나오는지 중점적으로 공부했다. 헌법은 1차에만 대비하면 되기 때문에 객관식 문제를 많이 접해보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또 “헌법 조문은 약간씩 비틀어서 문제를 내기 때문에 정확하게 암기해야 했다”며 “나는 백지에 조문을 암기해서 써보는 방식으로 반복해서 테스트를 했다”고 조문 암기 노하우를 전했다.
민법은 기본서와 객관식 문제집, 사례집을 함께 보면서 객관식과 주관식을 구분하지 않고 공부했다. 객관식 지문에 있는 판례들도 주관식 시험의 사례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중요 지문들은 체크해두고 암기했으며 민법의 경우 지문이 매우 길게 출제되는 점을 고려해 각 지문의 첫 문장만 보고 어떤 판례가 출제됐는지 파악하는 연습을 했다.
형법 역시 기본서와 객관식 문제집, 사례집을 통해 객관식, 주관식의 구분 없이 준비했다. 특히 형법은 다른 과목에 비해서도 개수형 문제가 많이 출제되는 경향이 있어 실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출 문제를 프린트해서 개수형 문제만 반복해서 풀었다. 이때 출제자가 어떤 문장을 바꿔서 출제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보면서 최대한 실수를 줄여나가려고 노력했다.
사례는 기본서에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총론 쟁점, 개인적 법익에 관한 죄, 재산죄, 국가적 법익에 관한 죄로 파트를 나눠 출제될 수 있는 쟁점들을 정리했다. 최근 중요한 판례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판례의 핵심 문구를 암기장에 적어두고 식사 시간이나 이동시간에 계속 보면서 암기했다.
2차시험의 경우 최신판례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이번 민법은 1문에서 시험 직전에 나온 판례가 출제됐는데 김씨는 “이 판례를 알고 시험장에 간 수험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마 출제자는 정답보다는 모르는 사안이 나왔을 때 어떻게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지 기본기를 확인해 보고자 한 것 같다”며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차 과목 중 행정법은 기본서와 판례집, 사례집으로 공부하되 사례집의 경우 답안 연습을 할 때 참고만 했고 기본서와 판례집에 중점을 뒀다. 그는 “처음 행정법을 공부할 때는 개념과 법리를 체득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며 “내 경우 이해가 돼야 비로소 암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해가 될 때까지 기본서를 반복해서 읽었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출제되는 기본 쟁점을 체크해 답안에 쓸 수 있는 분량을 정리했고 시험 막바지에는 최신판례를 출력해 시험에 대비했다.
민사소송법은 기본서를 중심으로 공부했고 심화강의도 들었다. 그가 선택한 기본서는 어렵고 양이 방대해 읽다가 포기한 적도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시험을 준비할 때는 ‘기본서를 무기 삼자’는 마음가짐으로 반복하고 또 반복했고 그 결과 시험 전날에 1회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책이 익숙해졌다. 민소법의 경우 시험에 나올 쟁점을 따로 정리하지 않고 기본서에 체크해 암기했다.
형사소송법은 분량이 많지만 이론과 사례, 최신판례까지 한 권으로 대비할 수 있는 교재를 선택했고 교재에 있는 법원행시, 법무사, 법원사무관승진 문제를 풀어보면서 출제 경향을 익혔다. 그는 “형소법은 상소, 재심 파트에서 출제가 많이 되기 때문에 다른 파트를 공부할 때도 의무적으로 상소, 재심 부분은 한 번씩 읽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2차시험의 모든 과목이 다 똑같이 어려웠다”고 했다. 기본서를 처음 볼 때 마치 외국어를 보는 것 같았다는 그가 선택한 극복법은 ‘반복’이었다. “법률용어를 익히고 법리를 체득해 책을 막힘없이 볼 수 있게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며 “결국 반복해서 읽고 이해하려 애쓰고 노력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법학 비전공자인 그가 최종 합격에 이르기까지 쏟았던 노력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차시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답안작성에서는 ‘판례를 정확하게 암기해 그대로 답안에 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김씨는 “법원행시는 거의 판례 사안이 출제되기 때문에 제대로 암기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답안을 작성하면 고득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암기력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보고, 쓰고, 녹음해서 듣는 방식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꼼꼼한 판례의 암기에 이처럼 공을 들였지만 동시에 ‘단순히 외워서 쓴 답안이라는 인상을 주지 말자’는 점에도 신경을 썼다. 그는 “외워서 쓴 답안과 이해하고 쓴 답안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출제자는 한 문제도 허투루 내지 않는다. 반드시 수험생이 알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위해 최신판례를 공부할 때도 기본서를 옆에 두고 공부했으며 어떤 문장 혹은 키워드를 써야 논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썼다는 것을 드러낼 수 있을지 고민했고 이런 노력들이 최종 합격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법원행시는 1, 2차 필기시험도 힘들지만 많은 합격자들은 면접시험에 대한 부담도 필기시험 못지않게 크다고 전한다. 김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차 합격의 기쁨도 잠시였고 면접에서도 탈락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개별 면접 때는 마치 절벽에 서 있는 심정이었는데 여기서 말을 못 하면 떨어질 수 있겠다 싶어서 필사적으로 대답을 했다”고 절박했던 면접 경험담을 소개했다.
김씨는 “개인적으로 면접을 잘 봤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말끝을 흐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대답하려는 태도를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면접을 준비하게 된다면 자기소개서에 기반한 질문뿐만 아니라 공직자로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가정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도 꼭 준비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수험생에게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이라면 불합격했을 때가 아닐까 싶었지만 김씨의 대답은 달랐다. 그는 “2차시험 1달 전이 가장 힘들었다. 특히 3~4일 전에는 앉으면 숨이 차오르는 극도의 압박감을 겪었다”고 답했다. 그럴 때마다 김씨는 ‘나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였고 정말 견디기 힘들 때는 독서실 주변을 산책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공부를 시작했다.
올 2차시험 마지막 날에는 아침에 먹은 커피가 탈이나 고시촌에서 일산 사법연수원 시험장으로 가는 내내 고생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시험을 제대로 칠 수 있을까 전전긍긍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며 “신기했던 건 시험을 모두 치르고 연수원을 나오니 싹 가라앉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씨의 공부 방법과 수험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정한 합격의 비법을 발견했다. 바로 꾸준함이 그것이다. 김씨는 수험기간 동안 일요일을 제외하면 매일 아침 6시 30분, 새벽예배를 마치고 돌아오신 어머니의 모닝콜로 하루를 시작해 밤 10~11시까지 순 공부 시간만으로 하루 12~13시간가량을 공부했다고 한다.
토요일에는 10시간으로 공부 시간을 줄였고 일요일에는 늦잠도 자고 외식도 했다지만 어지간한 의지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반드시 합격하는 비법이 단 하나 있다면 바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법원행시를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에도 그의 합격 비법이 녹아 있다. 김씨는 “최연소 합격이라고 하지만 7번의 불합격을 겪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먹구름이 있다 하여 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묵묵히 내 길을 갔다”며 “오늘도 무거운 마음을 안고 다시 책상 앞에 앉은 수험생 모두에게 이 말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전했다.
길고 긴 터널을 지나 이제 꿈을 이루게 된 김씨의 새로운 목표는 “모든 국민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사법부 공무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합격이 온전히 내 실력으로 얻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낮은 자세로 배우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공직자가 되겠다”는 그의 포부가 믿음직스럽다.
마지막으로 그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이 돼 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거듭된 불합격으로 저조차도 저를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서 기도해주신 목사님, 사모님과 교우분들께 가슴 깊이 감사를 전합니다. 오랜 시간 뒤에서 아낌없이 격려해주시고 기도해주신 부모님, 언니, 형부, 조카 승원이까지 고맙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