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별로 세 항목으로 나눠 분류에 맞게 마인드세팅하고 문제풀이”
“1차 준비의 핵심, 과감하게 쳐낼 수 있는 용기와 줄여나가는 공부”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수험의 궁극적인 목표는 합격에 있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내용을 가능한 한 깊게 아는 공부가 아니라 꼭 필요한 부분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숙지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수험생들의 바람인 합격, 나아가 빠른 합격이 가능해진다.
2022년 제57회 공인회계사시험에서 1년 6개월 만에 합격함과 동시에 수석의 영광까지 거머쥔 조길환씨의 합격 비결도 바로 이런 수험적합성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에 있었다. 조씨는 수석 합격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수험생은 학문을 탐구하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문제를 풀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것임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1차의 경우, 특히 경제에서 선지에 제시돼 있는 숫자를 대입해서는 푸는 것이 결코 야비하거나 틀린 방법이 아니며 모든 문제에 출제자의 의도가 있음을 알고 이를 생각하기 위해 평소 기출 문제를 보면서 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신만의 문제풀이 세팅’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조씨는 각 과목별로 자신만의 분류 기준에 따라 3가지 항목으로 나눴고 문제를 풀 때 각 분류에 맞는 마인드세팅을 하고 문제를 풀었다. 그는 “자신이 문제를 푸는 공부를 하는 것임을 잊지 말고 문제 풀이에 맞는 자신만의 세팅을 완성해 나간다면 충분히 고득점으로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스로의 생각과 의지로 수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수석이라는 커다란 성과까지 얻게 됐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조씨는 “오히려 1차시험 때 기대했다가 1점 차이로 수석을 놓쳐 너무 아쉬웠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전화를 받고 너무나도 당황스러우면서도 매우 기뻤다”고 합격 소감을 전했다.
영광의 주인공인 조씨는 현재 만 23세로 병점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한양대 경영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입학 당시에는 경영학부가 아니었지만 1학년을 마치고 진로를 모색하던 중 전과를 하게 됐다. 원래 숫자를 다루는 공부를 좋아하기도 했고 전문성도 갖출 수 있는 회계사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2학년 때 회계나 재무 기초 수업을 들으며 흥미를 느껴 도전을 결심했고 2021년 1월에 본격적으로 수험을 시작했다.
불과 1년 6개월 만에 수석 합격이라는 성과를 낸 공부 방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1차시험의 경우 “자신 있는 과목이나 알고 있는 부분을 과감하게 쳐낼 수 있는 용기와 계속해서 줄여나가는 공부를 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같은 기준을 바탕으로 조씨는 “여름에 투자를 많이 했던 회계와 재무관리에 자신이 있어서 흔히 기베라고 부르는 교재를 한 번 전체적으로 돌리고 11월부터 2월까지는 매일 기출문제나 모의고사 교재 한 회분만 푸는 식으로 시험날까지 회계에 하루 4~50분 정도만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관리도 마찬가지로 별도의 객관식 교재 없이 기출문제만 하루 한 회분씩 20분 정도만 투자해 준비했다”며 “이렇게 해야 뒤늦게 시작하는 다른 과목에 투자할 시간이 확보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제가 방대한 세법과 경제는 객관식 문제들을 거침없이 쳐내려 노력했고 그 결과 시험 전 마지막 회독 때는 전체 문제의 20% 정도로 공부 범위를 줄일 수 있었다. 경영과 상법은 별도 교재에 단권화하는 대신 꼭 봐야 할 문장이나 개념 등을 A4 10~20장 정도로 총정리해서 마지막 한 주와 시험 당일까지 정리한 자료만 봤다. 전체적으로는 11월부터 매일 시간을 나눠서 전과목을 모두 공부했고 12월 말경부터 스터디에서 7개년 기출 및 3사 모의고사를 실전연습하면서 감을 끌어 올렸다.
1차에서 가장 애를 먹은 과목으로는 거시경제와 국제경제 부분을 꼽았다. 조씨는 “경제에 대한 베이스도 없었고 미시경제의 경우 소주제들의 여러 개념을 엮어보고 어느 정도 논리구조를 구축해가면서 자신이 있었는데 거시와 국제는 개념들 간의 분리성이 강하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아서 적응하는 데 오래 걸렸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강의에서 들은 정도의 지식만으로는 거시경제와 국제경제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들겠다고 판단해 변수 변화에 따른 그래프 변화 등을 적당히 암기로 퉁치면서 문제는 풀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2차시험의 경우 지난해 여름에 회계와 세법 강의를 수강했고 재무관리도 강의를 통해 이론과 예제 부분을 미리 들었기 때문에 올해 동차 기간에는 원가와 감사강의만 수강했다. 1차시험을 마친 후 3월 첫 주는 휴식을 취했고 이어 2주 동안 감사 강의를 듣고 바로 말터디를 시작했다. 4월까지 원가 강의도 마무리한 후 본격적으로 연습서 회독 및 모의고사를 통한 실전연습에 돌입했다.
감사의 경우 교재를 하나 선택해 항상 하루 일정의 마지막에 공부했고 오전 및 오후 시간은 각 4과목을 등분하되 회계는 비중을 줄이고 재무관리와 원가의 비중을 높여 공부했다. 메인이 되는 공부는 평일 연습서 회독을 시작으로 주로 주말을 활용해 시간을 잡고 기출문제나 모의고사 문제 등을 풀어보는 연습을 했다.
조씨는 “양적으로만 따지만 각 과목별 연습서 유예주제 빼고 3회독을 했고 아는 문제이더라도 눈풀을 최대한 줄여 직접 써보면서 항상 답안 양식을 쓰는 방법을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하는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2차에서는 회계감사가 가장 준비하기 어려운 과목이었다. 조씨는 일반경영학이나 상법처럼 숫자를 다루지 않고 개념이나 문장을 통암기해야 하는 과목들을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회계감사의 경우 기준서의 문장을 직접 끌어내야 하고 그 내용도 많을 뿐 아니라 낯설기까지 해서 스트레스가 컸다고.
조씨가 선택한 극복법은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스터디를 구해 매일 밤 가장 힘든 시간에 억지로라도 공부할 수 있도록 외워올 분량을 정하고 말터디를 진행했다. 5~6월에는 실전 연습을 하면서 실력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공인회계사시험에 최종 합격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쌓는 것 못지않게 아는 것을 잘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조씨는 답안작성에 있어서 자신이 적은 답과 풀이 논리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하는 ‘가독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이를 위해 글씨를 크게 쓰는 연습을 했으며 답안지 공간을 너무 인색하게 사용하지 않고 크게 크게 활용하는 데 신경을 썼다.
과목 특성에 맞춰 구성도 달리했다. 그는 “실제 시험장에서 회계와 세법은 답을 먼저 적고 풀이를 아래에 적는 두괄식으로, 재무관리와 원가회계는 풀이를 먼저 적고 답을 아래에 적는 미괄식으로, 회계감사는 주어진 양식 그대로 작성하지는 않더라도 최대한 양식을 지키는 선에서 답안을 작성했다”고 전했다.
통상적인 수험기간에 비해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1년이 넘는 수험기간 내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씨의 경우 집에서 스터디카페를 오가는 거리를 걷거나 식사 시간에 고시반과 식당 사이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일상 속에서 짬짬이 운동을 했고 일정한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등의 방식으로 건강을 관리했다.
스트레스 관리에는 타고난 성격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르고 스트레스에 대한 인내력도 높은 편이었지만 그 외에도 시험 준비를 한다는 이유로 인간관계를 너무 단절하지 않고 가끔 친구들을 만나거나 휴식 시간을 갖는 등 스스로를 몰아붙이되 무리가 될 정도로 혹사시키지는 않는 융통성을 발휘했다.
스터디원들과 토요일 스터디를 마치고 같이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함께 공부하는 친구와 점심을 먹으며 잠시 담소를 나누던 소소한 즐거움도, 고시반에서 치러진 평가시험에서 회계, 재무관리, 원가회계 과목에서 1등을 하며 노력의 성과를 확인하며 기뻐했던 일들도 그가 수험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는 힘이 돼 주었다.
조씨는 수험이란 무엇인지를 확실히 인식하고 자신에게 맞는 목표와 전략을 세워 실행한 결과 마침내 합격이라는 성과를 이뤘다. 이러한 경험은 수험생들에게 전하는 응원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는 “공부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우리가 수험생인 이상 목표는 모두 동일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기나긴 마라톤 속에서 합격이라는 목표를 두고 누구는 달려가고 누구는 자전거를 타고 누구는 자동차를 타고 간다. 도착하는 시간은 다를 수 있지만 언젠가는 도달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 나가려고 노력하면서 내가 정말 어려운 시험에 도전하고 있음을 알고 오늘 하루도 묵묵하게 한 걸음 나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고의 성과를 내며 수험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이제 새로운 목표를 찾고 있다. “졸업까지 아직 두 학기가 남았고 병역도 미필이라 회계사로 일하기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생기게 됐는데 이 기간 동안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해 고민해보고 여러모로 다른 공부들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포부와 함께 마지막으로 그를 응원하고 힘이 돼 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1차부터 2차 기간 동안 고시반 생활부터 공부까지 큰 도움을 받은 범희 형이랑 혁재, 늘 든든한 감사 파트너가 되어주었던 승현이 형, 같이 회계로 고통받았던 동현이 형과 재무관리까지 같이 고통받은 창훈이 형이랑 민기 형, 재무관리가 뭔지 제대로 보여준 성택이 형, 물 흐르듯 친해진 민혁이 형, 기숙사 룸메로 고생했던 태극이 형, 항상 군것질거리 챙겨주던 근우 형과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던 고시반 동지들에게 감사합니다. 수험생활에 버팀목이 되어준 나현이도 너무 고맙고 항상 기도로 힘써주시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지원을 아껴주시지 않았던 부모님께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마지막으로 인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