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5급 공채·외교관후보자 및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선발 제1차시험이 지난 16일 서울 등 전국 5개 지역, 32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특히 이번 제1차시험은 코로나19 사태로 한 차례 연기된 데다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수가 많아지고 학생과 강사를 포함한 2‧3차 감염까지 이어지면서 5급 공채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태에서 진행됐다. 이런 탓에 이날 시험에는 9632명이 응시해 평균 응시율은 77%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82.2%)보다 5.2%포인트 하락한 수치이며 근래 들어 최저치였다. 이날 응시자 중 21명은 고사장에 별도로 마련된 예비 시험실에서 시험을 봤다. 여기엔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서울 이태원 일대의 클럽 등을 방문했거나, 방문자와 접촉한 사실을 자진 신고한 15명, 이날 발열 증상을 보인 6명이 포함됐다. 또 자가격리 대상인 응시생 1명은 별도의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이번 제1차시험은 주관하는 인사혁신처나 수험생 모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태에서 치러야 하는 미증유의 시험이었다. 코로나19 방역대책에 따라 안전한 시험 시행을 최우선 목표로 방역당국이 제시하는 강화된 방역대책 하에 치러졌다. 수험생은 시험장 출입 전 손소독제로 손을 소독한 후 발열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발열검사를 통해 37.5℃이상 이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예비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러야 했다. 시험실별 정원도 15명으로 대폭 축소해 수험생 간 거리를 확보하고, 시험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둔 채로 진행됐다. 또 시험 중이라도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도록 했다.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곤란이나 안경을 쓴 경우 습기가 차는 등 여러 불편이 뒤따랐지만 모든 수험생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 이러한 방역 원칙을 충실하게 지킨 덕분에 다행히 현재까진 응시자 중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번 1차시험의 난이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데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영역별로는 언어논리와 자료해석이 지난해보다 난도가 조금 높았다. 이에 반해 그동안 ‘마의 과목’으로 꼽혔던 상황판단의 난도는 낮아져 두 영역의 난도를 상쇄하면서 전체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일반행정과 재경 등 규모가 큰 직렬의 경우 합격선도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은 올해 무난했다. 그동안 헌법의 난도가 높아 시험과목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올해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로 도입 4년째 맞은 헌법의 출제경향은 이제 거의 모양새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출제범위와 난이도를 예측하는 데 어느 정도는 안정성을 확보하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출제로 평가되고 있다. 헌법의 출제영역도 법조문, 판례, 이론으로 대체로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제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수험생에 따라 결과에 만족하기도 그렇지 못하기도 할 것이다. 이번 1차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수험생들이 더욱 많다. 한 문제 차로 실패의 분루(憤淚)를 삼켜야만 하는 수험생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공무원의 꿈을 버리지 못한 채 진로를 놓고 진퇴양난의 갈림길에 처한 수험생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어딜 가든 녹록한 것이 없다 보니 목까지 조여드는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을 터다. 그러나 이런저런 탓으로만 위안으로 삼을 수 없는 것이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이래저래 구실만 찾다간 미래를 보장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삶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나아가는 것도 선택이며 잠시 멈춰 관망하는 것 또한 선택이다. 지금의 선택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과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선택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 선택이 어떤 것이든 선택한 이상 이제는 간단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