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등 없는 경우 벌금상한액 없어
“책임·형벌 간 비례원칙 위배…내년 말까지 개정해야”
[법률저널=이성진 기자]허위재무제표 작성죄와 허위감사보고서 작성죄에 대해 ‘배수 벌금형’을 규정하면서도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상한액을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2022헌가6)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 18일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에 따라 현행 조항은 2025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이 인정된다. 그때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다.
현행법은 회계업무 시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는 경우, 감사보고서에 누락이나 허위 기재가 있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벌금액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나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 대비한 벌금 상한액은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헌재는 이 부분에 대해 “위반 정도와 책임에 상응하는 벌금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이는 법원으로 하여금 그 죄질과 책임이 비례하는 벌금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해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단순 위헌으로 선언하고 그 효력을 소급해 상실시킬 경우 법적 공백이 발생한다”며 국회에 개정 시한을 부여했다.
반면 이은애 재판관은 “헌재가 형벌 조항에 대해 위헌으로 판단하는 경우에는 단순 위헌으로 결정함으로써 그 효력을 소급해 상실시키고, 당사자 권리를 구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 사건의 경우 단순 위헌으로 결정해도 공인회계사법이나 자본시장법으로 처벌이 가능한 만큼 법적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크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남겼다.
2012년도부터 2019년까지 한 회사의 주무 공인회계사로 참여한 A씨는 감사보고서 거짓 기재 등으로 기소됐다.
A씨의 사건을 심리하던 인천지방법원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1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다만, 헌재는 해당 조항에서 사용된 ‘위반행위’, ‘얻은’, ‘이익’, ‘회피’, ‘손실액’등의 개념 자체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수범자라면 손쉽게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며 명확성원칙에는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참고로, 대상사건 법률과 유사한 벌칙성립요건을 갖춘 「자본시장과 금유투자업에 관한 법률」, 「금융거래지표의 관리에 관한 법률」, 「공공주택특별법」, 「도시개발법」에서는 벌금의 상한액을 규정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502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39조(벌칙) ①「상법」제401조의2 제1항 및 제635조 제1항에 규정된 자나 그 밖에 회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제5조에 따른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하여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거나 감사인 또는 그에 소속된 공인회계사가 감사보고서에 기재하여야 할 사항을 기재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조항]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17. 10. 31. 법률 제1502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48조(징역과 벌금의 병과) 제39조 제1항에 따라 징역에 처하는 경우에는 같은 항에 따른 벌금을 병과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2021. 1. 5. 법률 제17879호로 개정된 것)
제443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다만,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의 상한액을 5억 원으로 한다.
금융거래지표의 관리에 관한 법률(2019. 11. 26. 법률 제16650호로 제정된 것)
제18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3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의 상한액을 3억 원으로 한다.
공공주택특별법(2023. 10. 24. 법률 제19763호로 개정된 것)
제57조(벌칙) ① 제9조 제2항 또는 제4항을 위반하여(제40조의17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주택지구의 지정 또는 지정 제안과 관련한 미공개정보를 부동산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재산상의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다만,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재산상의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10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의 상한액을 10억 원으로 한다.
도시개발법(2021. 4. 1. 법률 제17987호로 개정된 것)
제79조의2(벌칙) ① 제10조의2 제2항 또는 제3항을 위반하여 미공개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재산상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다만,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재산상 이익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10억 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의 상한액을 10억 원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