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과 현실, 그리고 법학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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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과 현실, 그리고 법학 교육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4.12.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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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작년에 ‘정치와 법’을 배웠는데, 이런 책 한 권만 정독하셔도 저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라던 고교 3학년생. “이렇게 사는 세상에서는 우리가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거를 알려줘야 하니까 나왔어요”라며 아기를 안고 나온 여성. 지난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한 방송국 뉴스에 잡힌 여의도 촛불집회 현장 참가자의 인터뷰 내용이다.

2024년 12월 3일 22시 28분.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됐지만 탄핵이 소추되면서 이를 주도한 대통령 및 관계자와 이에 가담한 고위장성과 경찰 수뇌부를 검찰, 경찰, 공수처가 수사 중이다.

위 인터뷰에서처럼 이번 비상계엄은 비상적이며 위헌, 위법이라는 측과 구국의 일념으로써 위헌이 아니며 위헌이라도 탄핵은 아니라는 측의 대립으로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러한 비상계엄이 국헌을 문란케 한 내란죄에 해당하느냐를 두고서도 충격적이리만큼 진보, 보수 측이 사활을 걸고 싸우는 모습이다. 차분한 법리 해석은커녕 정치적 성향과 진영논리를 앞세워 법을 입맛에 맞추는 형국임이 분명하다.

특히 평생을 검사로 지낸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인 만큼 당연히 사전에 면밀한 법리 검토와 내부 논의가 충분히 있었을 것이기에 섣불리 위헌, 위법을 논할 수는 없다고 하는 진중론도 없진 않다. 여기에 대해서도 설마,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이 법을 저렇게까지 아전인수로 자신을 합리화해도 되는 건가’ 하는 재반론의 신중론자들도 있는 듯하다. 하여튼 이번 사태를 인식하는 잣대와 법리를 해석하는 논리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정치적 행위와 법조문 하나를 두고 우리 사회는 분열에 분열이 더해지면서도 다각적 해석과 법리를 펼치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대한변호사협회도, 청년변호사회도, 한국법조인협회도, 대한변리사회도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위헌, 위법하다며 시국선언을 냈고 좀체 내면을 드러내지 않는 법원행정처의 수장도 위헌, 위법하다고 국회 법사위에서 소신을 밝혔다. 한국형사법학회, 형사정책학회, 한국법철학회 등도 위법을 선언하며 엄중한 처벌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는 달리 정당한 계엄이며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조차 없으므로 내란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며 정반대의 성명을 내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단체와 학자들도 적지 않다.

다만,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라는 계엄법 제2조 제2항을 두고 “저 뻔한 법문을 어떻게 저렇게 달리 해석할 수 있지”라며 혀를 차는 이를 심심찮게 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 “저것을 저렇게 달리 해석한다면, 한글을 못 배웠거나, 한글이라는 문자 자체가 잘못 창제된 것”이라며 덧붙이는 이마저 보게 된다. 이러한 계엄법과 내란죄 외에도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정족수와 헌법재판관 임명 가부 등 대통령권한대행에 대한 헌법상의 해석을 두고서도 논쟁이 치열하다. 대한민국 역사상 한두 법조문을 두고 이렇게까지 관심이 많았던 것이 있었을까. 슬픈 현실이지만 한편으론 ‘법 교육’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역할을 곱씹어 볼 시점이기도 하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법조인력양성을 독차지하면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연 1만 명을 넘던 것이 지금은 3천여 명으로 줄었다. 민주주의는 법치를 근간으로 하고 법치는 법학을 근간으로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와 법’을 배웠고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편 저 고교생의 말에서 미래의 법치가 밝아 보이는 듯하다. 법학을 더 확장하고, 법학도를 더 양성하고, 법 관련 교양 또한 더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는 2024년 12월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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