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회 “혈세 낭비 막고 국민 편익·선택권 확대 기대”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공인회계사만 할 수 있던 보조금 정산검증을 세무사에게도 허용하되 부실 검증 시 책임을 부여하는 법안이 발의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20일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국고보조사업의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한 장치인 정산보고서 검증에 공인회계사로 구성된 감사반뿐 아니라 3인 이상의 세무사와 세무법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연간 보조금 총액이 1억 원 이상인 보조사업 또는 간접보조사업 정산보고서의 적정성 검증기관을 공인회계사 외에 세무사도 할 수 있도록 확대함으로써 농어촌 지역 등 전국 각지에 산재한 보조사업자들이 검증을 받기 위해 도시에 주로 분포된 감사반을 찾는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이 같은 검증기관의 확대에는 3월 회계감사 시즌에 형식적인 감사가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고 높은 검증 비용을 경감하기 위한 취지도 담겼다.
아울러 세무사나 공인회계사가 담당한 정산검증에 오류나 누락이 있는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정산보고서 검증기관을 맡을 수 없도록 했다. 또 정산보고서 검증을 거짓으로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등 부실 검증을 방지할 수 있는 처벌 조항도 신설했다.
이는 지난해 1월부터 4개월간 실시한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일제 감사 결과 1,865건의 부정·비리가 적발됐으나 검증인에 대한 징계나 처벌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정산검증 금액 기준을 3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춰 검증 대상을 대폭 늘리면서 부실 검증을 부채질하고 보조금 사업자들은 정산검증을 받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점도 고려됐다.
황명선 의원은 보조금 정산검증 업무에 세무사가 참여하게 하는 것에 대해 “정산보고서 검증 시기와 외부 기업의 결산 시기가 중복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경쟁에 따른 적정한 수임 비용 형성을 도모하는 등 민간 보조사업을 수행하는 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조금 정산검증 업무와 마찬가지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 시행되는 민간위탁사업비 결산서 검사 업무에 대해 대법원이 공인회계사법에서 정한 회계 감사·증명이 아니어서 세무사도 수행할 수 있다고 판결(대법원 2024.10.25. 선고 2022추5125 판결)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세무사회 구재이 회장은 “민간위탁사업이나 보조사업의 정산검증은 특정 자격사의 밥그릇이나 업무영역이 아니라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한 민간위탁사업비나 보조금이 제대로 쓰이고 누수가 없도록 전문가에게 최종 점검하는 공적 기능이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부실 검증으로 국민의 소중한 혈세 낭비가 심각했기에 검증기관 간 경쟁 원리를 도입하고 권한만큼 책임성을 강화해 부실 검증을 근원적으로 막고 국민의 선택권과 편익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