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2023년 5급 공채 방송통신직 수석 최원영 씨 “합격 키워드는 자기객관화”
상태바
[합격수기] 2023년 5급 공채 방송통신직 수석 최원영 씨 “합격 키워드는 자기객관화”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11.28 11:4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원영(23)·2023년 5급 공채 통신직 수석/서현고/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4학년
최원영(23)·2023년 5급 공채 통신직 수석/서현고/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4학년

PSAT, 안정적인 합격을 목표로 하되 ‘가성비’ 있는 방식 추구
교재·자료 부족…2차 고전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점수 올려
“모르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아는 것을 아는 상태까지 공부”

I. 들어가는 글

안녕하십니까, 2023년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기술) 방송통신직 수석 합격자 최원영입니다. 평소 공부를 할 때 기왕 합격할 거 수석으로 합격하여 법률저널 기사에 제 이름을 올리는 모습을 상상하였는데, 그것이 현실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 합격수기를 통해 기술고시 통신직을 준비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하 내용은 편의를 위해 평어체로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하게 나의 수험 생활을 소개하겠다. 내가 기술고시라는 길을 처음 인식한 것은 대학교 1학년이던 2018년이다. 취직, 대학원 등 일반적인 진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나에게 5급 공무원은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왔다. 또한 1차 시험에만 합격해도 국가고시 장학금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용돈을 벌어 효도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20세가 되자마자 2020년 1차 시험에 응시하여 운 좋게 합격했다. 그해 7월 공군에 입대해 8월로 연기된 2차 시험은 치르지 못했고, 코로나19 관련 출타 통제로 다음 해 1차 시험도 치르지 못했다. 2021년 11월 병장 시절 전역 이후 삶에 대한 고민 중 기술고시를 진지하게 준비하자고 다짐, PSAT 인강 패스를 결제해 일과 후 시간마다 틈틈이 공부했다. 2022년 2월 21일 미복귀 휴가를 나온 지 5일 뒤 1차 시험을 봐 합격했고, 4월 연세대 공대 고시반인 기연재에 입실하여 본격적인 전업 수험생의 길을 걷게 된다. 첫 2차 시험은 부족한 실력으로 인해 큰 점수 차로 떨어졌지만, 7~8월 잠깐의 휴식을 거친 뒤 9월부터 스터디를 다시 꾸리고 내년을 위한 재도약을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올해 시험은 1차, 2차 모두 직렬 내 수석 합격이라는 소정의 성과를 거둘 수 있어 기뻤다.

[수험 생활을 함께한 기연재 자리]
[수험 생활을 함께한 기연재 자리]

II. 1차 시험

대체로, 행정직에 비해 기술직은 PSAT 합격선이 낮은 편이다. 특히, 통신직은 최근 TO 급증에 비해 지원자 수가 늘지 않아, 매년 60점대 초반 합격선이 형성되고 있다. 나는 PSAT 준비 시 재경직 커트를 넘는 것을 목표로, 안정적인 합격을 추구하되 큰 노력을 기울이기보단 ‘가성비’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1. 헌법

기술고시 준비생에게 가장 생소한 영역이다. 대학 수업에서 법 관련 과목을 많이 듣는 행정직과 달리 평소 전혀 접해보지 않은 조문 분석, 판례 암기형 공부는 첫 준비 당시 큰 어려움이었다. 그래서인지, 헌법은 인강이 가장 큰 도움이 된 과목이다. 2020년 처음 기본 강의를 들으면서 헌법이 왜 제정되었는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국민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깨달을 수 있었고, 2021년 군대에서 기본 강의를 들으며 다시 한번 전반적인 개념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헌법 실력 향상에 큰 보탬이 된 서브노트 작성을 했다. 조문별로 단원을 정한 뒤, 각 조문에 해당하는 판례들을 전부 적으면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헌법 해석 논리를 분석할 수 있었다. 이때 합헌은 파란 펜으로, 단순위헌/헌법불합치는 빨간 펜으로, 한정위헌은 주황 펜 등으로 색깔을 구분하여 한눈에 알아보기 좋게 작성했다.

[헌법 정리 서브노트]
[헌법 정리 서브노트]

이 시기에 서브노트를 거의 완벽하게 작성한 덕에, 2023년에는 인강 없이 서브노트를 중심으로 복습만 진행했다. 또한 5급 기출문제가 2017년 이후로 한정된 만큼, 7급 국가직/지방직 헌법 문제를 인쇄해 매일 1세트씩 풀었다. 7급 헌법은 2차 시험 과목인 만큼 비교적 난도가 높으며, 이에 맞추어 7급 난이도 기준 80점을 맞는 것을 목표로 공부했다. 고시반에서 기숙사로 올라가는 셔틀버스 등 틈새 시간에는 ‘헌법 OX’ 앱을 이용해 간단한 복습을 하기도 했다. 시험 막바지에는 현행 헌법 빈칸 PDF를 만들어, 3일에 한 번씩 빈칸을 채워가며 조문을 전부 암기했다. 이번 헌법은 2017년, 2020년처럼 조문 위주로 쉽게 출제되었는데, 조문 암기 덕분에 92점의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2. 언어논리

언어논리 영역 지문형의 경우 특별한 공부 없이도 지문을 읽고 풀면 대부분 답이 맞아서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어릴 때 책을 탐독하고 신문 사설을 스크랩하며 요약하던 습관이 빛을 발휘한 것 같다. 따라서 나는 12~16번에 주로 나오는 퀴즈형을 중심으로 공부하였다. 기본 강의를 들으면서 논리 형식을 구조화하면 정형화된 패턴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요 기출문제를 분석하면서 빈출 패턴을 정리하고 이를 체화하여 새로운 문제에도 당황하지 않고 풀 수 있도록 대비했다. 2023년 초에는 인강이나 모의고사 없이 스스로 10개년 기출문제를 풀고 오답 노트를 정리하며 간단하게 준비했다.

3. 자료해석

자료해석 고득점의 비결은 첫째도 어림셈, 둘째도 어림셈, 셋째도 어림셈이다. 공부 초기엔 손으로 수식을 써가며 정확한 숫자를 찾는 잘못된 습관을 지녔는데, 개선을 위해 계산의 정확도를 낮추되 반드시 암산으로 빠르게 풀 수 있도록 철저히 연습했다. 개인적으로 비타민도 좋지만, 실제 기출문제를 풀면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편 기본 강의를 들으며 빈출 유형을 파악하고, 틀린 그래프 찾기 등 나에게 불리한 유형을 뺀 36문제를 정확히 풀자는 목표를 세웠다. 2023년에는 모의고사의 어려운 문제를 많이 풀며 실력을 키웠고, 종강 후엔 5개년 기출문제를 다시 풀며 어림셈 연습 위주로 복습했다.

4. 상황판단

PSAT의 세 과목 중 가장 난관이었다. 법조문 유형은 어렵지 않았으나, 대부분을 차지하는 퀴즈 유형을 한정된 시간에 빠르게 풀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다. 언어논리 퀴즈형과 마찬가지로, 기본 강의를 통해 빈출 패턴을 파악하고 기출문제 복습 시 어떤 패턴에 해당하는지 분석하며 감을 키웠다. 그리고 패턴별 접근법을 체화하여 실전에서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 예를 들어 날짜 계산의 경우 초일불산입 등 조건을 잘 고려하고 달력을 빠르게 그려 풀고, 숫자 맞추기의 경우 문제의 의도를 파악해 절대 들어가지 않을 숫자를 거르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등이다. 2023년에는 모의고사 강의를 통해, 실전과 유사한 상황에서 체화한 패턴을 적용해 보면서 감각을 더욱 키웠다.

불가피한 경우 시간을 아끼기 위해, 1분 이상 풀이법이 떠오르지 않는 퀴즈 문제는 과감히 생략하고, 모든 문제를 푼 후 다시 접근했다. 3교시인 특성상 이미 뇌가 지쳐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안 풀리는 문제를 끝까지 붙잡기보단 그 문제를 잠시 잊고 나중에 볼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적이 많았다. 버릴 문제에 대한 선구안 또한 필요하다. 가끔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로 풀이에 3분 이상 걸리는 퀴즈가 출제되는데, 여기에 시간을 쏟기보단 1분짜리 퀴즈 3개를 풀려 노력했다. 어차피 배점은 공평하게 2.5점이므로 90분 안에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대승적 관점에서 문제 선택을 잘하자.

III. 2차 시험

통신직 2차 과목은 여러 기술고시 직렬 중에서 가장 어렵고 방대한 편에 속한다. 필수 과목 3개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충분한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완벽한 이해가 가능하며 고득점을 위해선 시험 당일의 운까지 필요하다. 시중 교재를 비롯한 자료도 부족하므로, 전기전자공학과 등 관련 학과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독학으로 공부하기 쉽지 않다. 나 또한 전역 이후 머리가 백지화된 상태에서 2차 시험의 벽을 크게 느꼈고, 한 달 넘게 슬럼프를 앓았던 적이 있다. 아래 표를 보다시피 2022년 2차 시험 성적은 처참 그 자체이지만, 독하게 마음을 먹고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준비한 결과 2023년엔 점수를 3배 이상 높이며 수석 합격이라는 영예를 쟁취할 수 있었다.

1. 전기자기학 – 100점

기하와 벡터, 편미분, 치환 적분 등 수학적 기교를 많이 요구하는 과목으로 많은 분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범위 또한 상당해 정전계, 영상법, 경계치 문제, 정상전류, 정자계, 시변계, 평면파, 전송선 등 이름만 들어도 어질어질한 단원들을 모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공부해야 한다. 교재는 학부 전자기학 원서인 Cheng과 Griffith 두 책을 병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그리피스를 조금 더 선호하는데, 일반적으로 쳉의 수험 적합도가 높다고 하지만 전계 경계조건에 관한 서술이 부족하고(논란의 22년 1-3문은 그리피스 방식대로 풀면 틀릴 일이 없다) B, H의 호칭이 불분명하며 오타도 많은 등 단점이 존재한다. 그리피스는 서술 방식이 간결하면서도, 다중극 전개 등 쳉에는 없는 심화 내용도 담고 있으나 기술고시 수준을 넘어가는 지나치게 고난도의 심화 문제는 제외하길 바란다. 또한 평면파, 전송선 단원은 그리피스보다 쳉 Ch. 8~9 및 Pozar의 「마이크로파 공학」 Ch. 1~2를 참고하는 것이 더 좋다. 나는 22년 4~6월 스터디를 하며 쳉 1회독, 9~11월 쳉 2회독, 12월~23년 1월 그리피스 1회독을 했고, PSAT 병행 기간에는 그리피스 Ch. 2~7의 모든 예제와 기본 문제를 태블릿으로 풀며 복습했다. 르장드르 함수, 벡터 자기 퍼텐셜 등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파고드는 것을 좋아해, 하루 종일 한 문제만 붙잡고 있기도 했다. 3월부터는 주 2회 기출문제 답안작성 스터디를 진행했고, 쳉과 포자 책으로 평면파 전송선 등 취약 단원을 독학했다. 마로쟝 티스토리 블로그에 기출문제 해설이 잘 올라와 있으므로 참고하면 좋다. 마지막 3주 동안 서브노트에 개념 정리와 함께 쳉, 그리피스, 기출 등에서 선별한 문제들을 다시 정리했다. 시험 전날에는 좌표계 단위벡터 변환, SI 단위계, 테일러 급수, 주요 치환 적분 등을 암기했다.

: David J. Griffiths 저 「기초전자기학」 4판, David K. Cheng 저 「Cheng의 전자기학」 2판
: David M. Pozar 저 「마이크로파 공학」 4판
사이트: 티스토리 “마로쟝 저장공간”

​​​​​​​[전기자기학 서브노트]
[전기자기학 서브노트]

<2023년 기출 분석>

어려운 문제는 없었으나, 상당한 손 계산을 요구해 실수하기 쉬웠다. 정전계 3문제, 정자계 1문제로 역대 기출 중 가장 앞쪽 단원에 편중되었다. 1문은 손실성 유전체가 2006년 이후 처음 나왔는데, 연속 방정식을 세우고 가우스 법칙으로 푸는 것이 핵심이다. 2문은 B의 두께가 유한하다는 게 힌트로, 전하량 보존 법칙과 접지판의 성질을 잘 생각하고 전위에 대한 등식을 세우면 된다. 나는 B의 두께를 무시하고 무한 영상법으로 잘못 풀었는데, 종료 20분을 앞두고 실수를 깨달아 시험지 1페이지 32줄 전체를 화이트로 지우고 다시 풀었다. 3문은 미소표면전하에 의한 전계 적분식 한 줄이면 풀리지만 탄젠트 삼각치환을 요구한다. 전기자기학은 거의 계산기 불가로 출제되므로, 평소 복잡한 적분 계산을 손으로 푸는 데 익숙해져야 합격에 유리하다. 4문은 자계 영상법으로 14년, 20년에도 나온 빈출 유형이지만, 강자성체이므로 영역 내 자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참고로 4-4문의 강자성체 근사 조건을 무시하고 일반식만 적었지만 100점을 받은 걸로 보아, 올해 채점 기준이 후했던 것으로 보인다.

2. 통신이론 – 85점

초시 시절 0점을 맞아 큰 절망감을 안겨준 과목이며, 필수 과목 중 가장 많은 공부량이 필요한 것으로 유명하다. 신호 및 시스템, 아날로그 변조, 확률과 랜덤변수, 통신 링크 분석, PCM, 디지털 변조, 채널 부호화, 정보이론, 이동통신, OFDM, 대역확산, 페이딩 등이 출제되는데 학부 수업으로 따지면 20학점 분량에 해당한다. 나는 관련 전공 수업을 전혀 듣지 못하고 진입해, 공부 초기 시행착오에 따른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렸었다. 통신이론의 제일 큰 문제점은 완벽한 수험서가 없다는 것이다. Proakis는 전체적으로 골고루 내용이 들어가 있으나 불필요한 수학적 증명 과정이 많으며, Sklar는 디지털 내용은 제일 좋지만, 아날로그 내용이 부족하고 일단 절판되어 구하기 어렵다. Haykin은 아날로그 내용이 잘 서술되어 있으나 디지털 내용은 부족하다. 따라서 세 권의 원서 중 유리한 단원에 맞춰 병행하며 보되, 필요한 경우 기술사 대비서나 국내 교수의 교과서 등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나는 초시엔 프로아키스로만 약간 공부했으며, 9월부터 23년 3월까지 프로아키스 1회독 및 스칼라 1회독을 독학으로 진행했다. 이 당시엔 내가 뭘 모르는지를 모르던 단계라, 무작정 노트에 원서 내용을 요약해 필사하며 공부했다. 예제 및 연습문제는 거의 풀지 않았다. 3월부터 주 1회 단원별 기출을 선별해 답안작성 스터디를 했고, 병행하여 프로아키스 2회독 및 스칼라 2회독을 했다. 마지막 3주 동안 서브노트에 주요 개념을 정리하고, 역대 기출 중 좋았던 문제를 선별해 다시 풀이를 작성했다. 시험 전날에는 푸리에 변환표 빈칸을 채우며 암기했고, 주요 공식들을 백지에 써가며 전 단원에 걸쳐 복습했다.

: Bernard Sklar 저 「디지털 통신공학」 2판, John G. Proakis 저 「통신시스템의 기초」 2판
: Simon Haykin 저 「Haykin의 통신이론」 2판, 윤남일 저 「최신 통신이론」 개정판, 임호진 저 「임베스트 정보통신기술사 통신이론편」, 김영길 저 「기초 통신이론」

[통신이론 서브노트]
[통신이론 서브노트]

<2023년 기출 분석>

쉬운 편이었다. 어려운 개념이 나오지 않았고 계산도 평이했다. 1문은 결합 엔트로피 등 정보이론 기초 공식만 암기하면 쉽게 풀린다. 2문도 채널 부호화의 기초 지식만을 요구하고, 행렬 계산식을 전부 제시해 주어 어려울 게 없다. 3문이 그나마 까다로운 편으로 디지털 변조 및 성상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며, (다) 신호가 이진 직교 신호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3-3문을 정확하게 풀 수 있다.

3. 전자회로 – 82.5점

BJT와 MOSFET으로 대표되는 반도체 소자의 동작 원리를 공부하는 과목으로, 두 소자의 동작 특성을 알고 집적회로의 사용 목적을 파악해야 한다. 회로에 대한 통달에 이르지 못하면 한 없이 어렵지만, 실력이 쌓이면 어느 순간부터 손이 알아서 움직여 풀린다. 예제와 기출문제를 끊임없이 풀며 다양한 회로에 대한 감을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 접근법이다. 교재는 학부 전자회로 원서인 Sedra 1권 만으로 충분하다. 09년 4문의 bandgap reference, 13년 6문의 LED 같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모든 문제가 세드라 범위 내에서 출제되었다. 순서대로 다이오드, 대신호/소신호 해석, 차동증폭기, 주파수 응답, 부귀환, 전력 증폭기, 연산 증폭기, 정귀환, 디지털 논리회로 등 단원을 공부하면 된다. 다만 나는 연습문제는 거의 풀지 않았으며, 예제와 기출문제에 나온 회로를 반복하여 그려보며 원리를 이해하였다. 공부 과정은 통신이론과 비슷하다. 초시엔 정신적 압박으로 거의 보지 못했고, 22년 9월~12월에 세드라 1회독으로 무작정 필사하면서 어떤 내용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23년 1~3월에 세드라 2회독을 하며 다시 개념을 익혔다. 3월부터 주 1회 단원별 기출을 선별해 답안작성 스터디를 했고, 부족한 부분은 세드라에서 해당 단원을 발췌하며 복습했다. 마지막 3주 동안 서브노트에 주요 개념과 함께 역대 기출문제를 선별해 풀이를 작성했다. 시험 전날에는 소신호 등가회로, 증폭기 종류별 이득, 부귀환 루프 분석 등 주요 암기 사항을 철저히 복습했다.

: Adel S. Sedra 저 「마이크로전자회로」 7판
: 조제황 저 「5급 전자회로」, 강문식 저 「전자회로 핵심 개념부터 응용까지」

[전자회로 서브노트]
[전자회로 서브노트]

<2023년 기출 분석>

최근 기조대로 5문제가 출제되었는데, 적당한 난이도의 문제가 골고루 분포하여 시간 압박이 상당했다. 1문은 두 OP-AMP 단이 적분기와 미분기라는 사실을 알면 쉽게 풀 수 있다. 2문은 지난 2020년부터 매년 출제되어 온 제너 정전압 회로이다. 4년 연속으로 나온 중요한 회로이니, 앞으로 공부할 때 동작 원리를 꼭 숙지 바란다. 3문은 BJT CE 증폭기인데 이미터 감생 저항에 의한 부귀환 이득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4문은 MOS CS, CG, SF 3가지 구성이 종합된 증폭기로 소신호 등가회로에 KCL 적용하여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된다. 5문은 MOSFET의 3가지 모드와 그 동작 조건을 채널 변조 효과를 고려해서 풀면 된다.

4. 회로이론 – 49점

전기직 필수 과목이고, 변리사 2차 시험에도 출제되므로 수험서와 기출 해설이 다양하다. 선택 과목이라 배점 부담도 적어 가장 시간을 덜 들인 과목이다. RLC 회로를 키르히호프 법칙, 라플라스 변환, 페이저 등 도구를 써 푸는 게 주목적이고, 부가적으로 필터, 유도결합회로, 푸리에 해석, 2포트 등을 공부하면 된다. 교재는 변리사 수험서인 「회로이론강의」 1권만을 사용했다. 기술고시, 변리사, Nilsson 원서 등에서 선별된 문제들이 수록되었고 충실한 해설이 뒷받침하고 있다. 재시 1차 시험 직후까지 하루 1시간 30분 정도 투자해 책을 완독하고, 이후 주 2회 기술고시 기출문제를 02~22년 전체를 풀고 채점 및 오답 분석을 했다. 기출문제 해설의 경우 wirebox 티스토리 블로그에 잘 설명이 돼 있다.

: 양진목 저 「회로이론강의」 2020년판
사이트: 티스토리 “wirebox 기출문제 해설”

<2023년 기출 분석>

쉬운 편이었으나, 2014년 이후 9년 만의 계산기 사용 불가라 체감 난도는 높았다. 1문과 2문은 테스트 전원법으로 쉽게 풀 수 있고, 3문은 2포트 행렬 파라미터 암기가 필요하다. 4문은 2010년 전자회로에 출제된 시뮬레이티드 인덕터가 나왔는데 이상적인 OP-AMP와 2차 필터의 성질만으로 충분히 풀 수 있다. 5문은 평범한 RC 회로 문제인데 미분방정식으로 풀어야 모든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나는 5-4문을 라플라스 변환으로 풀었는데 여기서 1점 감점이 된 것 같다. 이례적인 계산기 불가로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면, 역사적으로 08~10년, 14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계산기 사용할 수 있었던 만큼 TI 사용을 기본으로 공부하는 것이 옳다. 다만 손으로 풀더라도 주요 공식을 실수 없이 계산할 수 있도록 기본에 충실하게 대비하길 바란다.

IV. 3차 시험

2차 시험 합격 후, 고시반 실원들과 면접 스터디를 꾸려 3주간 보고서 작성 및 질문 응답을 연습했다. 일요일을 제외한 모든 날의 스터디에 참여했으며, 면접 학원은 등록하지 않았으며 스터디에서 얻은 지식만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다. 만약 주변에 합격자나 면접 탈락자가 없는 경우, 무료 면접 멘토링 프로그램 “이음”을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한편 2023년에도 코로나19 관련 상황으로 그룹토의 면접이 시행되지 않았음을 참고 바란다.

1. 직무역량면접

특정 주제의 사회 현안에 대한 자료를 제시받은 후 내용을 24줄의 보고서 형식으로 요약한 후, 약 8분간 발표하는 면접 방식이다. 면접을 준비해 보면 알겠지만 약 24분의 시간 안에 자필로 A4 한 장 분량을 양식에 맞게 요약해 적으려면 굉장히 어렵다. 3주간의 면접 스터디에서도 매일 PT 보고서를 시간에 맞춰 작성하는 데에 공을 들였다. 또한 작성한 보고서를 단순히 따라 읽기만 하면 4분도 안 되어 발표가 끝나므로, 자신의 배경지식을 최대한 활용해 발표 시간을 채울 수 있으면 좋다. 그리고 자신의 발표가 끝나면 다른 스터디원이 면접관 역할을 맡아 질문하게 하고 그에 대해 답변하는 식으로 연습하면 좋다.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답변할 수 있는 임기응변의 자세를 기를 수 있다. 다만 실전에서는 생각보다 날카로운 질문은 들어오지 않는 편이며, 내 경우에도 대부분 원론적인 질문만을 받고 원만하게 면접을 마쳤으므로 크게 긴장할 필요는 없다.

2. 공직가치·인성면접

특정 주제와 관련된 자기 삶 속 경험을 서술하는 문제 1개와 민-관 혹은 관-관 갈등과 같은 딜레마 상황을 제시한 후, 8줄의 짧은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한 뒤 이를 바탕으로 질의응답을 받는 상황 문제 2개로 이루어진 면접 방식이다. 경험 문제의 경우 실전 상황에서 자신의 인생을 복기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므로, 미리 답변이 될 만한 특징적인 경험(학생회, 동아리, 대외활동, 군대 등)을 정리하면 좋다. 나의 경우 답한 경험이 실제로 겪은 일인지를 검증하기 위한 날카로운 질문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왔다. 구체적인 서술을 통해 면접관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자. 상황 문제의 경우 갈등의 당사자 집단 중 한쪽을 공정하게 선택하되, 소외된 다른 집단을 위한 보완책을 동시에 마련할 수 있도록 폭 넓은 사고를 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 극단적인 해결책을 선택하기보단, 국익과 국민의 안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최대 다수가 최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온건한 해결책을 택하길 바란다.

V. 기타

1. 건강

수험 생활 중 건강의 유지는 공부를 위한 토대가 되는 중요사항으로, 사실상 0차 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일정한 시간에 잠들 수 있도록 하고, 가능하면 가벼운 운동을 병행하며 체력을 기르길 바란다. 특히, 허리가 아프면 의자에 오래 앉을 수 없으므로 플랭크 같은 코어 운동을 하고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철저한 주의 바란다.

자신의 체질을 미리 깨닫고, 시험 전후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나는 평소 긴장성 소화 불량에 시달렸는데, 올해 자료해석 시험 시작 직후 긴장이 지나쳐 과호흡 증후군까지 왔던 경험이 있다. 시험장 퇴실을 고민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으나, 차분히 심호흡하며 5분 정도 문제를 풀지 않고 안정을 취했고, 지나간 시간을 메꾸기 위해 빠르게 문제를 풀어 다행히 모든 문제를 풀고 적중률도 높게 마무리했다. 2차 시험 기간에도 소화 불량으로 크게 고생했는데, 당일 아침을 굶고 고사장 이동 후 연양갱 등으로 최소한의 열량만을 섭취하는 식으로 해결했다.

정신 건강도 매우 중요하다. 장기간 공부에 있어 외로움은 가장 무서운 적이고, 슬럼프에 빠지지 않게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만일 빠지더라도 빠르게 헤쳐나올 수 있는 지구력을 길러야 한다. 나는 힘든 날이면 공부 시간을 과감히 줄여 기숙사로 올라가 일찍 자거나, 잠깐 게임을 하며 지친 마음을 극복했다. 이때 경쟁적인 게임 장르는 지양하고, 혼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시티즈 스카이라인,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등을 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나태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늦잠을 자거나 유튜브를 너무 봐서 공부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 경우, 기숙사 야간 셔틀버스를 일부러 안 타고 산길을 30분 정도 걸어가며 반성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다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오늘의 나’을 보이려 나 자신과의 경쟁에 초점을 맞춰 정신적 압박을 줄였다.

2. 공부 환경

기술직 대다수는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가 전혀 열리지 않으며, 오로지 책을 보며 독학하는 진정한 ‘고시 낭인’에 가까운 공부법을 택하고 있다. 정보가 귀한 환경에서 같은 직렬 선후배끼리 뭉칠 수 있는 고시반 및 스터디의 중요성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나는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고시반 기연재에 입실 후, 전기직 및 통신직 형들과 내부 스터디를 하며 전자기학, 회로이론 등 공통 과목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었다. 올해 3월엔 통신직끼리만 구성된 2차 스터디를 조직, 주 2회 답안지를 작성 후 인원수에 맞게 복사해 서로 나눠준 뒤 가장 올바른 정답을 찾는 과정을 거치며 실력을 더욱 키웠다. 만약 이 과정을 혼자서 꾸역꾸역 해나갔다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빠른 합격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통신직 준비생분들은 소속 대학 고시반이나, 기술고시 다음 카페 등을 이용해 스터디를 조직하는 것을 꼭 추천한다.

공부 시간은 주 6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2차 시험 직전 한 달은 주 6.5일로 일요일 오후에도 공부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고시반에 앉아있었다. 스톱워치로 순수 공부 시간을 재보기도 했으나, 그다지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 자주 재지는 않았다. 밥은 고시반 형들과 시간을 정해 11시에 세브란스병원에 있는 제중관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5시에는 신촌 거리로 나가 외식을 했다. 연세대 정문에 가까워 신촌 음식점을 쉽게 갈 수 있다는 점은 기연재의 매우 큰 장점으로, 텐동, 돈가스, 부대찌개 등 신촌의 다양한 맛집을 돌아가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3. 계산기

좋은 전자계산기를 쓰면 풀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계산 실수 등 인적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반드시 현존 최강의 공학용 계산기인 TI-NSpire CX II CAS 모델을 쓰기 바란다. 기술고시는 계산기 종류 제한이 없으므로, TI 계산기를 효율적으로 쓴다면 점수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가장 도움이 되는 과목은 회로이론과 전자회로이다. 복잡한 회로의 연립방정식 및 미분방정식을 풀다 보면 자주 실수하기 십상이다. 나는 철저히 TI 계산기를 통해 값을 내도록 연습했다. 예를 들어, KCL을 풀 때 마디 전압을 미지수로 잡고 반드시 마디에서 나가는 방향으로 연립방정식을 세운 뒤 계산기 solve 함수로 푸는 습관을 들였다. 병렬 임피던스, 복소수 크기 및 위상 등을 계산하는 함수를 정의하는 것도 시간 절약에 좋다. 자세한 TI 사용법은 2022년 전기직 수석 손준혁 씨의 합격 수기에 잘 기록되어 있으니 참고 바란다.

VI. 나가는 글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는 5급 공채 최종 합격을 위한 키워드인 ‘자기 객관화’와 연관이 있습니다. 저는 다음 4가지 단계를 거치며 공부를 완성했습니다. 처음 ‘모르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선 책을 읽어도 내가 무슨 내용을 공부했는지 모르고 까먹으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억지로라도 회독을 늘려나가자 ‘모르는 것을 아는 상태’가 되어, 내 공부의 목적을 깨닫고 나의 부족함을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기출 풀이와 복습을 꾸준히 한 결과 ‘아는 것을 모르는 상태’로 나아가, 어떤 개념들이 출제되는지 깨닫고 답안을 작성할 수준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브노트를 쓰며 오개념을 바로잡고 ‘아는 것을 아는 상태’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의 마음으로, 시험을 깨닫고 나 자신을 깨닫는 부단한 자기 객관화를 통해 모든 수험생분이 합격의 기쁨을 맞이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아울러 많은 분의 기다림과 도움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통신직으로의 길을 이끌어 준 귀영, 재호 형, 수험 생활을 함께한 준혁, 민성, 상범, 강민, 우기, 재윤, 준수, 수빈, 재석, 준영이 형, 혜윤 누나 외 모든 기연재 식구들, 당산 스터디 영빈이 형, 은진 누나, 은우, 용산 스터디 해종, 상용이 형, 응원하고 기다려 준 박지환, 정환, 훈표, 성욱, 인호, 정석, 산 등 서현고 친구들, 신촌에서 밥 같이 먹어준 윤지환, 승준이 형, 군 생활 잘 마무리하게 도와주신 장양일 반장님과 명현이 형, First & Best 1전비 정통대대 영진, 민우, 동휘, 영원한 우정 글쓰기 모임 태훈, 수민, 기철이 형, 그리고 재경직 수석을 향해 오늘도 달려가는 용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항상 좋은 말씀 남겨주시고 한마음으로 기다려 주신 두 할머니와, 하늘에서 지켜봐 주신 두 할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기숙사와 본가를 매주 오가며 항상 아들을 위해 생각하고, 영원한 내 편으로 힘들 때마다 아낌없이 도와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민우 2023-11-28 15:44:40
정말 고생많았습니다!! 값진 결과 얻은것 축하합니다ㅎㅎ

신기철 2023-11-28 12:26:42
박수를 보냅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