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44)-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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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 정치(344)-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 강신업
  • 승인 2024.01.1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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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권력은 십 년을 못 넘기고 꽃은 열흘을 가지 못한다. 아무리 대단한 정치 권력도 한때다.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정승이 죽으면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잘 나갈 때는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지만 못 나갈 때는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게 인간의 두 얼굴이다. 자고로 권력자의 측근이라 불리던 사람 중에 정권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하는 사람은 드물다. 신처럼 떠받들던 주군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후에도 측근들이 여전히 주군을 모실지 심히 의문이다. 대부분 언제 보았느냐며 아는 척도 안 할 것이다.

권력자가 범하는 최대 실수는 간사한 자를 충신으로 잘 못 안다는 것이다. 대간사충(大姦似忠)이라고 큰 간신은 아첨의 수단이 너무 교묘하여 오히려 충성스러운 사람으로 보인다. 진짜 큰 간신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것을 자유자재로 하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에도 능하여서 좀처럼 간신으로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대간들은 권력자에게 절대로 토사구팽(兎死拘烹)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권력자를 능히 토사구팽시킨다. 그들은 필요할 때 주군을 이용하다가 주군이 쓸모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버린다. 그런데도 권력자는 자기에게 아부하기 바쁜 자들이 언제까지나 그럴 거로 생각한다. 권력자는 너무 어리석어서 또는 권력에 취해서, 사람들이 권력 때문에 자신에게 아부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니 대개 나만은 예외라며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인간사 법칙까지 무시하려 든다.

그러나 권력은 무정한 것이어서 결국 그 종말이 온다. 그리고 권력이 화려하면 할수록 그 결말은 그에 비례해서 비참하다. 그래서 권력은 처음부터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다. 사실 오늘날의 대한민국처럼 정치지형이 양극단으로 갈라져 있고 국민이 정치인을 증오하는 세태에서 권력을 갖는다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어찌해서 이런저런 이유로 권력을 가졌거나 권력에 가까이 갔다면 권력 행사를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권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자강 자존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권력은 지금 내 손안에 있다고 영원히 내 것 되는 것도 아니며, 내 손을 떠났다고 영원히 남의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한때의 성공에 도취해 일희일비하거나 실패했다고 비분강개할 필요도 없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세상이다. 오리려 지금 권력을 얻지 못한 것이 나중 전화위복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바야흐로 총선의 계절이다. 여야가 공관위원회를 꾸리고 공천심사에 들어가고 선량을 꿈꾸는 후보자들은 너도나도 출판기념회를 통해 출사표를 날리며 공천 전쟁에 뛰어들었다.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꿈에 부푼 미래의 의원 나리들은 아마도 부나방처럼 권력을 향해 달려들 것이다. 앞에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어떤 부비트랩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도 그들은 공천받을 수만 있다면 그래서 의원 배지만 달 수 있다면 아마 양잿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돈과 끈이 부족해서, 아니면 운이 부족해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정치를 통한 입신양명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 되어 버린 오늘과 같은 시대에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 정치를 통해 입신양명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헛된 꿈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실망하지 마시라. 정치를 하지 않으면 또 어떠냐? 인생을 사는 방법 중에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무명(無名)의 길이 있다. 공명(功名)이 입신양명의 길이라면 무명은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기치로 유유자적, 안빈낙도하며 사는 길이다. 4.10.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공천탈락을 겪게 될 분들에게, 또 공천은 받았으나 본선에서 고배를 마시게 될 낙선자분들께 미리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그까짓 정치 개나 줘 버리고 무명의 길을 가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레 권해 본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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