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협 ‘변호사시험의 완전자격시험화 방안’ 토론회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사법시험이 폐지된 후 법조인 배출 창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수료에 이은 변호사시험으로 일원화됐다.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에 의한 양성’으로 법조인 배출 패러다임을 대전환하려는 시도였으나 정작 최종 창구인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지나치게 저조해 제도의 도입 취지가 몰각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협소한 합격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로스쿨에서의 교육은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수험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사교육 부담이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로스쿨 진입 단계부터 다양한 인재의 법조계 유입이라는 취지가 저해되고 있다는 것.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역량을 갖췄다면 합격시키는 완전자격시험의 형태로 변호사시험을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과 법조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규모를 제한해야 하고 단순히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보장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대립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김순석)는 변호사시험을 완전자격시험화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지난 9일 ‘변호사시험의 완전자격시험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 완전자격시험화의 의미와 당위성, 완전자격시험화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에 법률저널은 이 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소개하는 ❶논의의 흐름을 시작으로 ②변호사시험의 완전자격시험화의 당위성 ③완전자격시험화의 구체적 방법과 과제에 관해 심층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목표와 현실의 괴리’, ‘변호사의 양적 공급 규제: 문제점과 개선방안’, ‘자격시험화 로드맵’에 대해 이승준 충북대 로스쿨 교수와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오수근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가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먼저 왜 변호사시험의 완전자격시험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변호사시험의 완전자격시험화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을 통계를 통해 논파한 후 구체적으로 완전자격시험화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구조로 볼 수 있다.
“광범위한 배타적 업역 부여하면서 변호사 수 통제, 큰 부작용 낳아”
첫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승준 교수는 로스쿨 및 변호사시험 체제에서 ‘교육’의 수요자인 로스쿨 재학생과 교육의 핵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교수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를 중심으로 변호사시험의 완전자격시험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교수가 제시한 자료들에 따르면 로스쿨 재학생들과 교수들 모두 현재의 로스쿨 교육과 변호사시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변호사시험의 낮은 합격률’과 ‘수험 위주의 로스쿨 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향후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저조하게 유지되거나 하락할 경우 ‘로스쿨 설립취지의 상실 및 교육의 파행적 운영’, ‘변시낭인 양산’, ‘로스쿨 서열의 고착화’가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①변호사시험의 온전한 자격시험화와 ②교육의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격시험이 되려면 종래의 사법시험과 달리 소정의 로스쿨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은 무난히 합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위적으로 50% 합격선을 설정해 불합격자를 선별하는 것은 자격시험이라고 볼 수 없다. 법무부도 이제는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는 수준’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육의 표준화는 변호사시험의 완전자격시험화의 전제인 ‘양질의 교육’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교수에 따라 내용과 방법이 상이한 한계를 극복하고 3년 내에 효율적으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것. 이 교수는 의과대학의 '교육 표준화'를 예시로 들며 “로스쿨 석사과정에서는 다양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수업을 실시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게 하고, 박사과정에서는 이들 중 자질이 있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수련을 통해 학문 후속세대를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엄격한 인가주의를 통해 총입학정원을 2000명으로 제한한 것 때문에 제도 출발 초기부터 폐단이 예상되는 기형적 로스쿨이라는 비판이 많았다”며 “사법시험 체제의 유산과 기득권이 로스쿨 체제에도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합격률을 50%에 묶어두는 정책으로는 사법개혁의 수단으로 도입된 로스쿨이라는 정책 수단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두얼 교수는 법률산업의 성격과 특성을 바탕으로 도출되는 합당한 정책을 소개한 후 현 정부의 정책이 갖는 문제점을 비판하는 논리를 전개했다. 김 교수는 법률산업은 사회경제발전의 토대이자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관계에 있으며 사회경제발전에 따라 법조전문인력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이 커지는 점, 법률서비스는 공급자와 수요자간 정보비대칭성이 크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이같은 특징을 고려하면 법조전문인력의 원활한 공급 및 정보 제공을 위한 교육 및 자격제도, 규제와 처벌을 통한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그런데 정부는 변호사에게 광범위한 배타적 업무영역을 인정함과 동시에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특히 변호사 공급 제한의 논거들로 제시되는 변호사의 소득 보전, 법조전문인력의 질 향상, 다양한 법조직역의 존재, 시장 성장의 한계, 인구 감소에 따른 시장 위축 등은 모두 적절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간략히 김 교수의 논거를 소개하면, 변호사의 소득 보전을 위해 소비자의 후생을 저해해서는 안 되며, 보호보다 경쟁이 서비스의 질 제고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또 외국의 경우 한국의 변호사가 배타적으로 수행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을 특별한 자격이 없이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인구보다 소득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올해부터 응시자 수 대비 60~80% 연차적 개선 후 2024년 완전자격시험화”
오수근 교수는 궁극적으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으면 합격하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합격자를 결정하는 ‘완전자격시험화’를 2024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오는 4월 24일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있는 제9회 변호사시험부터 적용되는 연차적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오 교수는 기존 합격자들의 합격선 및 미국 변호사시험 합격률 등을 토대로 당장 제9회시험부터 응시자 대비 80% 이상을 합격시키는 1안과 60%에서 80%까지 단계적으로 합격률을 높이는 2안을 제시하고, 동시에 완전자격시험화를 위한 합격선 결정 역량의 배양 및 문항개발, 교육현장의 변화 등을 병행하는 로드맵을 제안했다.
오 교수는 “법과 제도는 바뀌었는데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명 수가 아니라 교육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문제의 선후와 경중을 가려야 한다. 교육을 통해 바보도 똑똑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로스쿨에도 고칠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격시험화가 안 되면 절대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없으므로 선행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제 발표 후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변호사시험의 완전자격시험화에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의견들이 다양하게 나왔다.
권재열 경희대 로스쿨 원장은 “교육과정이 변호사시험에만 따라가는 획일적이고 단순한 수험법학으로의 변질을 막기 위해서는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가 반드시 요구된다”며 찬성 입장을 보였다. 권 원장은 “유급제도와 엄정한 상대평가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자격시험화를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시험을 쳐서 반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과 모순된다. 로스쿨 교육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장용범 사법연수원 교수는 완전자격시험화 주장에 대해 의문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장 교수는 “완전자격시험화를 하려면 취지와 목표에 부합하게 선발·교육하는지, 변호사시험이 적절히 평가하는지 파악하고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며 오 교수가 제시한 ‘응시자 대비 80%’ 기준에 대해 “현 로스쿨의 학생 대부분이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전제가 돼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변호사의 경우 유사법조직역에 비해 넓고 배타적인 직역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더 높은 역량이 요구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남기욱 변호사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남 변호사는 ‘양질’의 변호사를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변호사시험으로 ‘양질’을 담보하려는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합격률이 높았을 때도 특성화와 국제화 교육은 활성화되지 않았다. 누구보다 로스쿨 교수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변호사시험의 저조한 합격률이 로스쿨 교육을 부실화하고 있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로스쿨 제도 및 교육 개선 선행돼야…부정적 여론 돌릴 명확한 청사진 필요”
남 변호사는 변호사 배출 규모 등에 관한 여러 외국 사례 중 일본의 사례에 주목하며 한국에 비해 인구와 국내총생산이 각각 2.48배, 3.5배에 달하고 있음에도 연간 배출 변호사 수는 1500명 수준이며 오히려 더 감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 점, 일본 신사법시험의 합격률이 20% 전후로 저조한 것은 변호사가 실력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에 기인한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최근 한국법제연구원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도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주장에 반박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여론은 변호사시험의 기준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것. 남 변호사는 “로스쿨의 통·폐합을 포함한 입학 정원의 조정, 엄격한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의 정비, 외부 기관의 평가 등 전체적인 틀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증가시키려는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는 절대 동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로 활동하다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경험을 가진 임장혁 중앙일보 차장은 원칙적으로는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에 동의하면서도 로스쿨 제도 전반에 관한 부정적인 여론 환경 등에 대한 우려를 보였다. “완전자격시험화 주장이 ‘기득권’으로 분류되고 있는 로스쿨 관계자들이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재학생들의 이기심의 발로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 차장은 검찰과의 일전이 최대 과제인 현 법무부가 변호사 수 감축을 요구하는 변협을 적으로 돌릴 의지를 갖기 어려운 점, 로스쿨 장학금 및 입학자의 저연령화 및 SKY 편중 심화 등과 관련한 부정적 여론, 한 때 자격시험화를 주장하며 시위에 나섰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변심 등을 완전자격시험화의 장애 요소로 언급했다.
그는 “로스쿨이 돌아가야 할 정상이 있던 적이 있나 생각해봐야 한다. 정상화가 무엇인지 국민들을 위해 제시할 수 있는 명확한 청사진이 준비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방안으로 로스쿨 평가 제도를 개선해 객관적으로 로스쿨 제도의 장·단점을 알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공개하는 등 로스쿨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들부터 찾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송양호 전북대 로스쿨 원장은 “뭘 염려하는지 모르겠지만 로스쿨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며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몇 명을 합격시켜야 하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화, 다양화, 전문성 강화의 추세에 맞는 법조인의 교육과 배출에 대한 문제임을 강조했다.
송 원장은 “법치국가가 되려면 최소한 지구대와 주민자치센터에 변호사가 1명씩은 있어야 한다. 법률보험을 도입하면 소비자는 전화 한 통화만 하면 변호사가 다 해결해준다. 우리 국민들은 왜 이런 서비스를 받으면 안 되는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그는 로스쿨 제도를 통해 과거와 달리 외국어에 능통하고 전문적 역량을 갖춘 법조인들이 다수 배출되는 성과가 있고 이같은 인재를 더 키우기 위해 로스쿨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목매지 않고 리걸클리닉 등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제도의 개선을 위해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송 원장은 “사회도 변해야 한다. 로스쿨을 너무 네거티브하게 보고 있는데 이런 시각을 바꿔야 한다. 긍정적인 자양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법무부는 10일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모 언론 보도에 대해 “해당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며 향후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심의내용을 존중해 최적의 합격자 결정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해명 자료를 발표했다.
해당 언론은 ‘적정 변호사 수에 관한 연구용역’ 결과 연간 1500명 수준인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유지할 경우 2050년까지 변호사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되고 합격자 수를 1700명까지 늘려도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늘릴 경우 변호사 과잉배출로 변호사시장이 교란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결과”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연구용역 결과 변호사 인력부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부분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영국, 프랑스 등과 비교할 때 격차가 존재한다는 부분의 언급은 있었다”며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증가와 관련해 현재까지 과잉배출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 자료 공개와 관련해 “법무부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소위원회는 공정한 논의를 위해 규정한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해당 연구용역 결과가 발제자에게 전달된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며 이는 소위원회 위원의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사항으로 심히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2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연구용역 결과가 비공개임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발제자가 외부 심포지엄에서 내용을 공표한 것도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