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목 폐지 및 학점이수제 도입’ 입법 공청회 개최
“로스쿨 전문화 강화” VS “형평성·공정성 보장 어려워”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변호사시험에서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이뤄지는 전문법률 과목 교육에 대한 학점이수제를 도입하는 등 변호사시험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인재 인하대 로스쿨 前원장 등 로스쿨 교수들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대체로 선택과목 폐지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남기욱 대한변협 교육이사, 박기태 법무부 검사 등 일부 토론자는 부정적이거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특히 제도 변경의 직접 당사자인 로스쿨 재학생들은 제시된 개선방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5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과 로스쿨협의회의 공동주최로 개최된 ‘변호사시험 개정안 입법 관련 공청회’는 변호사시험 개선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 중 선택과목의 폐지 여부 및 로스쿨의 전문 법률분야 교육의 전문성 강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전문법률 과목 확대·재구성 방안 및 학점 최저 등급제 등 논의
선택과목 폐지에 대한 논의는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선택과목을 도입한 당초 취지와 달리 전문적 역량 강화가 아닌 합격에 유리한 과목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로스쿨 내에서의 특성화·전문화 교육은 형해화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방안이다.
김인재 교수는 ‘변호사시험 선택과목 폐지와 전문법률 과목 학점이수제 도입’을 주제로 구체적인 시행 방안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선택과목 폐지 및 학점이수제의 도입이 로스쿨에서의 전문법률 교육 강화를 위한 방안이자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입장에서 7개 과목으로 한정돼 있는 현행 변호사시험 선택과목을 다양한 사회적 수요를 반영할 수 있도록 확대 또는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학점이수제의 경우 각 로스쿨 내에서의 교육 및 평가로 이뤄지는 특성상 교육의 충실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교육의 충실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제시되는 ‘학점 최저 등급제’의 경우 일정 학점 이상을 취득해야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이 경우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고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과도하게 박탈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학생들의 부담이 완화되는 P/F제로 평가할 경우 교육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적정한 수준으로 예시되는 최소 9학점(3강좌) 이수 강제 및 최저등급 설정을 내용으로 하는 학점이수제는 전문법률 과목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합리적인 수준의 부담으로 생각된다. 전문법률 과목의 학점이수제 도입이 결코 학생들의 수험 부담을 줄여주려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점이수제를 도입해 전문법률 과목의 이수 여부를 각 학교의 자율에만 맡길 경우 학생들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시험범위를 제한하는 등 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가능성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이는 전문법률 과목 담당교수들의 학문적·교육적 책임성에 대한 과도한 우려”라며 “현재 로스쿨 성적평가에는 ‘엄격한 상대평가제도’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학점 인플레’는 없을 것이며 로스쿨 평가기준에 전문과목 개설 및 운영의 적절성을 반영해 교육 부실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홍석모 강원대 로스쿨 前원장도 선택과목 폐지 및 전문법률과목 학점이수제 도입에 찬성했다.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관해서는 독일의 중점영역과목 운영 사례와 같이 구체적인 과목 선정은 사회 변화와 시대적 요구를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각 로스쿨이 자율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최저학점을 제한하는 방안에는 반대했다. 독일에서 중점영역과목의 경우 각 로스쿨에서 평가한 점수를 그대로 합산해 최종점수를 결정하는 것과 같이 학생이 로스쿨에서 받은 점수 자체를 변호사시험 점수에 더하는 방안이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박탈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불이익을 줄 수 있어 수업을 소홀히 하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봤다.
홍 교수는 “독일에서도 학교별로 점수가 부여되는 중점영역과목 점수의 객관성에 많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국 공통의 시험을 치르지 않을 바에는 어느 정도 성적의 객관성 훼손 문제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상수 변호사는 법학부와 로스쿨에서의 교육을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 사법시험 체제와 로스쿨 체제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전자의 경우 학부에서 배우는 내용이 많지 않고 신림동에서 이뤄지는 합격을 위한 법학이 중심이 됐던 반면 로스쿨에서는 다양한 내용을 배울 수 있었다고. 그는 “고려대 로스쿨 재학 시절 엔터테인먼트법 수업을 재밌게 들었는데 현재 다루는 케이스에서도 학교에서 배운 게 많이 도움이 됐다”며 원칙적으로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학점이수제의 도입을 찬성했다.
나아가 “학점이수제를 도입하되 이를 전문인증제도와 연계해 신규변호사들이 실질적인 분야별 전문성을 인증받고 로스쿨은 설립 당시 취지에 맞춰 학교별 특성화를 강화하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목표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고려대 로스쿨이 시행하고 있는 전문인증과정을 소개했다.
해당 과목 이수 시에만 응시 허용·객관식으로 변경 방안 등도 나와
유동주 머니투데이 기자도 발제자의 제안에 대체로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로스쿨에서 교육을 받은 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현재의 논의가 이미 로스쿨 도입 당시에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라는 점에 안타까움을 보였다.
유 기자는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 방안을 추진했던 사례 등을 지적하며 로스쿨이 충분히 단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데 정부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외부적인 상황으로 인해 방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스쿨 제도와 변호사시험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과제가 항상 ‘사시존치’라는 외적 요인에 의해 방해를 받아왔다”며 “정부가 우호적으로 신경을 써줬으면 더 잘됐을 것이다. 한국형 로스쿨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반해 남기욱 대한변협 제1교육이사는 “도입 취지가 정당성이 부족하고 도입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그 제도 자체도 운영상 많은 결함이 있다”며 선택과목 폐지 및 학점이수제 도입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로스쿨 내부의 학점이수제보다는 집중적인 수험준비가 이뤄지는 변호사시험에서의 선택과목 유지가 다양한 전문적 법률분야에 관한 지식 습득에 더 효율적”이라는 게 남 교육이사의 생각이다. 또 로스쿨에서의 평가에 전반적으로 상대평가의 완화 경향이 있고, 로스쿨 협의회가 제안하는 최저등급 C-의 경우 하위 10% 미만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꼽았다.
남 교육이사는 선택과목 시험을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선택과목군을 확장하고, 논술형으로 치러지는 시험을 객관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로스쿨에서의 교육 충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과목을 이수한 경우에만 해당 선택과목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시험범위 및 난이도 조정으로 수험생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쏠림현상을 방지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정부측 토론자들은 대체로 신중론을 펼쳤다. 문상연 교육부 과장은 “교육 정상화 및 내실화가 필요하고 그 방안으로 검토되는 부분으로 생각한다”며 “그 전제조건으로는 학사관리를 더 엄격화 해서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만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가 확산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또 “법조인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것들이 맞물려 학점이수제가 논의되면 로스쿨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부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들이 패키지로 돼야 효과를 낼 수 있다.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기태 법무부 검사는 선택과목 시험을 둔 취지, 새 제도의 목적, 기준 및 감독 장치의 마련, 소규모 로스쿨에 대한 고려, 교육 부실화와 학생들의 과도한 부담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박 검사는 “선택과목 시험을 둔 취지는 25개 로스쿨에서 대부분 교육하는 내용에 대해 동일한 내용과 동일한 평가방법으로 검증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같은 취지와 개선방안의 효과를 잘 형량해야 한다. 막연히 잘 될 거라는 기대만으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 학점이수제의 도입이 수험부담 감소가 아니라 전문과목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 고려돼야 하며 25개 로스쿨의 커리큘럼이 모두 다른 상황에서 형평성,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지 않을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 수강인원이 적은 경우 엄격한 상대평가가 완화되고 학점이수제의 도입으로 오히려 꼭 들어야 하는 과목이지만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지 않은 과목들의 교육이 부실화될 우려, 다양한 과목을 운영하기 어려운 소규모 로스쿨의 사정 등도 고려 사항으로 언급했다.
로스쿨생들, 현 로스쿨 교육에 대한 우려…강도 높은 개선 촉구
지정토론에 이어진 플로어 토론에서는 로스쿨 교육 및 변호사시험 제도 변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로스쿨 재학생들이 의견을 제시했다. 성균관대 로스쿨 1학년에 재학중인 강○○씨는 “세무사나 노무사 등 다양한 전문자격사들이 로스쿨에 많다. 전문법률과목에서 당연히 그들보다 뒤질 수 있다. 또 이수제로 가면 그들도 이미 잘 아는 것을 다시 들어야 하는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며 “주변에서는 P/F제 정도가 적당하는 의견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로스쿨 2학년에 재학중인 이○○씨는 현행 선택법 운영 실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며 개선을 요청했다. 그는 “실제로 하고 싶은 공부를 못하는 상황이다. 변호사시험 주요 과목 위주로 수강을 하고 선택은 3학년때 최대한 합격에 유리한 과목을 듣는 정도다. 관심 분야를 수강하면 좋았던 경험이 많고 도움도 많이 됐는데 실제로 수강할 기회가 많지 않다. 폐강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부분을 학교에서 알아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제주대 3학년에 재학하고 있는 박○○씨는 보다 강도 높은 개선을 촉구했다. 선택과목 폐지나 학점이수제의 도입 정도로는 ‘로스쿨의 고시학원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박씨는 로스쿨 입시부터 교육이 모두 ‘변호사시험 합격’에 매몰돼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는 “학점이수제가 그렇게 충분한 제도라면 왜 다른 과목에 대해서는 그런 논의가 없나. 민법 등의 과목은 왜 사법시험식 시험으로만 평가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선택과목을 바꾸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정원제 시험이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어 고등학교 교사로 12년간 근무한 경험을 언급하며 “외고는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일 뿐이었다. 로스쿨도 외고와 같다. 전국 25개 로스쿨은 고시학원이고 교수들은 고시학원 강사, 우리는 고시생이다. 생존 경쟁에만 특화된 비인간적인 고시생들만 양산되고 있다. 고시와 학교 교육은 같이 갈 수 없다. 사법시험으로 가든지 로스쿨을 정상화 시켜야 한다”며 현행 로스쿨 교육 및 변호사시험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