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인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급 상당 청와대 청년비서관으로 임명된 것을 두고 수많은 2030 세대들로부터 ‘좌절감 안기는 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분노를 사고 있다. 1급 자리라는 게 공무원으로 치면 20∼30년 해야 갈 수 있는 자리다. 그것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극히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자리다. 1996년생인 박 비서관은 전임 김광진 전 비서관보다 15살 아래로 현 정부 최연소 청와대 비서관이자 유일한 20대 고위 공직자다. 강남대 국문학과를 다니다 자퇴하고 고려대 국문학과에 편입한 그는 민주당 청년대변인으로 일하던 중인 지난해 8월 이낙연 전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청와대의 인사 취지와는 달리 박 비서관 임명을 두고 되레 정치권과 온라인 공간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0대가 주로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허탈해하는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비판의 키워드는 ‘상대적 박탈감’, ‘줄만 잘 타면 큰 노력 없이도 출세”, ‘공개적으로 뽑았으면 이렇게까지 억울하지 않았을 것’, ‘청년들을 좌절시키는 인사’, ‘화가 치솟는다’, ‘왜 고시를 준비하나?’, ‘이게 공정인가’와 같은 표현이다. 청년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며 문 대통령이 25세를 청년비서관에 임명했지만, 당사자인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 청와대는 박 비서관 임명에 ‘파격’이란 평가를 기대한 것으로 보이지만 ‘불공정하다’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이처럼 청와대의 기대와는 달리 역풍이 이는 것은 경력이 일천한 대학생을 1급 공무원에 준하는 청와대 비서관에 임명한 것은 불공정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청년과 소통하겠다는 메시지를 주려던 인사가 오히려 청년들의 민감한 ‘공정 감수성’을 건드린 것이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는 “수많은 청년이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며 “파격 아닌 코미디”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가 ‘96년생’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청와대 청년비서관 임명에 대해 “청년의 꿈을 조롱했다”라고 비판했다. ‘공부의 신’으로 알려진 강성태씨는 “지금까지 공신들에게는 좀 죄송하지만, 이분이 탑인 것 같다”고 힐난했다. 시사평론가 장예찬씨는 “민주당 내에서 당직을 맡은 것 외에 사회 경험이 전혀 없고 정당 밖에서 어떤 도전이나 경험도 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일상에서 부딪치고 깨지는 수많은 2030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이처럼 불공정 논란의 배경에는 ‘박성민은 이준석과 다르다’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청와대의 박 비서관 발탁은 이준석 돌풍을 고려한 것이란 시각이다. 2030세대들이 이준석 대표 당선에 환호한 것은 계파도 돈도 없는 30대 정치인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자신의 실력만으로 주요 당직을 두루 거친 4선, 5선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반면 박 비서관은 ‘발탁’을 통해 청와대 비서관이 됐다. 적지 않은 청년들은 ‘경쟁’과 ‘발탁’의 차이를 공정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일반적인 청년들은 대학교를 졸업한 후, 석·박사를 취득하더라도 취업의 문을 넘기 어려운 게 현실이고, 몇 년을 준비해서 행정고시를 패스해 5급을 달고 근 30년을 근무해도 2급이 될까 말까 한 경우가 허다하다. 수많은 청년이 이번 청와대의 인사에 성원할까?
대다수 청년은 “사회 경험도 전무한 사람을 1급이라니, 이게 공정인가요?”라고 되묻는다. 험난한 취업 전쟁에 뛰어보지도 않고, 이렇다 할 공적도 없고 능력도 입증되지 않은 25세 대학생을 민주당에 줄을 섰다는 이유로 1급 공무원인 청년비서관에 임명하는 것은 돈 없고 빽 없는 수많은 청년에게 분노와 좌절감만 안길 뿐이다. ‘이준석 현상’의 본질은 취업과 학업 전선에서 팍팍한 삶을 사는 2030 젊은이들이 ‘공정한 경쟁’ 여건만 주어지면 나도 이준석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꿈과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