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22대 총선이 코앞이다. 2020년 총선에서 벌써 4년이 지나버렸다. 코로나와 함께 한 지난 4년의 기억과 21대 국회에 대한 기억도 대체로 유사할 듯하다. 암울함.
코로나 후 저녁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2차 자리는 유령처럼 사라졌다. 교통비와 전기료와 함께 물가가 그냥 미쳤다. 학생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매달 학원비 명세서가 감옥이나 마찬가지다. 지방소멸에 인구소멸에 미래 역시 뭐 하나 역시 낙관적인 지표가 없다.
이 상황을 개선해야 할 정치권은 어떤가! 국회의 신뢰도는 만년 최하위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에 불과하다. 정당 지지율(KBS 여론조사)은 국민의힘 35%와 민주당 36%다.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낮고 여당에 대한 기대도 낮지만, 딱히 야당이 대안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3지대를 만들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3지대가 성공하려면 제3지대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거대 양당 상황에서 제3지대를 만들려는 정당은 그동안 꾸준히 명멸해왔다. 개념을 좀 넓혀서 양당이 아닌 3당이 ‘의미 있는 의석수(한국에서 교섭단체 구성원 이상의 정당)’를 가진 경우는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 정주영 회장의 통일국민당,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뿐이다.
오직 이들만이 성공한 것은 수요와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종필 총재는 충청권 지역주의(수요)에 기초해 정당을 꾸렸고, 부족한 의석수와 충청 유권자 수에도 3당 합당(신공화당)과 DJP 연합이란 정당 간 연합이라는 필살기(전략)를 사용해서 정당을 유지했다. 정주영 회장은 재력을 이용해 ‘기업형 정당’(전략)을 통해 1990년 3당 합당에 실망(수요)한 유권자들이 많았던 1992년 총선에서 31명을 당선시켰다. 현대라는 기업을 선거운동의 중심에 두면서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보다 빨리 기업조직을 정당정치에 접목했다. 안철수 대표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수요)와 함께 민주당계의 동교동계(호남)를 끌어들여(전략) 38석을 얻었다.
성공했던 사례들과 현재는 유사한 점이 있다.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 혹은 중도파가 많다는 것이다. 선거마다 조금은 다르지만, 한국정치는 대체로 보수 30%와 진보 30% 그리고 중도 40%의 구조로 되어있다. 지분상 중도 혹은 무당파가 가장 폭넓게 존재해왔다. 과거와 현재가 다른 것은 정치 양극화가 강성지지자를 더 불러모으면서 중도 유권자들과 거리가 벌어졌다는 점이다. 또 과거처럼 지역주의가 정당정치의 1번 사회균열이 아니다. 그리고 50대 진보, 60대 이상 보수라는 세대정치 고착화도 과거엔 없었다.
결론. “수요는 있다.” 하지만 제3지대 유권자는 “지역주의와 세대정치와 양극화의 적대적 정치는 싫다.”고 한다. 이는 제3지대의 척박한 환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역 기반이나 구심점이 되는 세대가 없고 열혈지지자도 없다. 쉽게 정을 주지 않는 중도 유권자들에게서 도대체 무엇으로 표를 얻을 수 있겠는가!
제3지대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관념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라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관념적으로는 ‘공감’과 같은 가치가 필요하다. 물질적으로는 ‘공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들이다. ‘헬조선’이 된 이유를 생각하고 이를 역으로 풀어가면 된다.
각자도생의 시대다. 삶의 기준은 매우 높다. 치열한 경쟁이 모두를 힘들게 한다. 이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구원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고통을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는 있다. 같이 마음 아파해 줄 수는 있지 않나! 인간은 말하는 동물이고 공감을 나누는 존재다. ‘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사람들을 생각해보라. 서울에서도 가장 팍팍한 삶을 사는 이들이지만 이웃이 있어 버티지 않는가!
가난하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1988년의 팍팍함과 현재는 다른 팍팍함으로 사는 이들이 있으니, 이들대로 공감하자는 것이다. 한국식 공화주의까지 가지 않아도 내가 힘들면 남도 힘들다는 자유주의적 다원주의로 우리는 공감을 만들 수 있다. 공감을 위해서는 자주 만나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공존하는 방안을 마련해볼 수 있다. 헬조선을 사는 고통받는 부모와 자녀와 노동자와 고용주들이 있다.
선거를 100일 앞에 두고 만드는 정당이 참신한 인재를 찾아 지역에서 지역과 세대 특수를 가진 양대 정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지역과 세대에서 파열음을 내는 지역이 있고, 양대 정당을 거부하는 현역의원들이 있다. 제3지대를 개척하는 정당이 이들에게 줄 수 있는 무기는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절박함’이다.
기득권이 싫고, 왜 싸우는지 모르는 싸움에 진절머리가 난 중도진영의 유권자들에게는 무엇인가를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머리 좋은 한국인들이 다양하게 아이디어를 낸다면 해결책 역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없어진 지구당이나 현재 기능이 약한 당원협의회가 아닌 소통의 창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하나씩 실천해가면 망설이는 제3지대 유권자들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지 않을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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