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자로 법조인력정책과를 떠난 우병우 과장은 2년간 재임하는 동안 사법시험 혁신을 이끌어 수준 높고 경쟁력 있는 법률가를 선발하기 위한 틀을 만듬으로써 사법시험이 명실상부한 국가최고시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평을 얻었다. 본지는 앞서 6일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에서 우병우 과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갖고 올해 1차시험의 취지와 재임 동안의 소회를 들어봤다. 편집자 註
다음은 우병우 과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3. 8. 자로 법조인력정책과를 떠나게 되었다. 2년간 재임하는 동안의 소회는 어떠한지.
▲1990년 검사로 임관한 이래 그간 검사로서 수사와 기획 업무를 담당해왔다. 그런 도중 맡게 된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으로서의 2년간의 시간은 일종의 외도(?) 였다. 그러나 사법시험이 모든 법조인들의 원류에 해당되는 만큼, 2년간 사법시험을 혁신하고 본업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보람을 느낀다.
-재임하는 동안 사법시험의 제도개선과 관련하여 어떠한 점에 초점을 맞추었는지.
▲사법시험은 작게 보면 매년 약 2만명 이상의 응시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지만, 크게 보면 전국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험이다. 사법시험을 통과했다는 것을 법률전문가로서의 자격을 취득한 것이다. 의사가 아픈 사람을 고치지 못하면 안 되는 것처럼 '사회적 의사'(Sozial arzt)인 법률가가 법률문제에 대하여 정확한 지식을 보유하지 못하고 부정확한 판단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큰 피해가 돌아가는 것이다. 이에 사법시험을 통해 '제대로 된 법률가'를 사회에 배출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이 시험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부응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사법연수원이 설치되어 있는 만큼 사법시험에서는 사법연수원에서 공부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법률소양만 평가하면 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법조인력정책과장으로 부임하여 많은 실무가들을 만날 때 일부 사법시험 합격생들의 법학실력이 부족하다는 걱정을 들은 적이 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이라면 그래도 법학 부분에서는 충분한 실력을 쌓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음에도 그러한 걱정을 들으니 마음이 무거웠다.
따라서 기존의 사법시험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떠한 개선책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법학 기본이론과 판례의 취지를 정확히 습득한 사람들을 선발할 수 있도록 문제의 수준을 개선·향상시키는 것만이 제대로 된 법률가를 사회에 배출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2년간 재임하면서 가장 보람있는 일이 있다면.
▲수준 높고 경쟁력 있는 법률가 선발을 위하여 사법시험 1차, 2차, 3차시험의 모든 영역을 개선·강화했기 때문에 어떤 분야에서의 일이 특별히 기억난다고 하기 보다는, 사법시험이 명실상부한 국가최고시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자체가 가장 보람있는 일이다.
"문제의 내용 등은 시험주관기관의 원칙 필요
수험생 편의를 위한 행정서비스는 최대 노력"
-재임기간 중의 업적에 대해서는 수험가에서도 그 취지를 높게 사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사법시험은 크게 2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시험주관기관 본연의 임무로서 문제의 내용과 수준 및 집행의 공정성에 관한 부분이고, 둘째는 수험생 편의를 위한 행정서비스 영역에 관한 부분이다.
전자는 수험생들의 편의와 무관하게 지켜가야 할 부분이고 이는 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접근할 영역이 아니다. '시험 공부가 힘드니까 쉽게 출제해 달라 또는 많이 뽑아달라'는 등의 요구는 이러한 시험의 본질을 도외시한 억지주장에 불과하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사법시험은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법률가를 뽑기 위한 시험이라는 점, 또한 문제의 난이도에 관계없이 매년 일정한 인원을 선발하는 상대평가라는 점, 2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시험이라면 보다 실력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부분에 대한 시험주관기관의 확고한 원칙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반면, 후자와 관련해서는 수험생들의 편의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합격자 발표 기간을 대폭 단축하였고, 올해부터는 소명자료의 제출 시기도 '1차시험 하루 전'으로 연장하여 많은 수험생들이 혜택을 보기도 했다. 시험장의 의자 및 화장실 등 편의시설의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시각 장애인이 편하게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많이 배려했다. 인터넷 원서 접수의 전면 실시로 인해 매년 1월말 되면 수험생들이 원서접수창구에서 장사진을 치는 수고도 덜게 되었고, 합격증명서의 인터넷 발급제도를 도입하여 합격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과천청사까지 오던 불편도 없앴다.
결국, 일부 비난을 가하는 수험생들이 있지만 법률가가 되고자 하는 수험생들이라면 전체 국민을 위해 어떤 법률가가 선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험주관기관의 진정한 의도를 충분히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과장이 바뀌면 제도가 또다시 바뀌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1,2차 시험의 제도 개선과 3차 심층면접 제도의 도입 등 '제대로 된 법률가'를 선발하기 위한 노력은 법조인력선발제도의 원칙에 관한 것으로써 과장 한 사람의 개별적인 생각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사법시험의 전반적인 기조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수험가의 관심 대상인 이번 1차시험도 '제대로 된 법률가를 선발하겠다'는 취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교과서를 숙독하여 법률 기본이론에 대해 정확히 알고, 판례의 단순한 요지나 문구가 아닌 판례의 전반적인 법리를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와야 한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8지선다형 문제도 마찬가지다. 종래 5지선다형태라면 대강 2∼3개 지문만 알면 나머지는 요령으로 풀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8지선다형에서는 모든 지문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절대로 풀어낼 수가 없다. '수험생들의 부담만 증대시키는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도 있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신체·재산을 다루는 법률가가 올바른 법률이념에 따른 정확한 지식을 갖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심장병이 있는 환자에 대해 심장 질환에 관해 대충 알고 있는 의사가 시술을 한다면 그 위험은 결국 누가 부담하게 되는 것인가? 위와 같이 기본적이고 정확한 법학 기본이론에 바탕을 두면서도 심도 있는 내용을 묻는 '변별력 높은 문제'의 출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문제가 좋았다는 평이 대부분이지만 출제방식의 변경으로 '시간에 쫓겨 변별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
▲사법시험이 '속독 전문가'를 양산하기 위한 시험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정확한 지식을 평가하는 것도 문제에 대한 충분한 풀이시간이 전제되어 있을 때 가능하다. 따라서 하나의 사실관계를 제시하고 2개의 문제를 묻는 '묶음형' 문제를 올해 처음 도입하였고, 작년에 시간이 부족했다고 한 형법 과목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1,360자를 줄이는 등 문제의 분량을 조절하고 편집 체제도 개선하였다. 그래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향후 반영할 예정이다.
-본지 합격예측시스템 분석 결과, 지난해에 비해 합격선이 5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합격선은 합격자 사정을 위한 사법시험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되기 때문에 시험주관기관으로서는 그 이전까지는 전혀 알지 못하므로 합격자 발표 이전에 언급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선택과목간의 형평성은 본질적 문제
난이도와 합격인원 증원과는 무관"
-올해 선택과목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없는지.
▲선택과목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면 본질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선택과목시험에는 과목의 고유한 특성, 응시하는 수험생들의 공부량과 능력 등 다양한 변수가 내재되어 있다. 일부에서는 점수조정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으나 점수조정제도 또한 완전무결한 제도는 아니다. 가령, A라는 선택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는데 점수조정으로 평균이 낮아져 불합격했을 경우 떨어진 수험생들이 수긍을 하겠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많은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올해 문제지 봉인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되는 등 시험집행 부분에서도 많은 개선이 있었다.
▲종래 문제지를 받은 후 시험 시작 전부터 미리 문제지를 보는 부정 응시자가 있어 선량한 수험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모든 수험생들이 똑같은 조건에서 공정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 차원에서 봉인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었지만 앞으로도 시험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매년 1차시험 선발인원에 대해 논의가 많다. 올해도 관행대로 이른바 '약 5.3배수 원칙'이 적용되는지, 선택과목의 난이도에 따른 증원 계획은 있는지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법시험 합격 인원의 결정은 사법시험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되어야 할 문제이므로 시험주관기관이 먼저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만, 특정과목의 난이도에 따라 합격인원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특정 선택 과목의 난이도가 높은 것과 합격인원 증원과는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2차시험 민법 과목 배점이 150점으로 늘어난다. 이에 대한 수험생들의 대비방안은 어떠해야 하는가.
▲그간 민법 과목의 비중이 낮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에서 누차 강조했듯이 민법 전영역에 대해 기본서에 바탕을 두고 깊이 있게 공부한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열심히 공부한 사람에게는 그들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면접시험 강화 기조가 유지되는지, 면접시험에서 개선될 사항은 없는지.
▲작년 3차 면접시험에서의 심층면접 도입 등 면접시험 개선에 대해서는 약 70%의 국민들의 좋은 평가를 내렸다. 법률가가 단순한 논리적용의 기계가 아니라고 한다면, 전문성과 인성 및 윤리의식 등을 종합적이고 다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3차 면접시험의 전반적인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본다.
"정도를 따라야 합격할 수 있다는 믿음 필요"
-끝으로 법조 선배로서 수험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시험준비를 해야 하는지 조언을 한다면.
▲처음 부임하여 2년간 법조인력정책과장으로 재직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시험에 대한 제도 개선을 하여 법학 교육의 정상화에도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수험가에서는 요령에 의존한 공부 방법이 크게 유행했다고 알고 있다. 사법시험 수험생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이른 바 엘리트집단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젊은이들이 아까운 청춘을 투자하여 법학 공부를 하면서 논리나 법리에 대한 고찰 없이 '활법과 탐정업'이라는 키워드만 나오면 법률의 착오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라고 기계적으로 암기하고, 연대채무 중 1인의 채무자에게 생긴 효력에 대해 '이경상면동소'라는 식으로 두문자를 따라 단순하게 암기만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힘들고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결국 정도를 따라야 합격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법률가가 어떠한 것인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당당하게 기본으로 돌아가야만 제대로 합격할 수 있다는 신념이 그래서 필요하다.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열심히 노력하는 수험생들이 합격의 영광을 누리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여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