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기자의 눈을 유심히 보고 계시는 독자들이라면 눈치채셨을 수도 있을 텐데, 기자는 웹소설을 즐겨 읽는다. 사실 최근에 업무와 무관한 독서라고 할 만한 것은 모두 웹소설이었다. 미리 말해두자면 웹소설을 폄훼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작품들은 상당히 깊고 넓은 지식을 이야기에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웹소설을 통해서 그동안 몰랐던 역사적 지식이나 과학, 의학, 신화 등 다방면의 지식을 얻기도 하지만 역시 웹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원초적인 재미에 치중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가끔은 다른 장르의 책, 이왕이면 종이책도 좀 읽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정말 오랜만에 그런 기회가 생겼다. 별 보기를 좋아하던 소년이 천문학을 공부하고 어린이천문대장이 되어서도 여전히 별과 우주를 사랑하고, 그만큼 지구에서의 삶과 주변 사람들을 아끼며 즐겁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누구나 별과 관련된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기자는 어린 시절 외갓집에 놀러 가서 봤던 밤하늘 가득한 별의 추억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귀가 떨어져 나갈 듯한 혹독한 날씨였는데도 너무도 경이로운 광경에 취해 추운 것도 모르고 한참을 바라봤었다.
고등학생 시절에도 별에 관한 추억을 얻었다.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오후 늦게까지 펑펑 내린 눈 때문에 버스가 한참을 오지 않았다. 결국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언덕길 위에서 숨이 차올라 문득 올려다본 하늘에 지구과학 수업에서 배웠던 오리온자리가 선명하게 보이는 게 아닌가.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던 대로 붉은색, 푸른색의 별빛까지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아니었음에도 ‘아, 이래서 공부를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로 멋진 경험이었다.
이번에 읽은 ‘내 핑계는 천문학이야’에는 기자의 추억보다 훨씬 재밌고 신비로운 별과 우주,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뜩 들어 있다. 어린 시절 다들 궁금해했을 공룡이 멸망한 이유부터 시작해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수시로 잡히는 수상한 신호 때문에 ‘드디어 외계인의 신호를 포착한 것인가’ 하며 발칵 뒤집혔던 천문대의 사연, 산소 탱크 폭발이라는 재난 상황에 빠진 아폴로 13호 우주선이 양말을 이용하는 재치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이야기들은 어린 시절에 품었던 미지를 향한 모험심을 끄집어내 준다.
엄청난 사용료가 들어가는 허블 망원경으로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밤하늘을 찍어 보자고 나선 천문학자의 패기와 장비 손상의 위험을 감수하고도 태양계를 떠나기 직전인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돌려 지구의 모습을 찍자고 우긴 칼 세이건의 고집. 맞다. 코스모스의 저자로 유명한 그 칼 세이건이다. 그들의 도전과 성과에 대해 읽다 보면 내가 이룬 것은 아니어도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비록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넓은 우주 속 먼지보다 작은 지구, 그 안에서도 81억 명의 인간 중 하나일 뿐이더라도 마음이 웅장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여러 재밌는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금성 탐사선 베네라 7호가 표면에 착륙한 지 23분 만에 연락이 끊기며 결국 수천억 원을 들인 금성 탐사 프로젝트가 7번째로 실패한 사건이다. 엄청난 노력과 돈을 들여 시도한 도전이 거듭 실패했으니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했겠는가. 그런데 과학자들은 실패를 성공으로 바꿔버렸다. “우리는 탐사선이 찌그러지고 고장날 정도로 금성이 척박한 환경임을 확인했습니다!”라는 발표로 말이다.
이 이야기는 법률저널의 주요 독자인 수험생들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수험생이야말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실패에도 깨달음이 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딛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된다. 정 힘들 때는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건 어떨까. 날이 흐리거나 주변이 너무 밝아 잘 보이지 않아도 별은 제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당신도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