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제가 설마 오탈 당하는 10%에 들겠어요? 일단 최선을 다해 로스쿨에 들어가는 거고... 그 이후의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고시낭인요? 아니 대한민국 어느 자격, 채용 시험에서 낭인이 없을 수가 있나요. 시험에는 떨어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그중에는 계속 실패하는 사람 또한 있는 거고요... 그리고 그것을 왜 국가가 간섭하려고 하는 거지요….”
전자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하고자 하는 이들로부터 흔히 듣는 말이다. 로스쿨을 졸업(또는 3개월 내 졸업 예정)과 동시에 ‘5년 내에 5회만 응시’할 수 있는 변호사시험에서의 소위 ‘오탈(五脫)’ 제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를 규정하고 있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에 대한 법무부, 법원, 헌법재판소의 해석은 단호하다. 로스쿨 졸업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 변호사시험에 응시한 후 졸업시험 탈락의 결과가 나오면 오탈 중 1회 응시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과 오탈 후 로스쿨에 재입학해 졸업하더라도 이미 오탈자로서 응시 자격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이 규정을 두고 ‘평생응시금지조항’이라고 일컫는 이유이기도 하다. 달리 표현하면 ‘영구적인 법조인 금지조항’이다. 2017년 12월 31일 자로 사법시험이 완전 폐지되면서 대한민국에서는 법조 삼륜, 즉 변호사, 검사, 판사가 되려면 로스쿨에 입학한 후 3년간 91학점 이상의 교육과정을 마친 후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만 한다. 검사, 판사는 변호사 중에서 임명한다. 이러니 오탈로 확정되면 국내에서는 결단코 법조인 자격을 취득할 수 없게 된다. 우스개로, 다시 태어나더라도 유전자적 신분의 동일성이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이 역시 금지할지도 모를 일이다.
위 후자는 로스쿨 도입과 사법시험 폐지가 예고될 당시 사법시험 준비생들이 흔히 토로하던 볼멘소리다.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도입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고시 낭인 근절’이었으니 열정 사법시험 준비생들로서는 사회 낭인으로 치부되는 ‘모독’을 느꼈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로스쿨 도입 한참 전에 이미 사법시험에서도 ‘4회 응시 제한’을 입법했다가 논란이 되면서 폐기했던 전례도 있다. 당시 “솔직히 낭인이 될 정도로 10년, 20년 사법시험에 매달리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라며 분노를 쏟아 내던 사시생들의 모습이, 지금 변호사시험 오탈로 울분을 쏟아 내는 이들과 겹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최근 기자는 법무부를 통해 기수별 오탈 현황을 확인했다. 올해 제11회 변호사시험까지, 로스쿨 7기까지의 오탈자 합계가 1342명이었다. 기수별 정원 2000명 대비 오탈자는 평균 191명으로 거의 10%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초중고 12년, 대학 4년, 로스쿨 3년의 정규 19년과 진학 준비 등을 고려하면 법조인이 되기 위해 쏟아부은 20여 년의 결과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2015년 입학한 7기의 경우 올해 11회 시험은 휴학 없이 정상적으로 졸업한 이들에겐 변호사시험에 5년 내 5회 마지막이 됐지만 1~7기 중 휴학 등으로 향후 변호사시험에 더 응시할 수도 있어 기수별 평균 오탈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탈제도의 폐해를 정부, 로스쿨, 학생 등 모두가 알지만 ‘낭인 방지’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우며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잔머리를 굴리는 형국이어서 그런지, 그 누구도 제도개선을 외치지 않고 있다. 오탈을 허용하자니 로스쿨 취지가 무색해지고 오탈을 유지하자니 뭔가 찝찝한 갈등 속에서 오탈자들만 ‘포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개정을 통해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응시 기회를 연장했고 출산, 육아에 대해서도 연장해야 한다는 개정안까지 나왔지만 오탈제도에 대해 “왜, 유독 변호사시험만 5년 내 5회 제한을 뒀는가”라는 근본적 반추와 재설계는 아직 요원한 듯하다. ‘변호사’ ‘판사’ ‘검사’에 대한 선민 인식이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어서일까. 참으로 무섭고 불쾌한 제도다. 우스개도 이런 우스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