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저 인터뷰]입법고시 수석, 박기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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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저 인터뷰]입법고시 수석, 박기현씨
  • 법률저널
  • 승인 2009.05.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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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讀, 낯선 지문에도 배경지식 돼”
“입법부 정책 역량 강화에 일조하는 공무원 될 터”

 

“합격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습니다. 최고령 합격자라는 타이틀이 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석 합격자라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15명 선발에 7421명이 지원해 역대 최고 경쟁률인 494.7대1을 기록한 올해 입법고시에서 수석으로 합격한 박기현(31, 재경직)씨는 합격소감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합격의 기쁨이 채 가라앉지 않은 지난 6일, 법률저널은 박 씨를 만나 그간의 수험생활과 수석 합격의 노하우 등에 관해 들어봤다.

 

“대기업 신입사원 시절, 공무원 꿈 꾼 계기돼”


경영학을 전공한 박 씨는 졸업 후 전공을 살려 대기업 인사팀에 입사했다. 1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때가 그에게 있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해 준 시간이기도 하다. 인사팀 업무 중 ‘영유아 보육 대책 지원’ 정책안에 관해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고 담당공무원에게 자료 등의 설명을 구한 것이 계기가 된 것.


그는 “‘강제성이 없어 한계성을 지니고 있지만 입법과정을 거치는 것 자체가 해당 분야의 이정표가 되지 않겠냐’는 담당공무원의 말이 크게 와 닿았다”며 “당시 몸담고 있던 회사에서 직원을 위해 했던 나의 업무도 공무원의 신분이 되어 일하게 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의 편익을 도모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행정고시를 치러야겠다는 결심이 서자 PSAT 기출문제를 구입해 풀어 본 그는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와서 1차 시험 부담을 다소 적게 느끼고 사표를 제출한 후 본격적인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시험과목이 거의 같기 때문에 행시와 입시를 함께 준비하는 당시의 대부분 수험생들처럼 박 씨 역시 두 시험을 함께 준비해 오긴 했으나, 행정공무원이 아닌 국회공무원이 되자는 생각은 명확했다. 박 씨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도 있었듯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갈등을 겪을 행정공무원이 되고 싶지 않았다”며 “정책을 평가하고 검토하는 입법공무원이 되어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고 싶다”며 국회공무원을 꿈 꾼 이유이자 앞으로의 다짐을 힘줘 말했다.

 

“오랜 수험생활, 오히려 ‘약’이 돼”


2005년 7월부터 수험생활을 시작해 4년 여 만에 합격한 박 씨는 ‘장수생’에 속한다. 그는 “처음 시험공부를 시작할 때 PSAT는 당연히 합격한 후 1년 공부해 2차 시험에 합격하겠다는 자신감으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재경직 과목 역시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았던 그다. 실제 그는 2006년부터 올해 행시 1차에서 한 차례도 낙방한 적이 없고, 입시 1차 역시 07, 08년도를 제외한 06, 09년도 시험에 합격할 만큼 PSAT시험에 강했다.

 

그러나 2차 시험에서 매번 고배를 마시곤 해서 길어진 수험생활이 힘들었을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다소 길었던 자신의 수험기간에 대해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평하며 “한 번도 실패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자만심도 컸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빨리 시험에 합격했다면 지금과 같은 기쁨은 느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차 ‘독서’ 도움 돼, 2차는 독학 위주로”


박 씨에게 수석합격자로서 공부 노하우를 들려 달라고 했다. 다음은 박 씨가 전한 1·2·3차 시험 전략이다.


“1차 PSAT시험은 수험생들 사이에서 ‘PSAT형 인간이 있다’등의 논란이 있기 때문에 노하우를 전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 내 경우 평소 책을 좋아해 많이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전문 지식을 묻는 지문이 아닌 이상 처음 보는 지문도 생소한 느낌을 받지 않았던 것은  평소 읽었던 책이 배경지식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시험 준비 시작 후 1년 동안 <논리학개론>을 독파했는데 언어 영역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됐다. 올해의 경우 논리 문제가 많이 출제되지는 않았지만 이 책이 전반적 사고력을 기르는 훈련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료 영역의 경우 학창시절부터 수학 과목을 좋아했었기 때문에 계산 문제가 크게 어렵지 않다. 다만 독특한 습관이 하나 있는데, 신문을 읽을 때나 책을 볼 때 <표>나 그래프를 먼저 보고 내용이 궁금하면 본문을 읽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습관이 문제를 접근하는데 유용했다고 본다.


2차 시험 공부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단순하다. 혼자 책을 보고 공부했기 때문이다. 2006년 봄에 경제학 강의를 들었던 것 외에 모두 혼자서 공부했다. 여러번 고배를 마시자 주변에서는 ‘남들처럼 학원에 가서 강의를 듣지 왜 혼자서 하냐’고 질타를 했지만 생각하던 공부 방식을 지켜나갔다.


학원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한데, 군 제대 후 바로 입사했고 이어 수험생활을 했기 때문에 규칙적인 패턴이 몸에 익숙해 시간 관리가 잘 된 편이다.


올해 재경직 3차 면접시험에서는 ‘정부 내 정책갈등에 대한 원인과 대책 방안’이라는 집단토론 주제가 제시되었고 경제부총리 제도를 둘 것인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주 쟁점이었다.


면접 준비를 위해 3차 시험 응시자들이 스터디 모임을 결성, 9일 동안 4시간씩 순서를 정해 발제 주제를 준비해오고 함께 토론했다. 면접 응시자들은 개별시험 주제로 경제위기, 추경편성, 청년실업 등 거시적 시사 문제를 준비했으나 실제 면접에서는 세부적인 질문이 출제돼 당황했다. 면접을 위해서는 평소에 직렬 관련한 신문 칼럼이나 연구 결과물을 읽어나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박 씨가 수험생활을 하는데 있어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적지 않은 나이였다. 지난해에는 ‘더 이상 수험생활을 지속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입사원서를 30군데나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1개 기업을 제외한 지원사에서 연락이 없었다.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채 다시 공부에 매진했고 그 결과 합격이라는 기쁨을 누리게 된 그였기에 합격소식은 그야말로 ‘생활’로 다가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기분,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는 스스로의 나이가 더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힘들게 공부해서 합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힘이 났다”며 “나의 합격 소식이 수험생들에게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박 씨는 수험생활에 있어 가장 힘이 되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는 속담을 소개했다. 이 문구는 수험기간 동안 그의 책에, 책상에, 그리고 마음에 항상 새겨 있었다.

 

“운동, 독서로 슬럼프 극복해”


수험생활 시작하고 테니스를 배웠다는 박 씨는 2차 시험을 치르고 난 후면 항상 테니스장에 붙어있을 정도로 열성적으로 운동했다. 그는 “체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잘 이내겼다”며 “테니스 클럽에 소속돼 활동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도 수험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출구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유독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날은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 읽었다. 하루 정도 책 읽기에 빠져 있다 보면 기분 전환이 되곤 했다. 박 씨는 “존경하는 인물이 이순신 장군이라 1년에 한 번씩은 ‘이순신 평전’, ‘칼의 노래’등을 읽곤 했다”며 “늦은 나이에 급제한 대목이 크게 와 닿았다”며 웃어보였다.

 

감사의 메시지 전하며


박 씨는 “수험생활을 지켜보시면서 고생하신 부모님과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주신 형들과 형수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여자 친구 혜린과, 부모님, 동생에게도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전화요금 부담될까봐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지도 않고 연락해 온 외국에 나가있는 민석, 수험생활을 함께 해 온 모든 친구들에게 고맙고 목표로 하는 시험에 모두 합격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수험생들에게는 “수험생활을 단순하게 유지해 나가며 처음 계획했던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으로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고 집행되고 있는지, 정책에 대한 비용 편익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키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힌 박 씨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허윤정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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