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산재 승인율 저하와 업무상 질병 처리 기한 장기화’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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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산재 승인율 저하와 업무상 질병 처리 기한 장기화’에 대한 고찰
  • 신세영
  • 승인 2024.11.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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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2대 국회의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국정감사를 바라보며 -
<strong>신세영</strong> <br>공인노무사/노무법인 푸른솔
신세영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푸른솔

1. 들어가며

지난 2024년 11월 1일, 제22대 국정감사가 종료되었다. 이번 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들에 대한 감사와 질의를 진행하며, 산업재해 보상의 신속성과 공정성 문제에 대해서도 재조명하였다. 특히 10월 22일에 실시된 근로복지공단 감사에서는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산재 카르텔”을 척결한다며 진행하였던 “근로복지공단,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가 실질적인 효과가 없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산재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특정감사를 실시했지만, 실제 산재보험 부정수급액 규모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고, 대통령실의 이러한 선정적 발언이 산재 노동자들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또한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실의 발언이 정부 방침에 영향을 미쳐 산재 승인율 저하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하였다. 이에 대해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특정한 지침은 없었으나 특정감사 이후 관리가 더욱 엄격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였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었듯이 “산재 승인율 저하와 처리 기한 장기화”는 산업재해 보상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현 산재보상제도의 구조적 개선이 시급함을 나타내고 있다.

2. 산재 처리 기한의 장기화

산재보험법 제1조는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는 것을 법령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동법 시행규칙 제21조 제2항에서는 요양급여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신속하게 지급 여부를 결정하여 통지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실무에서는 이러한 법령의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산재보상법의 핵심적인 목표인 ‘신속성’과 ‘공정성’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무상 질병 재해 처리 기간 현황 (출처: 근로복지공단)
업무상 질병 재해 처리 기간(개월) 현황 / 출처: 근로복지공단

이처럼 “산재 보상 처리 기한 장기화”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20년에는 업무상 질병의 평균 처리 기한이 172.4일이었으나, 2024년 8월에는 235.4일로 증가하여 36%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업무상 질병을 입은 산재 근로자가 단순히 공단의 처분을 받기 위해 약 8개월을 기다려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소음성 난청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2020년 기준 소음성 난청의 처리 기한은 287.4일이었으나, 2024년에는 340.3일로 늘어났다. 이는 소음성 난청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산재 근로자가 단지 “처분”을 받기 위해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받게 되는 결정이 부지급 처분이라면, 산재 근로자는 심사, 재심사, 소송 등의 끝없는 불복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 뒤를 잇는 근골격계 질병의 처리 기한 역시 2020년 121.4일에서 2024년 8월 기준 183.2일로 크게 늘어, 처리기한 장기화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었다.

(1) 처리 기한이 장기화되고 있는 이유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처리 기한이 장기화되는 문제의 주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업무 관련성 조사 기간의 장기화, 둘째, 법원의 기준에 어긋나는 근로복지공단의 엄격한 처분의 증가이다.

산재 근로자가 업무로 인한 질병 여부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특별 진찰, 자문의 소견 청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역학조사, 재해조사 등 지나치게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정감사 중 이용우 의원은 업무 관련성 특별 진찰의 급증이 처리 기한 증가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한 끝없는 조사 과정 속에서 공단의 결정을 받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는 재해자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장기 미제 사건들이 통계에 반영되어 처리 기한이 증가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신속성을 요하는 산재 보상이 그 의미를 잃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선 부정할 수 없다.
 

최근 6년간 업무상 질병 관련 소송 현황 / 출처: 근로복지공단
최근 6년간 업무상 질병 관련 소송 현황 / 출처: 근로복지공단

아울러, 법원의 판결 기준과 다른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은 산재 근로자들이 긴 싸움을 더욱 어렵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업무상 질병과 관련한 소송건수는 매년 증가하여, 2019년에는 2,640건에 이르던 것이 2024년에는 8월 기준으로만 3,314건에 해당하였다. 소송 건수와 비례하여 근로복지공단의 패소율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2019년에는 10.2%에 해당하는 패소율이 2024년에는 15.6%로 증가하였으며, 합의로 인해 취하된 사건과 일부패소까지 포함한다면, 실질적인 패소율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소송건수와 패소율이 매년 증가’한다는 것은 공단이 사법부와 상반된 결정을 고수하며, 불필요한 소송 비용과 산재 근로자들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공단은 패소한 사건에 대해 항소와 상고를 남발하여 부당한 지급 거부나 지연을 초래함으로써 지지부진한 싸움의 기한만 더욱 늘리고 있다. 소송이 지속되면 산재 근로자는 수년에 걸쳐 외롭고 긴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근로자를 보호해야 할 근로복지공단이 오히려 산재 근로자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키는 주체로 변질된 이 역설적인 상황이 참으로 통탄스럽다.

(2) 패소율 증가의 주된 원인에 해당하는 소음성 난청: 법원과 공단의 상이한 태도

박 이사장은 패소율이 높은 이유로 소음성 난청과 관련한 공단과 법원의 입장 차이를 언급했다. 그러나 소음성 난청에 대해서는 공단이 더욱더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공단의 주된 소음성 난청 불승인 사유는 ‘개인질병’과 ‘기준 미달’로 나눌 수 있다. 공단은 노인성 난청, 중이염을 포함한 혼합성 난청, 비대칭 난청 등 전형적인 소음성 난청 형태가 아니면 ‘개인질병’으로 간주하여 부지급 결정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전 국정감사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2020년, 2021년에 ‘소음성 난청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했던 사안이었다. 개정된 지침에 따르면, “소음 직업력이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을 충족하고, 다른 원인에 의한 난청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일부 개인 질병이 있더라도 산재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공단이 2023년 ‘장해판정가이드라인’을 통해 소음성 난청 인정 기준을 다시 엄격하게 변경하며, 스스로 약속한 지침을 손쉽게 뒤집었다. 이는 소음성 난청 보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으며, 법원 판결의 취지와도 맞지 않아 패소율이 증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법원 판결과 상충하는 이 장해판정가이드라인부터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이 주장하는 ‘기준 미달’ 사유 또한 대법원의 판결 기준과 일치하지 않는다. 현재 소음성 난청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소음 노출 인정 기준(85dB 이상 소음에 3년 이상 노출)’을 충족해야 하는데, 대법원은 이를 절대적 규정이 아닌 ‘예시적 규정’으로 보고 있다. 소음 측정 기준(dB)의 근거가 되는 작업환경측정결과서의 법정 보관 기간은 5년에 불과하여서, 1970~90년대에 근무했던 근로자들의 당시 소음 노출 수준에 대한 기록이 존재하지 않을 때가 많다. 아예 해당 사업장의 기록이 없어서 유사 사업장의 최근 소음 수준을 적용하는 예도 부지기수이다. 과거의 소음 수준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현대 기계의 소음 수준을 기준으로 부지급 결정이 내려지는 탓에, 재해자들은 이미 지나가 버린 소음 수준을 입증할 방법이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소음 노출 기간에 관한 ‘3년 이상의 기준’ 역시 과거에 근무한 이력이 분명하지만, 관련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근로자가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어 애태우는 상황이 빈번하다.

이러한 현실적인 한계를 반영하여, 법원은 ‘소음 노출 수준과 노출 기간의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소음성 난청과 업무 간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이러한 기준을 절대적 조건처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어, 잇따른 패소 판결이 누적되고 있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은 법원 판결에 부합하도록 근로복지공단이 태도를 변경하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3. 근로복지공단에게 주어진 과제

국정감사 내내 ‘업무상 질병 처리 기간 장기화’에 대한 강한 비판이 이어지자, 박 이사장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특진 외부기관 추가 아웃소싱, 내부 인력 역량 강화, 기획재정부와 인력 충원 가능성 협의’ 등을 대안으로 언급했지만, 이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지나치게 긴 절차’와 ‘패소율 증가’ 문제에 대한 미봉책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예컨대, 특진 외부기관을 추가 아웃소싱함으로써 시간이 단축될 수는 있지만, 이는 과도한 심의 절차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임시방편일 뿐이다. 결국 근로복지공단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업무상 질병 처리의 ‘프로세스 단순화’이다.

이에 대해 국정감사 의원들은 여러 실질적 해결책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은 ‘추정의 원칙’이 실질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전문의가 업무 관련성을 ‘높음’으로 평가한 경우에는 질병판정위원회를 생략하고, 50인 미만 제조업의 근골격계 질병은 특별 진찰을 생략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이러한 의견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보다는 변명으로 일관해 아쉬움을 남겼다. 근시일 내에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처리 기한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처리 기한 단축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패소율에 대해 깊이 있는 고찰이 필요하다. 공단이 기존의 엄격한 기준을 고집하기보다는 법원의 판결 기준을 수용하여 질병 판정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해당 규정을 바꿀 여지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답했으므로, 이 검토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특히 패소율이 높은 소음성 난청에 대해서는 시행규칙 개정이 필요하다. 소음 노출 인정 기준 미달과 관련해서도, ‘85dB에 3년 이상’이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업무와의 상관관계가 있다면 이를 인정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제정하여 법적 구속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불복 절차를 통해 원처분지사의 부당한 지급 거부나 지급 지체가 밝혀진 경우 ‘평균임금 증감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법원 2019두45616 판결에서는 산재보상법에 민법과 같은 지연이자 제도가 없어 부당한 지급 거부나 지급 지체에 대한 보상 방법이 없다는 점과 평균임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진폐와 관련해 공단의 부당한 지급 거부나 지급 지체로 인한 지연 보상 시 평균임금을 ‘진단일(재해 발생일)’이 아닌 ‘지급 결정일’까지 증감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공단의 부당한 지급 거부나 지급 지체 문제는 진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에 최근엔 소음성 난청에 대해서도 ‘장해진단일’이 아닌 ‘지급 결정일’까지 평균임금을 증감하여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공단이 항소를 제기하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만약 평균임금 증감제도가 진폐뿐 아니라 전체 업무상 재해로 확대 적용된다면, 이는 근로복지공단의 부당한 부지급 결정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오랜 기다림으로 인한 근로자의 경제적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근로복지공단이 부당한 지급 거부 및 지체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현 상황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제22대 국회의 국정감사는 마무리되었지만, 근로복지공단에게는 ‘산재 처리 기한 장기화’와 ‘패소율 증가’라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이제는 근로복지공단이 이에 대한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해야 할 때이다.

신세영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푸른솔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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