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거나 걸을 때, 운동할 때도 항상 법에 대해 생각해”
“배움 자체에서 오는 기쁨과 재미로 내일의 공부 기대”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논어(論語)의 옹야편(雍也篇)에 나오는 구절이다.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중 하나였던 이영표 선수의 좌우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재능도 있는 사람이 노력도 하고 또 즐기기까지 한다면 어떨까? 수험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생동차로 변리사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한 강현호씨가 바로 그 예가 아닐까 싶다.
올해 만 20세에 불과한 강씨는 부산과학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조기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에 진학했다. 중학교 때부터 멘사 회원이었으며 변리사시험을 치른 후에는 합격 발표가 있기 전까지 법 공부를 하며 배운 한자를 토대로 한자능력검정시험 2급을 취득하기도 했다는 이력을 보면 그가 가진 재능과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노력은 이미 증명이 되리라.
나아가 그가 말하는 합격의 비결을 보자. 강씨는 “항상 법을 생각했다. 책을 펼 때만 법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배웠던 법을 생각하고 어떤 법리가 어떤 상황에서 쓰일지 계속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대다수의 경우 법리 자체가 특별하고 어렵기 때문에 실생활에 적용하자고 생각하기 보다는 판례 자체의 상황을 외워 판례가 가지는 입장을 스스로 머릿속으로 써내려가는 활동을 계속 했다”고 설명했다.
“독서실에 앉아 진지하게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라 쉬거나, 걷거나, 운동하거나 진지하게 공부할 수 없을 때 그렇게 했다. 계속해서 법에 대해 생각을 하는 것, 수험의 대비로서가 아닌 취미로서 공부하는 것이 합격의 비법”이라는 그의 말에서 공부를 즐기는 자세까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수험기간 중 가장 즐거웠던 경험을 묻는 질문에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쾌감”을 꼽으며 “항상 잠이 들기 전에 내일은 무엇을 공부할까 기대했고 복습을 할 때는 판례의 의미가 이런 것이었구나 되새김질을 하며 재미를 느꼈다”는 대답까지 듣고 나면 과연 이렇게까지 공부를 즐겼으니 최연소 합격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구나 절로 고개를 주억이게 된다.
강씨가 변리사시험 준비를 처음 시작한 것은 2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9년 10월로 도전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묻자 “변리사라는 직업 자체가 멋스럽기도 하고 시험의 난도가 가지는 위상이 도전 의식을 불러 일으켰다”고 답했다.
법학에 대한 관심도 선택에 한 몫을 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 민법입문을 필두로 법학 관련 서적을 1년에 2권씩은 읽었다. 그걸 첫 수험기간이라고 한다면 고교 졸업부터 3년 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고도 할 수 있겠다”며 “변리사라는 직업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특색과 시험의 높은 난이도 그리고 법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총체적으로 작용해 시험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목표는 처음부터 ‘최연소 합격’으로 잡았다. 그는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이 결과가 나 한 사람의 역량으로 이뤄진 것이 아님을 알기에 수험기간 동안 도와주셨던 모든 사람들에게도 감사하다”는 합격 소감을 전했다.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마음과 더불어 앞으로 더 나아가겠다는 의욕도 가득했다. 그는 “삼년불규원(三年不窺園, 3년 동안 정원을 엿보지 않는다)이라는 좌우명을 품고 공부를 했다. 이번에 불합격의 결과가 나오더라도 처음 설정했던 다음의 기회가 남았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추스르고 격려했는데 합격하게 돼 정말 다행스럽다”고 했다. 이어 “합격이 매우 큰 결실이지만 지금의 합격만으로 안주하지 않고 또 다시 스스로의 목표를 세워 더 쌓아가려는 마음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강씨의 공부 방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1차시험의 경우 기본이론 인강을 듣고 객관식 문제집을 풀었다. 최종정리는 기출문제 및 모의고사로 했다. 그는 “1차의 특별한 공부 방법으로는 오지선다의 객관식의 경우 답을 찾기보다는 틀린 것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틀린 지문 분석에 치중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민법의 경우 약 1300문제 중 오선지 5200개의 지문을 하루하루 읽어봤다고.
과목별로는 자연과학개론의 경우 고등학교 때 이미 대학 교양 수준까지 공부해뒀기 때문에 부담이 적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험이 연기되면서 법 공부의 매너리즘을 방지하기 위해 자연과학개론도 최종정리 강의를 인강으로 들었다.
산재법의 경우 각 기본서를 7회독 하고 객관식 문제를 모두 푼 후 시험 10일 전부터 조문집을 10회독 했다. 그는 산재법에서는 법조문에 의지하는 문제가 많이 나온다고 보고 객관식 문제를 모두 풀고 난 후에도 워드 프로그램을 활용해 조문 숫자와 중요 두문자 형식을 기록하면서 계속해서 외웠다.
민법은 암기에 치중한 산재법과 궤를 달리해 이해에 치중하는 공부를 했다. 민법은 모든 법의 기본이라 불릴 만큼 다른 법의 기초가 되는 법리가 사이사이에 숨겨져 있기에 시작할 때부터 기초적인 법리를 제대로 쌓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본서를 14회독 했고 시중에 판매되는 책들 중 민법 관련 중요 사례와 그에 대한 서술형 풀이를 모아 공부했다. 다만 이는 코로나19에 의해 시험 일정이 연기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확보됐기에 가능했던 방법이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이와 같은 민법 공부 방식이 1차 대비용으로 매우 효율성이 낮다고 보이지만 2차까지 생각한다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2차시험을 준비할 때는 논술형 시험의 특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강씨는 “논술형 시험에서 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요점을 글을 채점자가 이해하기 쉽게 쓰는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2차시험의 공부 방법으로 판례의 완전한 암기나 법리의 체계적 이해는 후순위이고 가장 기초적인 것은 쓸 수 있는 것을 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만 잘 지키더라도 평균 이상의 점수는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그는 판례를 외울 때 판례가 풀고자 하는 상황과 판례 요지의 동사, 중요 목적어나 형용사, 즉 쓸 수 있는 것을 외운다는 원칙을 따랐다. 이 외의 어구들은 제외하더라도 해당 판례의 내용을 실제 답안지에 쓸 수 있고 그 의미를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게 강씨의 생각이다. 그는 “2차를 공부할 때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답이며 가장 많이 도움을 받았던 방법이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2차 공부 노하우를 소개했다.
아울러 ‘계속성’을 중요한 공부 방법의 하나로 언급했다. 그는 “5월 30일 1차시험이 끝난 직후 바로 민소법 강의를 수강했고 몸이 아팠을 때에도 무통주사를 맞으면서 공부를 했다. 공부의 밀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해서 공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씨가 꾸준한 공부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언급한 것처럼 1년이라는 수험 기간 동안 몸이 아파 애를 먹었던 적이 있었다. 한 번의 큰 수술과 잦은 요통에 시달리면서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썼다. 비타민제나 건강보조식품을 챙겨 먹기도 하고 매일 1시간 정도는 산책을 하면서 체력을 보전하려 했다. 너무 기력이 없을 때는 링거를 맞으면서 휴대폰으로 공부를 하기도 했다는데 그 때 일을 돌아보면 조금쯤은 쉬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가장 힘들었던 경험도 몸이 개운치 않아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였다고 하는데 그럴 때도 강씨는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진통제를 먹어 가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무엇이든 감정이 실리면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 본능적인 욕심에 편승해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매우 큰 손실일 것이다. 의지로 욕망을 저해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태도일 것”이라며 공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코로나19도 방해 요소가 됐다. 1차까지는 본가에서 공부를 하고 답안지에 대한 채점과 첨삭이 중요한 2차 공부를 위해 서울에 올라왔는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학원 강의를 4주 밖에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원망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한 감정을 오래 담아두지 않고 마음을 추스르고는 차선의 방법을 택했다. 인강을 들으며 자료를 뽑아 스스로 시간을 정해 문제를 풀었고 기본서에 기초해 스스로 답을 채점하고 첨삭했다. 그는 “9월 한 달은 정말 평일에는 거의 매일 16페이지의 답안을 쓰고 스스로 채점을 했는데 이게 가장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때로는 뜻하던 바와 다른 상황을 만나 계획을 수정하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수험생활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지금, 변리사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에도 상황에 흔들리지 말고 스스로가 선택한 바를 믿고 따라가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는 “항상 스스로를 믿으라는 말을 반드시 하고 싶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시기를 탓하지 않고 코로나19와 같이 공부는 물론이고 사소한 생활에도 지장이 따르는 상황에서도 시험을 준비하고 초시에 생동차로 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가는 길은 예전에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길일 수도 있기에 많은 고민과 걱정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시험장에 들어가는 순간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며 정말 간절하다면 시기를 포함한 그 무엇도 여러분을 낙담시킬 수 없을 것이다. 이 시험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매 순간을 빈틈없이 단단한 밀도로 채워 변리사시험에 최종합격했지만 졸업을 하고 실제로 변리사 업무를 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오히려 미래를 향한 문은 더 넓게 열려 있다. 수많은 가능성을 품에 안고 있는 현재 강씨가 꿈꾸는 미래는 “변리업무 뿐 아니라 특허기술에 대한 실제 과학적 지식을 쌓아 특허의 가치를 분석해 기업에 기술조언도 할 수 있는 역량도 가진 변리사”가 되는 것이다.
수험생활 만큼이나 치열한 발전의 시간이 기대되는 강씨와의 인터뷰는 그의 수험생활을 응원하고 도움을 준 이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인사로 마무리됐다.
“오늘 최연소로서 합격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진심어린 기도가 있었습니다. 먼저,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변리사의 꿈에 도전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해주신 부모님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공부과정에서 힘든 점이 있을 때 마다 위로와 응원을 해준 누나에게도 감사합니다. 또한 든든한 밥 한 끼하며 아낌없는 조언을 나눈 나의 친구들, 초시에도 올바른 방향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여러 선생님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