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딜레마 상황의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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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딜레마 상황의 해결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12.01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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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최근 존엄사와 관련된 이슈가 관심을 끌었다. 존엄사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라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대립하는 대표적인 딜레마 사례로 각종 면접과 논술, 토론 등의 주제로 종종 다뤄지곤 한다.

통상 존엄사는 치료나 증상의 완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신체’적인 질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고통만이 남은 연명을 중단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죽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고통은 오직 신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 질환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엄사는 허용될 수 있을까?

수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한 존엄사를 원했다. 존엄사가 허용되는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인 스위스로 향한 그녀는 존엄사를 위한 상담에서 자신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아왔는지를 호소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그녀는 젊음과 아름다운 미모에 재벌로서 막대한 부까지 모두 가져 타인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그 내면에서는 아버지의 외도로 태어난 아이로서 평생을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든 존재,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그녀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고 마침내 죽음을 선택하려 했던 것이다. 그녀의 간곡한 설득에도 상담사는 존엄사를 허가하지 않았고 대신 스위스를 여행해 보라고 권했다. 그녀는 고작 여행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 여행에서 만난 인연, 우연히 듣게 된 피아노 연주가 그녀를 다시 살게 했다.

정말 한계에 이르렀는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신체적 질환에 대해서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정신적 질환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캐나다에서 기존의 신체적 질병이나 장애로 인한 고통 외에 거식증이나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존엄사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사랑의 불시착의 여주인공의 경우와 같은 가정불화 외에도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존엄사를 허용한다는 것은 결국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가난, 장애, 노화 등도 죽음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캐나다에서도 해당 법안에 대해 노숙인이나 빈민 등에 대한 살해를 허용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우려가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법은 통과됐고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가난으로 인해 푸드뱅크를 이용하는 노숙인이나 빈민, 노인들이 존엄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기사들이 나오고,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 외부에서 존엄사를 유도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한 보도에 따르면 만성 우울증 환자인 한 여성은 치료를 위해 정신과 의사를 기다리며 병원에 머물던 중 병원 직원으로부터 병상이 부족하다며 의료 조력 사망, 즉 존엄사를 고려해 봤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임상의는 투여되는 약물, 치사량 등 의료 조력 사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존엄사가 합법적인 자살 또는 자살방조를 넘어 자살교사, 살인이나 마찬가지인 결과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여전히 존엄사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존엄사가 꼭 필요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다. 존엄사의 요건을 엄격히 하고 외부적 요인에 의한 고통을 받는 이들이 줄어들도록 복지 등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존엄사 사례와 같이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라고 해도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법과 제도를 만들고 운용하는 이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각종 고시나 공무원시험, 전문자격시험을 준비하는 법률저널의 독자들이 미래에 그러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모쪼록 수험을 통해 쌓은 지식과 지혜를 발휘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희생당하는 이들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주길 바라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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