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서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 또한 대외적으로 차지하는 입지가 크다 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생산, 소비, 생산, 소비를 반복하고 국외적으로는 그 대상이 세계로 확장될 뿐 생산과 소비 메커니즘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일수록 귀찮고 힘든 직업군에는 인력이 부족하고 그러한 인력 대부분을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해 보충하고 있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일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을 겪지만, 취업준비생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치는 것도 국민 소득과 학력이 높아지면서 취업 눈높이 또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MZ세대에겐 일과 삶을 균형 이루려는 ‘워라벨’이 뚜렷해지면서 비단 고소득만이 취업 목적이 아니라고들 한다. 사회 생산의 공급자로서 새로운 세대의 취업 풍량계는, 불과 수십 년 전처럼 채용 공고만 내면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서로 앞다퉈 오겠지’라는 안일함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럼에도 수요와 공급에서는 잠재적 공급인력이 더 많을뿐더러 대기업 등 인기직종에는 여전히 수백,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치열한 생존쟁탈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 또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사기업 시장에서는 대·중·소 규모에 따라, 고·중·소 소득에 따라 취업경쟁이 극심한 차이를 보일 뿐이다. 이에 반해 공기업, 공공기관, 공무원 채용에서는 취업경쟁이 완만한 편이다. 매년 비슷한 연봉과 인상률, 선발인원, 합격선을 보이는 등 직업적, 취업적 예측 가능성이 사기업보다 안정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평균 20~30대 1의 경쟁률을 따돌리고 종종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것은 지원하고자 하는 인력에 비해 선발인원이 극소수일 때 벌어지는 일일 뿐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공직으로 진입하려는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대학도서관, 고시촌, 전국의 학원가 등에 북적였다. 쉽게 잘리지 않는 안정된 신분, 좋은 사회적 평판, 비교적 높은 퇴직 연금 등의 이유로 너도나도 공직을 선호했다. 현재도 이러한 맥락을 잇긴 하지만 지원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공직사회에 경종이 울리고 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또한 우수한 인재를 통해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펼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 국민 서비스 향상에 이바지하려는 것은, 이윤을 추구하고자 최적의 인재선발에 사활을 거는 사기업과 같은 이치다. 다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감소를 초월할 정도로 지원자가 감소한다는 점은 공직사회를 넘어 사회 전체의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근래 우수인력들이 공무원 대신 대기업, 고등자격시험 등으로 몰린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다년간 공무원시험 준비에 쏟아부은 노력 대비 낮은 봉급과 처우 때문이라는 게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한, 일각에서는 목표를 이루려는 근성 부족으로 공시생의 신분을 지레 포기하는 이들이 는다는 시선도 있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수험전문가는 “단순히 안정적 직업? 고소득 보장? 등만으로 요즘 젊은이들을 공직으로 유인할 수 있을까요? 처우가 좋아진다고 한들,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20, 30대가 틀에 박힌, 소위 꼰대문화(고루한 어르신 문화)가 다분한 공직사회에 들어가려고 할까요?”라며 혀를 찼다. 자유분방하고 여기에 더해 고소득이 따르면 금상첨화라는 것이다.
국가공무원을 선발하는 인사혁신처가 더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또 급격히 감소하는 지원자를 확장하기 위해 공직설명회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지자체, 공기업, 공공기관 등도 예외가 아닌 분위기다. 약간의 노력으로도 웬만한 궁금증쯤은 풀 수 있는 IT 강국에서 우수인력 채용을 한다며 세금을 들여 물적, 인적 투자를 하지만 얼마나 성과를 볼지 의문이다. 공직설명회 등이 그저 기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연중행사가 아닌지도 곱씹어 봤으면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다. 몇몇 시험을 제외하고는 금년도 공무원 채용이 마무리됐다. 이맘때면 떨어지는 낙엽도 밟지 말라는 우스개의 말이, 최선을 다한 수험생들의 간절한 소망을 대변하듯, 선발하고자 하는 측에서도 MZ세대를 맞이할 조직 문화 개선에도 우선적 과제를 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