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 중 한 사람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최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사법시험 일부 존치” 의견을 밝힌 것이 기폭제가 되면서 또 다른 유력 주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도 의견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윤 후보는 앞서 “모병제라든지 정시 100% 확대라든지 사시부활이라든지 그런 말들이 시원해보일진 몰라도 과연 그게 청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도움이 되는 건지 저도 좀 의문”이라며 우회적으로나마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경우 대학 수시 및 의전원 폐지와 함께 앞서 치러진 19대 대선에서와 같이 일관되게 사법시험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데 반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입장은 달라졌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시험 부활에 반대한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찬성 입장을 보였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뒤집힌 셈이다.
이처럼 대선 시즌만 되면 사법시험 존치 또는 부활 문제는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찬성, 반대측도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며 열을 올린다. 이번에도 즉각적으로 여러 단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로스쿨 측에서는 사법시험 부활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로스쿨의 성과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로스쿨협의회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사법시험 부활 및 온라인 로스쿨 도입 논의는 사법개혁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사법시험이 존치돼 로스쿨과 병행한다면 사법시험의 폐해가 재현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사법시험이 부활하면 전공 불문하고 학부 학생들이 사법시험 준비에만 매달려 대학 학부 교육이 황폐화되고 사법시험 합격은 소수의 서울 소재 대학 출신들이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사법시험 지원자 수가 정점을 찍었던 시기 3만명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사법시험이 학부 교육의 황폐화를 만든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고 독점 문제는 로스쿨에서도 SKY 출신과 서울 소재 대학 또는 로스쿨 인가 대학 출신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 게다가 3만명이라는 규모는 사법시험이 유일한 법조인 배출구였던 시절의 이야기다. 로스쿨과 병행되는 경우 사법시험, 아니 현실적으로 예비시험은 선발인원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합격률이 극히 낮은 예비시험 대신 로스쿨을 선택하는 수험생도 많을 거라는 점에서 학부 교육의 황폐화 우려는 제도 병행을 통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양성도 더욱 확대될 수 있다. 로스쿨은 분명 사법시험과는 다른 장점이 있다. 오직 법학 실력만으로 합격자를 결정했던 사법시험과 달리 로스쿨의 사회·경제·신체적 약자를 위한 특별전형이나 지역인재 할당제 등은 법조인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시험 부활론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로스쿨 제도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 로스쿨은 주간 전일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생계를 감당해야 하는 직장인은 장학금이나 학자금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도 로스쿨에 다니기 어렵고, 대학원이기 때문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경우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법학 지식을 묻지 않고 학점, 영어 성적, 리트 등으로 선발하는 특성상 한 번이라도 궤도를 이탈한 지원자는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도 로스쿨의 한계다. 로스쿨을 통해서는 법조인이 될 수 없는 이들에게 우회로는 매우 절실한 문제다. 우회로는 오탈자에게도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로스쿨 자체의 개선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법이 없다면 이제 모든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로스쿨은 협소한 우회로 하나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제도인가. 변호사시험이라는 하나의 출구를 두고 로스쿨과 예비시험이 서로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며 상생할 수는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