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을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습니다. 시험 준비할 때의 간절함과 초심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751명이 지원, 무려 229대 1의 경쟁 속에서 1차 선택형 시험과 2차 논술형 시험, 3차 면접시험을 거쳐 최종 12명이 합격한 2024년도 입법고시. 이 중에서도 24세(2000년생)의 나이로 최연소 합격한 박현정 씨의 다짐이다.
“먼 미래보단 현시점에 집중하며 공부”
PSAT, 최대 많이 풀되 오답노트 병행
2차 논술형, 취약한 경제학 전력 집중
숙명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박 씨는 “합격 소식을 들은 지 수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며 “운도 따랐고, 주변에서 도움도 많이 받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합격 소감을 전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던 터라 자연스럽게 5급 공채(행정고시)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2022년 7월부터 이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입법고시를 함께 준비, 2년 만에 최종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합격하는 비결은 수험생들에게는 늘 화두다. “2년간 월-토 루틴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조급한 마음에 밤늦게 공부하면 다음 날 타격을 받는 편이었기에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들였다”는 박 씨는 3순환 때에도 시험 직전 외에는 밤 11시 정도에는 집에 가서 다음날을 준비했고, 8시에는 학원에 갔다.
또한 11월경부터는 하루에 여러 과목을 공부했는데, 이러한 습관이 3순환 때 좋은 방향으로 작용했으며 “한 과목만 하면 쉽게 지치고 머리가 아파 3~4시간씩 나누어 하루에 3과목씩 공부한 것도 최연소 합격에 큰 도움이 됐다”고 고백했다.
최대한 많이 풀어보고 오답노트를 병행한 것이 박 씨의 PSAT 공부법이었다. 특히 초시 때에는 다양한 강사의 모의고사를 풀면서 공책에 언어, 자료, 상황별로 나눠서 틀리거나 실수한 유형을 정리했다.
박 씨는 “초시 때에는 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워 2달 반 정도는 피셋에 집중했다”면서도 “다만 3순환이 시작되었을 때 2차 과목이 기억 나지 않아서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재시 때에는 PSAT과 2차 과목을 2월까지 병행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오전, 오후에 언자상 1세트를 빠르게 풀고 틀린 문제만 정리한 뒤 저녁에는 2차 과목을 공부했고 입법고시 일주 전부터는 피셋에만 집중했다.
5급 공채와 입법고시 PSAT의 출제 유형과 경향이 다소 다른 측면이 있어 왔다. 박 씨는 “몇 년 전까지 입법고시의 자료 해석이 매우 어려웠으나 올해는 5급 공채와 상당히 유형이나 난이도가 비슷해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는 두 시험의 실제 점수도 1점 차 정도만 났다”며 “이전에는 자료해석이나 상황판단에서 확실히 포기할 문제를 빠르게 포기하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했다면, 올해 시험은 대부분 문제를 찬찬히 푸는 게 좋았던 것 같다”고 되짚었다.
법률저널 모의고사를 1월부터 매주 응시했다는 그는 “다양한 난이도를 접하면서 실전에서도 당황하지 않았고, 언자상 한 세트를 실전과 같은 환경에서 연습해 볼 수 있었던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헌법은 초시에서는 핵심지문총정리 강의를 들었고, 기출문제와 모의고사를 반복해 풀었다. 재시에서는 작년에 보던 교재에 최신판례특강만 추가해서 복습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특히 기출문제집을 기화펜으로 여러 차례 풀었던 것이 유익했다.
박 씨는 2차시험을 어떻게 대비해 공부했을까? 올해는 A 학원 스파르타 반을 등록해서 3순환 시기를 보냈고 경제학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강으로 전환해 모의고사만 현장에서 보는 방식으로 시간을 절약하고자 했다.
초시 때 경제학 4문을 틀려서 떨어졌다는 생각에 경제학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그는, 3순환 강사 모의고사, 스파르타 모의고사, 연습책 플러스, OO저 거시경제학 교과서, 국제경제학 실전문제집을 위주로 3순환 시기에 경제학을 공부했다. 시험 직전에는 초시 때에 풀었던 스텝 시리즈로 복습을 가볍게 했다.
다만, 그는 “문제 풀이에 집중하다 보니 경제학 서술 문제 준비가 비교적 부족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행정법의 경우, 초시 때에는 암기에 집중했다. B 강사의 <워크북>을 계속해서 회독하며 빠진 내용이 없도록 암기했고, 재시 때에는 이를 바탕으로 암기보다는 다양한 모의고사 답안을 썼다.
2학기 비교적 여유로울 때 C 교수의 사례집을 풀었고, 3순환 때에는 법전협 모의고사와 강사 3순환 모의고사를 스터디원들과 이용했다. 다른 모의고사를 풀면서 새로 접하는 논점은 워크북에 정리해 마지막까지 한 책만 봤다는 것이다.
행정학은 D 강사의 3순환 자료집을 중심으로 암기했다. 그는 “서브노트를 직접 정리하는 것은 자신이 없어서 한 책을 정해두고 다른 자료를 단권화하는 방식으로 정리했다”면서 “3순환 때 나눠주는 다양한 자료를 스프링으로 정리해 반복 암기했으며 이외에도 최신 정책이나 사례, 다른 강사의 자료를 틈틈이 자료에 정리한 덕분에 마지막 정리가 수월했다”고 했다.
정치학은 초시 때에만 E 강사 1, 2 순환을 듣고 재시 때에는 답안스터디를 꾸준히 했다. 그는 “초시 때에는 전공이었지만 정치학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갔고 많이 써보면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정치학 역시 여러 책과 <한국정치론>과 같은 단행본, 강사 교재를 단권화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답안 스터디에서는 입법고시, 행정고시 기출문제와 3순환 모의고사를 바탕으로 꾸준히 일주일에 2~3회씩 답안을 쓰고 내용을 공유하며 답안지 방향성을 고민했다. 다른 사람의 답안을 벤치마킹하고 자신이 쓴 답안을 다시 읽어보며 고쳐나간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모든 과목이 중요하지만, 경제학이 가장 당락에 중요한 것 같다”고 고백하는 박 씨 또한 초시 때에는 경제학이 약했고 2학기에 학교 다니면서 미시, 국경, 산업조직론 등의 강의를 수강한 것이 실력 향상에 많이 도움이 됐다.
그는 “강의 자체보다는 수업 시간에 다루는 교재나 연습문제를 직접 풀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처음 개념을 익힌 후에는 반복해 문제를 풀면서 유형을 익히는 공부를 했으며, 경제학 답안 연습은 따로 하지 않았고 문제 푸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최연소 합격생은 답안을 어떻게 작성했을까? 박 씨는 “논문 과목은 두괄식으로 쓰려고 노력했으며 첫 문장을 쓰고 이를 구체화하는 그다음 문장을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답안을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흔히 터널비전이라고 하는 것처럼, 암기를 열심히 할수록 욕심 때문에 답안이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과 멀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신경을 썼던 것 같다”며 알고 있는 내용을 최대한 담으려는 욕심을 버리려고도 연습했다.
행정학에 대해서는 “제시문 사례를 최대한 녹여서 답안을 쓰려고 했으며 거의 모든 문단에 제시문 내용을 넣었고, 이론과 엮어가면서 구성했다”면서 “1문 외에는 서결론을 쓰지 않았으나 분량은 9.5장~10장 사이를 채우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또한 행정학과 행정법은 손이 아플 때는 목차만 잡아보는 방식으로 공부했으며 목차를 잡고 답안지를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꼭 100점을 직접 써보지는 않았다는 귀띔이다.
마지막 관문인 면접시험은 집단토론과 개인발표, 개별면접으로 진행됐다. 박 씨는 “면접은 2차 일반행정직 합격생들과 스터디를 구성해 연습했다”며 “준비 기간이 열흘 정도여서 매일 4~5시간씩 연습을 하고 서로 자기소개서 바탕 질문을 구성하는 식으로 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집단토론에서는 자기주장만 고집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며 “다른 면접자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함께 조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인 발표 시간에는 꼬리 질문에 당황하지 않는 침착한 자세가 필요하고 꼬리질문이 다소 어려운 경우도 많지만 자기 생각을 천천히 정리해서 전달하는 자세가 중요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모든 고시생이 그렇겠지만 박 씨 역시 불확실성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초시 때에는 열심히 하는데도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에 많이 무너졌고, 재시 때에는 작년과 같은 실수를 하면 어떡하냐는 두려움이 컸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래도 1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이고 문제 수가 많지 않다 보니 모두가 겪는 어려움인 것 같다”며 “저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 안정을 얻는 편이라, 공부시간을 재거나 학원 모의고사 점수·등수로 내가 맞는 방향을 가고 있구나 라고, 스스로 믿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수험생이 공부시간이나 모의고사 점수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길 당부했다.
박 씨는 학습 중 맞닥뜨리는 스트레스는 주로 혼자 음악 들으면서 산책하는 방식으로 풀었다. 그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는 항상 밥 먹고 산책하는 루틴을 가졌고 도서관 근처에서 단풍이나 노을 구경하면서 산책하면서 힐링이 많이 됐다”면서 고시촌에서 공부할 때는 도림천을 산책하면서 안정을 찾았다고 했다.
먼저 합격한 선배로서 후배 수험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요청하자, 그는 “합격생이 100명이라면 공부방법이 100가지라는 말이 있듯, 다른 사람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듯하다”면서 “내년과 같은 너무 먼 미래보다는 당장 오늘이나 이번 주에 집중하면서 공부하다 보면 꼭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 부모님께 “믿어주시고 아낌없이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또한 힘든 시기 함께 이겨낸 스파르타 스터디원들, 입법고시 일반행정직 면접 스터디원들, 시험 때마다 잊지 않고 응원을 해준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박현정
2024년 제40회 입법고시 최연소 합격
숙명여고 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