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고시 합격수기-"3년 6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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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고시 합격수기-"3년 6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며"
  • 법률저널
  • 승인 2009.05.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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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발점에서 3년 6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며

                               
박민호 25회 입법고시 일반행정직렬 합격.연세대 법학과 3년
                                                       
Ⅰ. 들어가며
법률저널에서 합격수기에 대한 요청이 들어왔을 때, 그다지 성적도 좋지 못하고 내세울만한 것도 없는 사람이기에 망설여지는 마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에게는 처음으로 행정법 책을 펴 본 2004년 12월 26일부터 입법고시 최종 합격발표가 난 2009년 5월 1일까지의 기간을 돌아보는 의미로, 또 현재 시험을 준비하고 계시는 분들께는 ‘합격생 100명이 있으면 100가지 공부방법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저의 경험이 단 한 분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공식적인 곳에 기고하기에는 부족하고 부끄러운 글 솜씨지만 이렇게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Ⅱ. 수험기간의 회고
1. 입문계기
저는 어릴 적부터 면역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하였고, 대학교도 생명과학과에 진학하였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예고 없이 바뀐 교육정책 때문에 전국 과학 고등학교 학생들이 집단 자퇴서를 작성하여 그것을 학부모님들이 들고 국회의사당에 가셨고, 그런 모습들이 주요 일간지 1면을 장식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집단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국가정책에 거의 관심이 없으시던 저의 어머니가 국회의사당에 다녀오셨다는 일은 큰 충격이었고 교육정책의 안정성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던 계기였습니다.


또한 육군공병학교에서 조교로 군 복무를 하던 시절에는 징병제를 통해 입대한 병력들을 그다지 정교하지는 못한 방법이라 하더라도 적성검사를 통해 각 학교로 보내어 교육시키고, 전국의 각 부대로 배치하여 원활하게 운영되게 하는 군 조직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용을 전공한 동생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고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이 단지 ‘돈 있는 자들만의 분야’가 돼버린 점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교육정책과 관련된 일에 종사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정책은 그에 대한 고민을 한 사람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또 그를 위해서는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시 문과계열로 진학해야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그래서 2003년 3월, 마지막 휴가를 나와서 재수학원을 다니기 시작하여 2004년에 동기들보다 5살 많은 나이로 연세대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인문계열로 입학하여 2학년 1학기에 교육학과로 진학하였으나 교육학과의 커리큘럼이 교원양성 위주인 것으로 보였고,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거의 없었으며, 정책과 관련된 수업 역시 희박하여 교육학과에서 계속 공부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였습니다. 그래서 교육학과?법학과?행정학과 교수님들께 조언을 구해 법학을 제1전공으로, 행정학을 제2전공으로 바꾸기로 하였습니다.


전공을 바꾸는 과정에서 2학년 2학기까지 각 계열의 입문?기초과목을 수강해야 했고 3학년이 되어서야 전공과목을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2. 입문기(05.12.26-07.2) : 시행착오의 연속
1) 전반기(05.12.26-06.6)
2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마치고, ‘이제는 고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행정법 책과 테이프를 샀습니다. 어떤 책을 봐야할지, 어떤 선생님의 강의를 들어야할지 알 수 없어서 학교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참고하여 홍정선 교수님의 책과 성봉근 선생님의 강의를 선택하였습니다.


첫 2일 동안은 간단하게 필기해가며 들었지만, 3일째 되는 날부터는 왠지 이렇게 지나가면 다 잊어버릴 것 같아 다시 1일차 강의로 돌아와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한자도 빠트리지 않고 모두 받아 적어가며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재생과 뒤로 감기를 반복하여 수업을 들으니 1일치 수업을 듣는데 10시간이 넘게 걸렸고 강의 중반이 넘어가자 흡사 심장을 조이는 듯 한 압박을 느꼈지만 처음이니 그럴 거라며 같은 패턴으로 수업을 들었습니다.


행정법 수업을 듣고 나서 역시 학교게시판을 참고하여 이영환 교수님의 미시, 정운찬 교수님의 거시 책을 보았고, 황종휴 선생님의 동영상 강의를 보았습니다. 이 때 역시 선생님의 말씀을 다 받아 적으며 공부를 했는데 그래프를 말로 설명해주셔서 제가 그린 게 맞는지 틀리는지 몰라 많이 답답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2) 후반기(06.6-07.2)
방학동안 행정법과 경제학 수업을 들었고 학기 중에는 나머지 과목을 공부하려고 했으나 중간?기말고사, 레포트, 조별활동을 하다 보니 학교 수업 외에 고시와 관련된 과목은 공부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고시 공부에만 전념하기 위해 2006년 2학기부터는 휴학을 하였습니다.


휴학하는 기간 동안 성백남 교수님의 미시경제학, 유병삼 교수님의 거시경제학을 청강하려 계획했으나 중간고사 기간 이후로는 거의 나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 학교에서 개설해준 김진욱 선생님의 경제학 수업, 김기홍 선생님의 행정법 수업, 이원강 선생님의 행정학 수업, 신희섭 선생님의 정치학 수업, 이시한?신헌 선생님의 PSAT강의를 수강하였으나 처음으로 한 휴학에 들떠있었고 복습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던 나머지 수업을 듣는 외에는 특별히 한 게 없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이준구?이영환 교수님의 미시경제학을 이회독하고 홍정선 교수님의 행정법특강을 일회독 하였습니다.


한 학기의 휴학기간 동안 느낀 ‘이렇게 공부해서는 고시에 합격하지 못하겠다.’는 생각과 ‘신림동에서는 뭔가 다르다.’라는 친구들의 말에 PSAT 1차 시험을 마치고, 가족여행을 다녀온 후 2월 말에 신림동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3. 초반기(07.3-08.3) : 방황과 각오의 반복
신림동에 들어오니 학교에서 보던 친구들이 몇몇 보였고, 그들과 공부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친구와 함께 합격의법학원 종합반에 등록하게 되었고 부설 독서실에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1) 과목별 학습
(1) PSAT
PSAT은 한상준?신헌?박준범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종합반이어서 비용의 부담 없이 개설된 모든 1차 과목의 수업을 신청하였으나 제대로 수강한 것은 마무리 특강이 유일했습니다. 12월 이후에 실시된 모의고사 강의를 수강하며 실전 감각을 익혔습니다.

 

(2) 경제학 - 이준구?이영환?성백남?정갑영 교수님(미시), 정운찬 교수님(거시), 이영환 교수님(해설미시)
경제학은 예비순환 때 김진욱 선생님의 강의를, 1?2?3순환은 유창석 선생님의 강의와 김진욱 선생님의 기출문제 풀이특강(동영상), 유창석 선생님의 기출문제 특강을 수강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소위 ‘대세’라고 하는 김진욱 선생님의 강의를 신청하였으나 수강생이 많은 만큼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에 분위기가 어수선하였고 수험 초반이라 생각이 짧았을 수도 있으나 김진욱 선생님의 장점이라고 하는 ‘정리된 자료’에 대한 효용도 크지 않다고 생각하여 1순환부터 유창석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1.2순환 때는 유창석 선생님의 수업 진행을 따라 이영환 교수님과 정운찬 교수님의 책을 읽었고 ‘해설미시’를 풀어 보았습니다.


입법고시 1차 시험 발표가 난 다음에는 공부가 그다지 많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김진욱 선생님과 유창석 선생님의 기출문제 특강을 들으면서 경제학을 전체적으로 리뷰하고 중요한 주제 순으로 분류해놓은 상태에서, 유창석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서브를 만들어 활용하였습니다.

 

(3) 행정법 - 홍정선.박균성.정하중 교수님(기본서), 김연태 교수님.이재화 변호사님(사례집), 정진 선생님(더 행정법)
행정법은 정진 선생님의 예비1.2 순환, 답안지 특강(영상), 입법고시 행정법 특강, 각론특강(영상)을, 정선균 선생님의 기출문제 특강을 수강하였습니다.


행정법은 학교에서 홍정선 교수님의 행정법 수업과 김기홍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나서 신림동의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을 들었더니, 선생님들마다 상충되게 설명하시는 부분이 많아서 고생을 많이 했던 과목입니다. 예비순환 때는 홍정선 교수님의 행정법특강을 주교재로 하고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은 박균성 교수님의 행정법강의와 정하중 교수님의 행정법개론을 보며 보충하였습니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정진 선생님께 질문을 드렸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100여개와 70여개, 2번의 메일로 문의 드렸음에도 일일이 다 답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2순환부터는 홍정선 교수님의 행정법특강의 목차를 정리하여 보고, 정진 선생님의 더 행정법의 목차를 따로 정리하여 목차 옆에 조문이나 중요한 키워드를 적어가며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정의는 따로 핸드북 사이즈로 정리하여 학원을 오갈 때나 쉬는 시간에 틈틈이 보았습니다. 또 다른 합격생의 말씀을 좇아 박균성 교수님의 사례집을 손으로 베껴보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효용도 크지 않은 것 같아 200페이지 가량 베끼고 나서는 그만 두었습니다.


입법고시 1차 시험 발표가 난 다음에는 정진 선생님의 답안지 특강(영상)과 정선균 선생님의 기출문제 특강을 들으며 전체적으로 복습한 다음, 정진 선생님의 입법고시 특강을 들으며 정리하였습니다. 

 

(4) 행정학 - 새행정학, 한국행정학
행정학은 백현관 선생님의 예비 2.3(영상) 순환 강의와 권오흥 선생님의 1순환 강의를 들었습니다.


예비순환 때는 백현관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필기를 다시 옮겨 적으니 책을 읽은 틈도 없이 시간이 다 가버렸고, 1순환 때가 되어서야 한국 행정학을 한 번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행정학에 대해서는, 백현관 선생님의 필기를 다시 옮겨 적은 것 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특별히 한 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입법고시 1차 시험 발표가 난 다음에는 백현관 선생님의 전 해 3순환 강의를 들으면서, 백현관 선생님의 행정법 서브의 목차정리를 해서 옆에 중요한 내용을 적어가며 정리하였고 서브로 활용하였습니다.

 

(5) 정치학 - 최장집 교수님의 저서들, 고경민 교수님(현대 정치과정의 동학), 국제정세의 이해, 선생님들의 교재
정치학은 최이호 선생님의 예비?3(영상) 순환 강의와 이창권 선생님의 1?2순환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정치학에 대해서는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최이호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1?2순환의 이창권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는 선생님의 요점 정치학 1,2의 목차정리를 해서 옆에 중요한 내용을 적어가며 공부를 하였고 그것을 서브로 활용하였습니다.


입법고시 1차 시험 발표 후에는 최이호 선생님의 지난 해 3순환 강의를 들으면서 전체적으로 복습하였고 현대 정치과정의 동학의 정치과정 파트를 4-5번 읽어보며 정리하였습니다.

 

(5) 정보체계론
정보체계론은 최이호 선생님의 예비?3(영상) 순환과 민영 선생님의 1?2순환을 수강하였습니다.


정보체계론 역시 처음 접하는 과목이었으나 최이호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역시 최이호 선생님과 민영 선생님이 나눠주신 자료를 테마별로 목차정리해서 옆에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가며 공부하였고 이를 서브로 활용하였습니다.


입법고시 1차 시험 발표 후에 최이호 선생님의 지난 해 3순환 강의를 들으면서 전체적으로 복습하였고, 이를 서브로 활용하였습니다.

 

2) 1차 시험과 2차 시험
(1) 1차 시험
입법고시 1차 시험의 경우 워낙 작은 인원을 뽑는 시험이었고 보통 모의고사를 친다는 기분으로 치르는 시험이라고 하여 부담 없이 치르러 갔습니다. 부담 없이 치려는 시험이었지만 1교시가 너무 어려워서 주눅이 들었고 준비해간 도시락을 먹고 싶은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반 정도만 먹고는 여의도 고수부지에 가서 바람을 쐬고 들어와 2, 3교시를 봤습니다. 그다지 잘 봤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1교시에 65점을 받았음에도 평균 80점이 넘어 1차 시험을 합격하였습니다.


반면 행정고시 1차 시험의 경우에는 입법고시 1차 합격 이후 PSAT 문제를 단 한 문제도 풀지 않은 채, 입법고시 2차 준비에만 매진한 측면과 많은 인원을 뽑는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졌던 때문인지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시험지 1면에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쓴 수험번호와 이름이 OMR 카드에 찍혀서 시험 중간에 OMR 카드를 교체하는 바람에 시간을 많이 허비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시험지 첫 면에 연필로 이름을 적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 2차 시험
예상하지 못했던 입법고시 1차 시험 합격 발표에 급히 2차 시험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준비할 수 있는 기간도 그리 많지 않고 2차 시험을 준비한 적도 없어서 제가 수업을 들었던 모든 선생님께 메일로 문의를 드렸고 합격의법학원 이진성 부원장님과 유창석 선생님, 정선균 선생님께는 직접 찾아가 조언을 구했습니다. 잘못된 방법으로 10시간 공부하는 것보다 올바른 길로 1시간 공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여 일주일에 2번 이상 부원장님이나 유창석 선생님을 찾아가서 제가 계획한 공부 방법에 대해서 조언을 구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하였지만 경제학은 기출문제 특강과 유창석 선생님의 3순환을 들으면서 서브를 작성하였고 행정법은 정진 선생님의 입법고시 특강을 들으며 정리하였습니다.


행정학.정치학.정보체계론은 전년도 3순환 강의를 하루에 2-3개씩 보아가며 전체적인 리뷰를 하고난 다음에 기출문제집과 작년에 강의를 하신 선생님들의 3순환 문제 자료를 구해서 모든 선생님이 출제하신 문제부터 중요도 순으로 손으로 베껴보았습니다. 아주 중요한 문제는 손으로 베껴가며 답안 연습을 하고 중요도가 낮은 것들은 목차 정리를 따로 하여 구성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시간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매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는 행정법 공부를, 12시부터 7시까지는 경제학 3순환과 경제학 공부를, 7시부터 새벽 1시까지는 2타임으로 나누어 나머지 3과목 중 2과목을 공부하였고, 집에 와서 3시 정도까지는 그날 못한 부분을 정리하였습니다. 아침은 집에서 먹고 나왔지만, 점심은 어머니가 싸주신 간식을 영상강의나 3순환을 들으면서 조금씩 먹었고 저녁은 김밥을 사서 학원 지하 계단이나 독서실의 휴게실에서 재빨리 먹고 들어갔습니다. 또 새벽녘에 공부를 하려면 허기를 달래야 해서 새벽 1시 경에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김밥을 한 줄 먹었습니다. 가끔 스스로 처량해 보여서 혼자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요 며칠만 고생하고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단순히 베끼는 게 대부분이지만 하루에 6시간 정도씩 답안을 작성하다보니 손목, 어깨와 목에 경련이 와서 파스를 3-4개씩 붙여가며 공부를 했고 너무 졸릴 때는 눈 밑에 물파스를 발라가며 공부를 했습니다.


하루에 9-10시간 정도하던 공부를 13-14시간씩 하다 보니, 지금 돌이켜보면 참 건방진 생각이었지만, ‘이번이 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했었고 2차 시험도 제 스스로는 ‘이 이상의 답안은 쓸 수 없다.’고 여길 정도로 잘 썼다고 생각했습니다.   
 
4. 중반기(08.4-08.9) : 슬럼프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 입법고시 2차 시험을 치르고 나서는 행정법 3순환을 신청하였으나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달아난 모양인지 멍하니 앉아 있다가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차 시험 후에 제가 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진성 부원장님께서 서강대학교에서 하는 김광수 교수님과 이원희 교수님의 특강을 들을 것을 추천해주셨는데, 거기서도 멍하니 있다오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던 중 2차 시험 발표가 났고,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나 집안행사 때문에 두 달여를 그 행사 준비한다고 보내고 나니 마음잡기가 점점 힘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다시 종합반에 등록하고 박훈 선생님의 행정학 예비순환, 이승호 선생님의 정치학 예비순환, 이상근 선생님의 경제학 1순환, 정선균 선생님의 행정법 1순환, 박훈 선생님의 행정학 1순환을 수강하였습니다. 분명히 수업을 듣고 필기를 하고 시험을 치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효과적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수험적인 측면에서는 정체 기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수업시간을 지키지 않으셨던 일부 선생님에 대한 짜증났던 기억과 이상근 선생님께 경제학 답안을 봐주십사 찾아갔던 것 외에는 없을 정도로 슬럼프에 빠져있었습니다. 

 

5. 후반기(08.9-09.5) : 재출발 그리고 마침표
최승호 선생님의 정치학 강의를 수강하면서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최승호 선생님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지만 학원에 계신 다른 정치학 선생님의 수업을 다 들어보았었고, 그 선생님들 자료를 모두 목차정리 해두어서 선생님들의 1순환을 다시 들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토요일 저녁까지 공부를 하기는 싫었기 때문에 오후에 하는 강의를 들으려다 보니 최승호 선생님의 강의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선택의 과정에서의 가벼움과는 달리, 그 수업을 통해 ‘합격하려면 5과목을 연계시키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감을 잡을 수가 있었고, ‘난 아직 멀었구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1) 과목별 학습
(1) PSAT
PSAT은 이번에도 한상준?신헌?박준범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진우 선생님의 법률문제 특강을 영상으로 수강하였습니다.


PSAT 강의는 모의고사 강의 전의 final특강 수업만 들었으며, 최승호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난 이후에는 스스로 계획한 2차 공부양량이 많았기 때문에 PSAT 공부에 시간을 쏟을 여력이 없었습니다.


final특강과 모의고사 강의 시간 이외에는 PSAT문제를 풀어보지 않았고 입법고시 1차 합격 발표 이후에는 행정고시 1차 시험 3일 전에 이진우 선생님의 법률문제 특강을 영상으로 본 이외에는 PSAT 문제를 풀지 않았습니다.
 
(2) 경제학 - 이상근 선생님(2?3순환), 김진욱 선생님(기출문제 특강)
이 기간 동안에는 이상근 선생님의 2?3순환을 수강하였습니다. 전 해에 수강했던 유창석 선생님의 강의가 무척이나 좋았지만 3순환 기간 동안에 유창석 선생님이 다루셨던 모든 강의와 기출문제집의 자료는 다 서브에 정리해 두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1순환부터 선택했던 이상근 선생님의 강의를 계속 따라 갔습니다.


유창석 선생님께서도 수강생들에게 먼저 다가오셔서 도움을 주시는 스타일이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상근 선생님께서도 답안을 가져와보라고 말씀해주신 덕에 여러 번 답안을 가지고 가서 피드백 받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내용적인 측면은 충실하지 못하더라도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틀이 갖추어졌던지 최고답안도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전 년도의 유창석 선생님의 강의를 기본으로 한 서브 외에 이상근 선생님의 목차 자료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브를 만들었는데, 입법고시를 치르기 위한 정도의 완성도는 갖추어지지 못해서 결국 시험장에는 유창석 선생님 강의시 만들었던 서브를 가지고 들어갔습니다. 초반에 만든 서브에는 주요 내용에 대한 정리가 되어 있었지만 기본적인 이론들이 조금 부족했었는데, 이상근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 보충할 수 있어서 이번 2차 시험에서 합격할 수 있을 정도의 점수를 획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3) 행정법 - 정선균 선생님(2순환, 마무리 특강), 정진 선생님 입법고시 특강
행정법의 경우에는 정선균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여, 정선균 선생님이 작년에 강의하신 행정고시 전 마무리 강의를 보고 복습하였고, 정진 선생님의 입법고시 특강을 들으면서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서 체크하였습니다.


정선균 선생님의 ‘행정법 액기스’가 내용적인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하였지만 목차가 없고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여서, 목차부분?판례부분?정의부분을 따로 정리하고 가독성 있게 전체적으로 편집하여 보았더니 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재화?정선균 공저 사례집을 통해서 주요 내용을 최종적으로 정리하였습니다. 

 

(4) 행정학 - 최승호 선생님(2순환) / 정치학 - 최승호 선생님(1.2순환)
행정학과 정치학의 경우, 최승호 선생님이 5과목을 연계하여 설명해주시고 전체적인 맥락과 틀을 통해서 강의해주신다고 판단하여서 선생님의 강의 자료와 수업을 중심으로 공부하였습니다.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선생님이 주요 교과서와 최신 논문을 넘나들며 강의하셨기 때문에 많은 자료들을 펼쳐놓고 공부하는 것 보다는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하신 내용을 중심으로 틀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행정학 2순환과 정치학 1, 2순환은 모두 녹음하여 녹취하였고 지엽적인 내용보다는 큰 틀 위주로 공부하려고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수업을 녹취한 것을 토대로 핵심적인 주제에 대해 저만의 시각으로 분류를 다시하고 ‘이런 문제가 나왔을 때는 이렇게 답안을 작성해야지’라며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책에 나와 있는 예시를 참조하지 않고 저만의 시각으로 답안 작성에 대한 관점을 잡고 있었던 것이 행정학과 정치학에서 점수가 잘 나왔던 비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5) 정책학 - 최승호 선생님(9급 강의, 예비순환) 
정책학은 최승호 선생님의 9급 강의와 예비순환을 수강하였습니다. 사실 전 해의 입법고시를 치를 때에는 정보체계론을 선택하였고 점수도 나쁘지 않게 나왔지만, 정치학과 행정학을 최승호 선생님의 수업을 듣다보니 자연스레 선생님의 앞선 두 강의와 연결성이 있는 정책학으로 과목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사실 11월이 다되어서야 정책학으로 선택과목을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11월에 선생님이 수업하신 9급 공무원 시험강의를 동영상으로 보고 전체적인 틀에 대한 대강만 잡은 후, 1월에 진행된 예비순환을 수강하였습니다. 정책학은 내용에 대한 대략은 잡았지만 답안작성은 해본 적이 없어 입법고시 2차 시험 당시에 가장 불안했던 과목이었습니다. 하지만 행정학, 정치학과 마찬가지로 정책학 역시 선생님 수업을 녹취하여 보면서 그것을 기반으로 하되 제 나름의 시각으로 재정리하는 방법으로 공부하였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을 잡고 나서 저만의 관점을 가지고 표현했던 것이 정책학의 공부기간이 짧았음에도 어느 정도의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2) 1차 시험, 2차 시험
(1) 1차 시험
입법고시 1차 시험의 경우, 시험 2일 전까지 정책학 예비순환을 수강하였고 하루에 7시간 정도 그 내용을 녹취하며 정리하였기 때문에 PSAT 시험을 준비할만한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오전에 PSAT 모의고사 강의로 시간조절 연습을 했던 것 외에는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작년 입법고시 1차에 운이 좋아 붙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시기까지도 기출문제를 풀어보지도 않았고 단지 시험 전날에 푹 잔 것 외에는 준비한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시험을 본 학교가 너무나 추웠고 1교시 때 감독관님들께서 말씀 나누시는 게 너무 거슬렸던 점, 어떤 분이 컴퓨터용 사인펜을 가지고 오지 않으셔서 감독관님이 ‘하나 더 있는 사람’을 물으셨고 제가 사인펜 빌려준다고 한 번 일어섰던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 정도의 점수가 나왔는지 의아하지만 올해 역시 입법고시 1차에서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행정고시 1차 시험의 경우, 입법고시 1차 합격발표 이후에는 미처 녹취하지 못했던 최승호 선생님의 강의를 마저 녹취해야 한다는 생각에 PSAT 문제는 단 한 문제도 풀지 않고 밤을 새어가며 녹취에 매달렸습니다. 다만 시험보기 3일 전에 이진우 선생님의 법률문제 특강을 영상으로 수강하였고, 2일 전부터는 잠을 푹 잤습니다. 하지만 이번 역시 행정고시 1차에서는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제가 생각한 원인은 2주 가량 PSAT 문제를 전혀 풀지 않았던 탓에 시간 배분 등과 문제 풀이에 대한 요령이 저하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2) 2차 시험
입법고시 1차 결과가 발표 나고 2차 시험까지는 약 5주간의 기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행정고시 1차 시험이 있었고 1차 시험에 대한 법률저널의 예측이 있고난 후 갑작스레 복학신청을 하러 학교에 다녀오고, 수강신청 등을 하느라 입법고시 2차 시험에 완전히 매진하기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몇 개월 전에 선택한 정책학은 시험 전 날까지 저를 불안하게 만든 요인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이미 한 번 입법고시 2차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미진한 부분과 보완해야 할 부분을 고려하여 스스로 공부계획을 짤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번 해에는 오전에는 정선균 선생님의 행정법 액기스를 편집한 저의 서브와 이재화·정선균 공저 사례집으로 행정법을 공부하였습니다. 오후에는 강의실 맨 뒤의 구석자리에 앉아서 간단히 간식을 먹으며 경제학 문제를 푼 다음, 수업을 들어가며 작년에 작성한 서브를 보완하고 경제학에 대해서는 수업시간 내에 끝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저녁 시간에는 집에 와서 식사를 한 후, 녹취자료와 선생님의 필기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목차를 잡아가며 문제에 따라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였습니다.


전 해에는 중요부분에 대해 답안을 작성하든, 답안을 베껴쓰든 답안을 작성해보면서 중요 문제를 익히려고 노력했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경제학의 경우만 3순환 기간에 답안을 작성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4과목은 답안 작성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답안 작성보다는 나름대로의 관점을 정립하고 생각하는데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았습니다.


그래도 정책학의 경우에는 답안을 한 번도 작성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그래서 학원에서 작년 문제를 구하여 풀어보려고 하였지만 도대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워서 입법고시 2차 시험 전 마지막 10일 중에 5일을 정책학에 할애할 정도로 비중을 많이 두었습니다. 그 시간동안 전체적인 틀과 맥락을 잡는데 중점을 두고 ‘어떤 문제가 나오든 넓게 생각해서 정책에 대한 넓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드리자.’는 생각으로 공부하였습니다.


2차 시험장에는 작년에도 가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수험장으로 가는 시간조절도 화장실이나 편의시설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안정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오전시험 후에는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의 시험 준비를 하였습니다.

 

Ⅲ. 수험기간 중의 선택
1. 장.단점의 파악
수험기간 중에는 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에서 선택의 기준을 오로지 저 자신에게 두고 저의 장·단점을 감안하여 결정하였습니다.

 

1) 장점
저의 장점은 분류를 잘하고 정리를 잘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번 시작한 일은 정말 쓸모없는 일이 아닌 이상 끝까지 다 하려고 한다는 점이 수험에 있어서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단점
저의 단점은 잠이 많다는 것과 사람들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잠이 많은 것은 책을 읽을 때도 큰 애로사항이었는데 단순히 책을 읽고 앉아있으면 잠을 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책을 읽다가 꿈을 꾸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또 사람들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자주 모임을 갖고 연락도 자주하는 편이라 수험에는 큰 단점으로 작용하였습니다.

 

2. 학업과 관련된 선택
1) 종합반의 선택
신림동에 들어온 첫 해에 종합반을 선택한 이유는 고시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기 때문에 정보를 얻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려는 의도가 컸습니다. 또 종합반에는 담당 팀장님이나 스터디 매니저가 있어 수험에 있어 궁금한 점을 물어볼 곳이 있다는 것도 상당한 이점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수험에 대해서 현실적인 정보를 얻고 싶었는데 세 학원 모두에 종합반과 관련하여 상담하러 갔을 때, ‘한 해에 종합반에서 몇 명이나 합격하느냐?’는 질문에 ‘180명이 들어와서 2명 정도가 합격한다. 한 번 종합반 한다고 붙기는 정말 힘들다.’라고 대답해주셨던 합격의법학원 종합반의 김석배 차장님이 가장 솔직하시다고 생각하여 그 곳에 등록하였습니다.


두 번째 해에도 역시 종합반을 선택한 이유는, 기회비용이 줄어드는 점, 동영상 강의·지난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점과 영상 강의실에서의 빈자리·빈 강의실을 사용하는데 이점이 있다는 측면 때문이었습니다. 강의의 선택에 있어서 십수 명의 선생님을 두고 고민하는 것보다 몇 분 중에 선택을 하는 것이 제한된 합리성이지만 적은 시간비용으로 그 이상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았습니다. 또 특히 입법고시를 준비할 때 동영상 강의와 지난 자료를 필요로 하는 만큼 제공받을 수 있었던 점, 녹취를 할 때 영상 강의실에서의 빈자리를 마치 독서실 개인 자리처럼 사용할 수 있어서 노트북을 사용하기 편했다는 점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그리고 3차 시험을 준비할 때 이진성 부원장님의 배려로 10일 가량 오전·오후로 회의실과 빈 강의실을 사용할 수 있었던 점은 시험 준비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 선생님과 강의의 선택
저는 선생님과 강의를 선택할 때 시간을 잘 지키시는 분들 중에서 선택하였습니다. 이런 점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셨는데, 저는 현재의 고시 수험 시스템은 제한된 시간 하에서 5과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지키는 것은 비단 수험생  뿐만이 아니라 선생님에게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로 수업 초기에 ‘보강이 2회 정도 있을 예정입니다.’거나 ‘매일 20분씩 일찍 시작하고 30분씩 늦게 마친다.’고 하시는 경우에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선생님 스스로가 아무런 언급도 없이 매일 10분 이상 늦게 오시는 경우나 스스로 작성하신 계획을 반복해서 어기시는 경우에는 그 분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그 선생님의 강의는 다시 수강하지 않았습니다.

 

3) 공부방법의 선택 
위에서도 보셨지만 저는 수험기간 내내 수업을 들어왔습니다. 그 이유는 종합반에 등록하여 이미 비용을 지불한 탓도 있었지만 수험에 있어서는 반복 학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한 순환에 그 과목을 일회독 이상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혼자서 진도를 맞추어가며 공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업내용에 의존 하든, 하지 않든 간에 수업을 들으면서 공부해야 할 분량을 가늠하였습니다.


또 저의 단점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단순히 책만 읽는 것을 잘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목차를 정리한 다음에 책을 읽으면서 정리해 나가는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어떤 수업이든 일단 교과서나 수업교재를 받으면 2-3일 정도는 그 책의 목차를 컴퓨터로 다 정리해서 인쇄를 했습니다. 그런 다음 목차만을 보고 전체적인 내용을 가늠해보고 나서 제가 생각한 내용과 책의 내용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체크해가며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 부분을 인쇄한 목차에 적어두었고, 중요한 키워드나 부제에 쓸 만한 어구들은 옆에 필기해가며 보았던 것이 저의 단점을 보완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물론 정리한 것만 볼 때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졸렸는데 앰플 등을 먹어본 적은 없었지만 시험을 4-5주 앞두고서는 물파스를 눈 밑에 바르는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물파스를 너무 눈 가까이 바르면 눈이 아프니 적당한 위치에 발라야 하는데 잠깐 눈을 붙이려고 할 때도 물파스를 바르고 자면 깊이 잠들지 않고 선잠을 잘 수 있어서 졸릴 때 마다 발랐던 기억이 납니다.
 
3. 생활과 관련된 선택
1) 운동의 선택 
신림동에 들어온 초기에는 오래 앉아서 공부만 하면 되는 줄 알았지만 계속 앉아있다 보니 몸이 무거워지고 쉽게 피로하여 오히려 효율이 떨어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신림동이 들어온 후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피트니스 클럽에 회원으로 등록하여 2차 시험 전 4-5주 정도를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3-4번 이상 운동을 하여 체력을 유지하려 노력하였습니다.


또 공부하는 자세가 좋은 편이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신체교정원에 가서 교정을 받았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2) 식사에 대한 선택
신림동에 들어온 초기에는 학교에서 알던 친구들과 같이 점심,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뷔페식 식당들은 저를 끊임없는 식탐의 소유자로 만들었고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다보니 실컷 수다 떨고 와서 독서실에서는 잠을 자는 주객전도 현상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점점 불어가는 살들과 늘어나는 수면시간 때문에 밥을 먹는 모임에서 빠지기로 했습니다. 그 이후에 계속 혼자 밥을 먹어서 2007년 4월부터 합격하기 전까지 신림동에서 다른 사람과 밥을 함께 먹은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작습니다. 혼자 밥을 먹으면 스스로 좀 안쓰러워 보일 때도 있었지만 공부하는 시간에 떠오를 수 있는 잡생각들을 정리한다든가 아버지, 어머니, 친척들에게 전화를 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하니 혼자 밥을 먹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3) 인간관계에 대한 선택
단점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어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공부에 방해가 되는 측면이 많았습니다. 휴학을 한 첫 학기에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자제하지 못하여 시간허비를 한 측면이 많아서 신림동에 들어오면서는 아는 사람을 만들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신림동에 와서도 이미 알고 있던 친구들과는 계속 연락을 하고 두 달에 한 번씩 하는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계모임은 계속해서 하였지만 인간관계는 그 정도에서 그만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신림동와서 초반에 5개월 정도 정치학 논문 스터디를 한 것 외에는 스터디를 하지 않았고 2년 동안 종합반을 하면서도 인사하고 지내는 사람은 2-3명에 불과할 정도로 고시를 준비하는 다른 분들과는 거의 소통을 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다만 최승호 선생님의 수업에서 같이 답안 피드백을 받으면서 알게 된 분들과 제가 자료를 필요로 하거나 동영상 강의를 신청할 때 항상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편의를 제공해주신 합격의 법학원의 완용이 형과 성훈씨, 인사를 엄청 열심히 하시는 착하게 생긴 조교님과는 안부를 물으며 지냈습니다.


Ⅳ. 시험을 치르러 갈 때의 회고
1. 1차 시험의 경우
1차 시험을 치르는 데는 그날의 컨디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적어도 전날에는 잠을 푹 잤습니다. 그리고 입법고시와 행정고시 1차 시험이 겨울에 실시되는데 옷은 가벼운 것으로 3-4겹 정도 입고 가서 교실 상황에 따라 옷을 더 입든 벗든 하였고, 양말도 하나 정도 더 가지고 갔습니다. 그리고 단 것이 1차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초콜릿을 사가서 시험 치기 전에 간간히 먹었고 시험시간이 긴 관계로 물은 입술을 적실 정도로 조금씩만 먹었습니다.


점심은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조금만 싸갔고 시험 중간에는 잠을 자거나 하지는 않고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고 들어왔는데 긴장을 풀고 머리를 맑게 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험을 볼 때는 작년 행정고시 1차 시험에서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쓴 이름과 수험번호가 OMR카드에 찍혀서 OMR카드를 교체했던 기억 때문에 모의고사 때부터 한 문제를 풀 때마다 OMR카드에 연필로 작게 체크해가면서 푸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시간도 단축되는 것 같았고 마킹 실수도 거의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시간 단축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2. 2차 시험의 경우
저는 행정고시 2차 시험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입법고시를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입법고시는 3일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시험 직전에는 시험 보는 과목을 역순으로 과목을 배치하여 공부하였습니다. (D-1일에는 첫 날 보는 과목, D-2일에는 둘째 날 보는 과목, D-3일에는 셋째 날 보는 과목 순으로)


시험보기 전날에는 3시간 정도는 잠을 자는 최소한의 시간으로 두고 되도록 정리했던 부분들은 한 번씩 다보고 잠을 자도록 했습니다. 둘째 날과 셋째 날은 시험을 보고 와서 1-2시간 정도 편하게 자고 난 다음에 새벽 3-4시까지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쇼파에 기대어 앉아 뉴스를 보다가 샤워를 하고 느긋하게 시험장으로 출발하였습니다. 보통 일어나서 집을 나서기까지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급한 마음으로 책을 보는 것보다는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저에게는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시험장에는 입실시간 1시간 30분 전에 도착해서 책상을 깨끗하게 지우개로 지우고 물티슈로 닦고 난 다음에 가지고 온 자료를 보았습니다. 시험이 시작하기 30분 전부터는 필기구, 신분증, 수험표만 남기고 자료는 다 집어넣으라고 하시는데 그 때는 눈을 감고 그 과목의 전체적일 틀을 처음부터 머릿속으로 그려보았습니다.

 

Ⅴ. 나가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보다 단지 반년 내지 일 년 일찍 합격했을 뿐인데 그런 분들께 말씀드리기 부끄러운 저의 수험생활을 모두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장황하다 싶을 정도로 길고 쓸데없는 내용도 많이 있지만 수험생활의 작은 부분까지 포장하지 않고 다 말씀드리는 것이 여러분께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구구절절 지겨운 말들을 늘어놓게 됐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 내놓기에 부족하고 부끄러운 글 솜씨이지만 행여 저의 경험의 어떤 한 부분에서라도 지금 수험을 준비하고 계신 분들에게 교사로 혹은 반면교사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습니다. 부디 귀한 시간 내어 읽으신 이 글이 당신의 합격에 조그마한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3년 6개월 동안의 수험기간 동안 저를 믿고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동생에게 감사드리고, 수기에서 언급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마 그 분들 중 단 한 분이라도 안계셨다면 제가 합격의 영광을 누릴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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