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면접관이 독일까 약일까”…수험생들 희비 교차
'우수'는 성적 무관 합격…면접이 뒤집는 운명의 한 판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면접관님이 웃으면서 질문하셨는데, 이게 좋은 신호일까요, 나쁜 신호일까?
“작년엔 압박 면접이었는데 올해는 웃으면서 끝났어요. 면접 탈락하고 멘탈 잡고 다시 여기까지 왔는데, 이번엔 꼭 붙었으면 좋겠습니다.”(일반행정 응시생)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된 5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제3차 면접을 마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합격 가능성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2차 시험까지의 고된 여정을 거쳐 온 이들에게 면접은 마지막 관문이자,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시험이 되고 있다.
면접 후기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면접조 배치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오가고 있다. “전원 합격하는 조가 있다”는 설이 있는 가운데, 면접조 구성에 따른 합격 가능성을 분석하는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수험생들은 각 조의 특성에 따른 합격 확률을 예측하느라 분주하다. “우리 조에 2차 시험 수석이 있던데, 이럴 경우 나머지 인원의 합격률이 낮아지지 않을까요?”라는 걱정부터, “지방인재 전형자가 한 명이나 있어서 안심이 안 된다”라는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면접조 구성의 여러 변수도 수험생들의 주요 관심사다. 한 수험생은 “양성평등 채용목표제 대상자가 있는 조의 경우, 성별 안배를 고려한 합격자 선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지방인재 채용목표제 인원이 조별로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가 당락의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조 배치에 따라 수석 합격자의 성별을 두고도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남성 수석이 유력하다”는 의견과 “여성 수석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맞서는 가운데, 이러한 요소가 각 조의 성별 안배에 미칠 영향을 놓고도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면접전문가는 “면접관들이 다양한 변수들을 모두 고려해 평가할 것”이라며 “결국 개인의 면접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많은 수험생이 “면접조 배치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압박 면접이 독일까, 약일까
‘압박 면접’은 수험생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사다. 면접관이 특정 응시자에게 집중적으로 후속 질문을 이어가는 이른바 ‘압박 면접’을 두고 상반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작년 스터디원 6명 중 압박 면접을 받은 2명이 모두 탈락했다”는 경험담이 있는가 하면, “압박 면접을 받고도 무난히 합격했다”는 사례도 있어 수험생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일부 수험생들은 “면접관이 내 답변에 계속 파고드는 것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므로 긍정적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답변이 불만족스러워서 계속 꼬리 질문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서는 “압박 면접이 오히려 보너스 게임처럼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특히 올해는 작년과 달리 전반적으로 압박면접이 줄어들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면접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도전 수험생은 “작년엔 압박 면접이었는데 이번에는 웃으면서 끝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격자들은 압박 면접 자체가 합격 여부를 결정짓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은 압박 질문에 대한 대처 능력도 개인의 면접 역량”이라는 것이다. 한 합격자는 “압박 면접이든 아니든 결국 자기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하고 설득력 있게 답변하는 능력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압박 면접 후 합격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경우가 많았다. “압박 질문을 받았을 때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는 한 합격자의 경험담은 면접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결국 압박 면접은 그저 면접 방식의 하나일 뿐,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기보다는 지원자의 종합적인 역량을 평가하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라는 게 중론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의 면접이든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준비된 자세라는 것이다.
◆면접과 성적, 어떻게 연결되나
면접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관한 관심도 뜨겁다. 특히 면접과 2차 시험 성적의 상관관계를 두고 수험생들의 다양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면접 평가의 독립성이다. 면접관들에게는 수험생의 필기시험 성적이나 학력 등 개인정보가 일절 제공되지 않는다. 2005년부터는 응시원서에서 학력란마저 폐지되어, 순수하게 면접 당일의 역량만으로 평가받게 된다.
면접 평가는 4명의 면접위원이 응시자의 답변 내용, 문제 해결 능력, 발표의 논리성, 공직자로서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면접 평정 결과에 따른 명확한 합격 기준이다.
면접위원 과반수가 모든 평정요소를 ‘상’으로 평가하면 ‘우수’ 등급을 받게 되며, 이 경우 2차 시험 성적과 무관하게 최종 합격이 가능하다. 반면 ‘보통’ 등급을 받은 때에는 2차 시험 성적이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우수 등급자를 포함해 선발예정인원에 도달할 때까지 2차 시험 성적순으로 합격자가 결정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흡’ 평가다. 면접위원 과반수가 평가 항목 중 2개 이상을 ‘하’로 평가하거나, 동일 항목에서 ‘하’ 평가를 받으면 2차 시험 성적과 관계없이 불합격 처리된다.
“결국 면접도 실력이고 운”이라는 한 수험생의 말처럼, 면접 평가는 철저히 독립적이면서도 최종 합격 여부에는 2차 시험 성적과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면접위원 선정과 배정도 무작위 추첨으로 이뤄지며, 면접 당일까지 철저한 보안 속에 관리된다는 점에서 공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재경직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재정학 성적으로 인한 불안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행정직의 경우,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고려할 때 성별에 관계없이 50등 이후 지원자들의 면접 탈락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면접 탈락 후 재도전하는 수험생들의 사례다. 한 수험생은 “면접 탈락 후 다음 해에 PSAT 필기시험에 다시 도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도 “연이은 탈락으로 시험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는 면접 탈락이 수험생들에게 주는 심리적 부담감을 잘 보여준다.
면접관들이 평가하는 핵심 포인트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수험생은 “면접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을 선발하는 과정”이라며 면접의 본질을 꼬집었다.
오는 14일 최종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수험생들은 자신의 답변을 되새기며 희망과 불안 사이에서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있다. 합격자 발표까지 남은 시간, 수험생들의 마음을 더욱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