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메가공무원학원 국어 대표 강사
안녕하세요. 이유진입니다^^ 오랜만에 여러분을 향해 서간체(?) 글쓰기를 하려니 무척 쑥스럽네요. 2014년 무려 8년 전, 법률저널 칼럼을 시작했을 때에는 수능 시장에서 공무원 수험 시장으로 이적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이게 맞겠지?’ 확신이 없어서 글을 쓰는 것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오히려 아는 것이 많아서 글을 쓰는 것이 어려워졌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용기를 내어서 다시 글을 쓰게 된 것은 지난주 설명회에서 만난 한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예요. 열차 시간 때문에 상담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나왔는데 전화번호라도 받을 걸 오늘까지 마음이 쓰이네요. 그리고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이 친구와 같은 심정으로 칸막이가 있는 독서실에서 눈물을 흘릴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단기 합격을 바라며 이 수험 생활을 시작합니다. 올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내년에 합격만 한다면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뀔지 상상하며 하루하루 계획을 완수하는 기쁨과 보람 속에 시간을 보낼 수가 있어요. 첫 해는 그렇게 버틸 수가 있습니다. 먹고 자는 기초적인 욕구부터 누군가를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청춘의 욕구까지... 많은 것을 보류하면서 그래도 한 해는 거뜬하게 참을 수가 있어요. 하지만 단기에 수험 생활을 끝내지 못하게 되면서 ‘참는 것’에 대해 화가 나기 시작합니다. 참는 것이 더는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게 됩니다. 노력을 하면 보상이, 혹은 보장이 되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너무 화가 나죠. 인간이라 그건 당연한 감정입니다.
이때 ‘삶을 잘 다루는 사람’은 자신의 목표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새삼 확인합니다. 아 이게 진짜 되기 어려운 것이었구나... 내가 목표로 한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구나... 스스로 공직을 쟁취하는 과정을 우습게 본 것임을 인정하고, 공직이 얼마나 대단한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자리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공직 자체를 존중하게 되는 것이죠. 내가 합격하면 정말 감사해야지, 그래서 정말 좋은 공직자가 되어야지...
반면 ‘삶을 다루는 데 미숙한 사람’은 자신의 목표를 재인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분노와 절망 혹은 우울과 허탈의 감정에 휘둘리게 됩니다. ‘어려운 것은 어렵게 얻겠다’라는 당연한 공식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오히려 폄하하기 시작합니다. 내가 5급, 7급 욕심낸 것도 아닌데 왜 9급 정도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화를 내고, 9급 공무원이 되어도 박봉에 재미없는 출퇴근이나 반복할 텐데 그런 자리를 위해서 왜 청춘을 보류해야 하는지 계속 물음표를 삶에 던집니다. 그 자리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 아깝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노력을 하기 싫죠. 노력이 너무 아까워집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죠.
이 시험이 원하는 합격자는 딱 두 종류입니다.
단기에 초월적 노력이 없이도 거침없이 합격할 만큼 머리가 좋거나, 그렇지 않다면 부단한 노력을 투입할 만큼 이 직업을 숭고히 여기거나...
여러분은 서운하겠지만, 저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이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수능을 망치고 자신이 우습게 보던 대학에 가야 하는 것을 비관하는 재수생에게 했던 말이 있어요.
재수해서 그 대학에 가게 되었다면 그게 너의 대학이야. 가서 그 학교의 1등을 해. 그래서 모든 교수님들이 너는 그 대학에 있기엔 아까운 인재라고 대체 너 왜 여기 있니? 물으면서 어떻게든 너의 인생을 바꿔주고 싶어 하는 그런 청년이 되면 돼. 그러다 보면 너가 원래 ‘내 자리’라고 생각하는 자리에 결국 가게 될 거야. 다만, 당장 눈앞의 결과만 억울해하면서 자꾸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면 너의 시계만 멈추게 될 거야. 출발선을 억울해하지 말고 억울하면 남들 걸을 때 뛰어.
9급 공무원이라는 자리가, 여러분이 지금 들이고 있는 노력이 아까운 자리인가요? 아니면 노력을 더 해야 얻을 수 있는 대단한 자리인가요?
억울해하지 말고 뛰세요.
울고 있으면 공시생, 뛰어서 도착하면 공직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