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불아귀 승불요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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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불아귀 승불요곡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4.07.26 10: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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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법불아귀 승불요곡(法不阿貴 繩不撓曲)’, 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굽은 것을 따라 휘지 않는다.

2022년 9월 16일, 이원석 검찰총장은 취임식에서 “법 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으며 검찰권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행사돼야만 한다”며 고대 중국 사상가인 한비자의 이 경구를 표현했다.

같은 취임사 중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자연상태를 뛰어넘어 국민의 생명·신체·안전·재산 등 기본권을 보호하고, 공동체를 유지·발전시키는 것이야말로 검찰의 존재 이유이며 검찰이라는 업의 본질”이라며 “우리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검찰권을 국민을 위해, 바른 방법으로 행사하는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의미다.

법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하여 그 편을 들지 않고, 고관대작이라고 하여 법을 피할 수 없다는 것으로, 공공의 선을 대변하는 검찰 본연의 직무를 간략하게 잘 드러냈다 할 수 있다.

지난 5월 22일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또한 취임사에서 이 경구를 언급하며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나무가 굽었다 하여 같이 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목수가 나무를 똑바로 자르기 위해서는 먹줄을 굽게 해서는 안 되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사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수처가 설립 취지에 맞게 냉철하게 고위공직자 범죄를 엄단하는 강한 반부패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원 등의 사법기관(司法機關), 공정거래위원회 등 준사법기관(準司法機關), 검찰 등의 사정기관(司正機關) 등은 한결같이 법과 규범을 지키고 정의를 세우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느 기관보다 법불아귀 승불요곡의 이치가 중요한 법이다. 아울러, 공무를 집행하는 공무원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근래에 기자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장면이 몇 있다. 사법부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취재하고자 하는 방송기자를 뒤로 하고 마라톤 줄행랑을 치던 모 법원행정처 차장. 또 별장 성 접대 의혹 당사자로 만인이 알아볼진대 자기가 아니라던 모 법무부 차관과 그에게 동일성 판명 불가라며 면죄부를 주던 검찰. 가짜 지문으로 야근 수당을 챙기려던 공무원, 자신의 자녀 채용을 위해 공고조차 숨긴 선관위 고위공무원 등등. 특히 방송기자와 달리기 싸움을 하던 그 모습은 대한민국 사법기관 역사상 가장 화려한 수치의 순간으로 기록될 듯하다.

‘특검을 반대하는 자가 범인’이라던 명언이 하루아침에 허언으로 바뀌고, 대통령 부인이라고 특혜 심문하느라 검찰 신뢰는 백길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고위 법관들의 재산 불리기는 마치 로또 제조기 같고, 국비로 양성된 변호사가 의뢰인을 상대로 장난을 치고……, 검찰이 제 역할을 못 해 공수처가 탄생하고, 공수처는 인력 등이 부족하다며 예산을 올려 달라 보채고, 그런데 또 검찰은 검사를 늘려달라 하고, 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은 수사 지연으로 법조계는 엉망이 되고…….

이 웃지 못할 촌극이 ‘법불아귀 승불요곡’이 말뿐이어서다. 지금도 판사, 검사, 공무원이 되고자 청년 취업준비생들은 밤늦도록 책과 씨름하고 있다. 타산지석이 돼야 할 윗물이 흐리니 아랫물이 우려스러운 시점이다.

“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검사 선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판사 선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공무원 선서>, 그리고 각 선서 말미마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하게 하고 있다. 법불아귀 승불요곡의 실천이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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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2024-07-27 15:50:58
그러게요..법을 우습게 아는 이재명 대표에게 엄벌을 가애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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