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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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4.02.23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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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판사 도입” 주장에 대한 현직 판사의 성찰과 대답
28가지 키워드를 통해 발견하는 ‘판사와 판결의 의미’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4차 산업혁명, AI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수많은 직업들이 존폐의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판사를 비롯한 법조인 역시 종종 위기의 직업으로 꼽히곤 한다. 특히 일반인의 법감정과 괴리가 큰 판결들이 나오면 사람들은 “이럴 바에는 차라리 AI가 판결을 하는 게 더 낫겠다”며 혀를 차기도 한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법조문과 판례를 찾아 사건에 적용하는 작업은 주관적인 판단이나 감정에 치우치기 쉬운 인간보다 AI에게 맡겼을 때 더 공정하고 효율적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판사가 AI보다 나은,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의 저자 손호영 판사는 ‘판결’을 그 대답으로 제시한다. 법률저널에 매주 다양한 판결과 이슈를 소개하며 판사로서의 고민과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저자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과 판결 그리고 그 판결이 내려지기까지의 과정 등을 통해 ‘사람 판사와 AI 판사의 차별점’을 제시한다.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은 ‘진실’, ‘설득’, ‘이해’라는 큰 틀 아래 한계, 사람, 파급력, 선례, 언어, 전문가, 마음, 감정, 모름, 실수, 자존심, 용기 등의 28가지 키워드로 다양한 판결들을 소개한다. 각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판결의 실제 문장으로부터 시작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를 통해 손호영 판사는 ‘판사는 판결문을 쓸 때 무엇을 신경 쓰는지’, ‘판사는 무엇에 기대어 판결문을 쓰는지’, ‘판결에서 엿볼 수 있는 판사와 판결의 의외의 면모는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사람들이 접하는 재판의 결론, 판결문이 나오기까지 판사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노력을 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판결을 다루고 있다고 하면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은 법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히고 이해된다. ‘친절’이라는 키워드에 “안타깝지만 원고가 졌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해당 사건은 중증 청각장애인이 강동구에서 진행하는 전일제 일자리 모집에서 불합격한 후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이었다. 당시 판사는 어려운 용어를 전달하기 어려운 수어 통역의 현실을 고려한 원고의 요청을 받아들여 쉬운 말로 요약한 판결문의 내용을 덧붙였고 그림을 활용한 비유를 동원해 판단 과정을 쉽게 설명했다.

저자는 이 사건을 소개하며 판결을 알기 쉽게 정리할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은 이렇게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이 아니라 좋은 판사가 되기 위한, 좋은 판결을 하기 위한 노력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다.

“AI 판사를 도입하자는 어딘가의 주장은 오히려 그만큼 판사에게 분발하라는 뜻, 아직 유지되는 이 신뢰의 끈을 판사들이 강화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하는 저자의 질문, “그러므로 판사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한다”는 저자의 다짐에서 그 진심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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